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이래저래 고생고생했던 한국고전문학전집이 론칭되었습니다. 오늘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아마 내일부터 주말에 걸쳐 신문에 소개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세계문학전집은 그동안 여기저기서 출간되서 낯설지 않으실 텐데, 한국고전문학전집 하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한 번씩 데인(?)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입시용으로 압축된 버전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더라구요. 저도 이번에 책 만들면서 참고차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고전문학을 몇 권 읽어봤는데, 너무 쉽게 풀어버려서 원전의 맛을 살리지 못한 경우나 아예 전공자들을 위해 출간된 책이 대부분이라 아쉽더라구요. 문동 한국고전문학전집은 원전의 맛을 살리면서도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일반 독자분들께서는 어떻게 읽으실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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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 김만중의 문학, 예술, 역사 등등에 대한 박학다식함이 녹아 있는 『서포만필』입니다. 아마 입시 공부하면서 한 번은 들어보셨을 정철의 「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을 "동방의 이소"라 표현한 문장이 바로 이 책에 있습니다. 중국 고사가 많이 언급되고 있어 이 쪽에 해박하신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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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궁 홍씨, 하면 아무래도 사도세자의 아내로, 정조의 어머니로 유명하지 않을까 싶네요. 혜경궁 홍씨가 궁중에서 겪은 일을 담은 『한중록』입니다. 책봉에서부터 왕실에 일원이 되어 남편의 비극적인 죽음을 겪는 등 파란만장한 혜경궁 홍씨의 일생이 담겨 있습니다. 입버릇처럼 "내 이를 죽어 모르고자 하노라"라고 말하며 끈질긴 목숨을 부지해 결국 손자가 왕위에 즉위한 뒤에야 세상을 뜨죠;; 개인적으로는 가장 몰입해서 읽었던 책이 아닌가 싶네요.
아, 그리고 『한중록』은 특별하게도 원본이 따로 출간되었습니다. 문동 한국고전문학전집의 특징 중 하나가 원전과 현대어역 두 가지 버전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분량이 적은 경우에는 합본을 했지만 분량이 많을 때는 부득이하게 따로 출간했습니다. '원본'이라고 붙어 있는 경우는 한글고어 혹은 한문에 각주만 달려 있는 정도라 원본의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나 전공자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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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이 있는 실장님이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라니!"라고 하시며 극찬하시길래 "왜요?"라고 반문했다가 "애가 없으면 왜 슬픈지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던 『숙향전, 숙영낭자전』입니다. 조선 후기 가장 널리 애독된 애정소설로 환상성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 현대적 감각에도 제법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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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이야 이미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어왔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익숙한 작품이죠. 사내에서는 『홍길동전』보다는 『전우치전』이 더 재미있더라, 라는 평들이 들려오네요. 이번에 소책자를 만들면서 영화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님과 인터뷰를 했는데, 최동훈 감독님께서는 전우치를 "전우치는 유희적이고 즉흥적인 캐릭터, 제멋에 취해 살며 독특하고 예측불가능한 히어로, 적의 없는 악당이자 망나니, 무엇보다 그는 즐거운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다. 세상엔 고전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이 있지만, 분명한 건 읽어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의 세계가 있다는 점이다. 작품을 읽고 나서 느끼는 쾌감은 시간이 가로막지 않는다"라고 표현하셨는데, 절대 동감! 영화와 원작을 비교하며 보시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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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홍길동전』만큼이나 유명하죠. 흥보가 아니라 흥부가 아니냐, 라고 의문을 가지실 분들도 계실텐데 판본에 따라 흥보/흥부가 나뉜다고 하더라구요. 학교 다닐 때 『흥보전』을 판소리계 소설로 배우긴 했는데, 원전을 읽어보지 않아 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정말 장단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재미있는 말 장난이나 비단 이름을 나열하는 부분 등 '말'이 주는 재미를 가장 많이 느꼈던 책이기도 해요. 독자 모니터분께서는 장단을 맞춰 책상을 쳐가며 읽으셨다는 일화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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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막내가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와서는 열광했던 작품. 표지나 화보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난감했던(?) 책이었습니다. (사실 춘화를 넣고 싶었는데 성기가 노출되면 래핑을 해야 한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수위를 낮췄습니다. ㅎㅎ) 흔히 조선시대 양반들을 근엄하고 유교적 이념을 앞세운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도발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은근히 노골적인 면모가 드러납니다. 저와 동료 편집자는 이 책을 읽고 한동안 "무색하다 무색해"라거나 "모두 코를 쥐어잡고 웃더라" 같은 말을 해대며 주위 사람들에게 나사 하나 풀린 사람 취급을 받기도;; 분량은 꽤 되지만 짤막짤막한 성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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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수능 날 언어영역 문제지에서 뭔가 복잡한 인물관계가 등장하는 지문이 고전문학 문제로 출제돼 난색을 표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평소 고전문학 지문은 그냥 다 맞고 들어갔는데 그해 언어영역은 그 문제 때문에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나 뭐라나. 집에 돌아와 알고 보니 그 지문은 바로 이 책 『창선감의록』이었습니다. 몇 년 전 고전했던 것처럼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이 배경이라 낯선 느낌도 있지만 현재까지 전하는 필사본이 260여 종에 달할 정도로 그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네요. 고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당당한 여자 캐릭터를 볼 수 있어서 신선했던 작품입니다.
뭐 그냥 짧은 소개 정도에서 그치려고 했는데 10권이나 되다보니 길어졌네요 ㅠㅠ 어쨌거나 이번 계기로 한국 고전을 읽는 풍토도 조금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 ㅎㅎ
덧) 검색해보니 부지런한 분들께서 벌써 오늘 기자간담회를 기사& 포스팅을.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구경해보세요.
덧2) 제가 이렇게 열심히(?) 페이퍼를 썼는데 댓글 하나도 없으면 얼마나 슬플까요. 힝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