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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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과 죽음의 테마, 사랑의 탄생과 결부되어 잊을 수 없게 된 이 테마가 그 음울한 아름다움의 힘으로 절망의 순간에 그녀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중에서

 

인생에는 무수히 많은 길이 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열차가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

브론스키와 맺어진 것도 정신적이거나 지적인 면보다는 '넘쳐 나는 무엇인가가 온몸에 가득 차서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브론스키의 품으로 달려가게 했다.

 

 

설정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아이는 부모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원하는 대로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혼나니까. 레븐은 키티에게 버림받았지만 심지곧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에서도 살다보면 레빈처럼 원한 것을 얻지 못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 그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의 몫, 레빈은 그 시간들을 조용히 견디는 쪽을 택한다.

 

브론스키는 왜 행복해지지 않았나- 성취가 아니라, 성취를 향한 갈망이 곧 행복이기 때문.

 

"불안과 기만과 비애와 사악으로 가득 찬 책을 그녀에게 읽게 해주던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확 타올라 지금까지 어둠에 싸여 있던 일체의 것을 그녀에게 비추어 보이고는 파지직, 소리를 내고 어두워지다가 이윽고 영원히 꺼져버렸다. " - 안나의 죽음

 

다독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이 읽었어도 불행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기계적인 지식만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다독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길.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때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겠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책이 아닐까.

 

"도덕적으로 단순한 시골의 삶은 그 단조로움에도 불구하고, 충동적 열정으로 넘치는 대담한 삶에 비해 좀 더 선호되는 이야기이다. 후자는 오직 비극으로 끝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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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베개 이후로 꽂힘이다.. 북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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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2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네요?북스탠드 어떤모습일까?궁금했었는데 분위기가 있네요^^
휴가라시더니 잘 보내고 계신가요??^^

icaru 2015-08-03 10:30   좋아요 0 | URL
오늘 직장에 복귀했는데~ 역시나 적응이 잘 ㅋㅋ
저는 이래저래 여름을 나는게 벅차네요... 에휴,, ㅋ
사은품 때문에 살 책을 고르게 되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되는 것은 아닌데, 이뻬서 혹했어요~ 덕분에 산 미움받을 용기는 잘 읽었구욤 ㅎ ㅎ 혹시 미움받을 용기 읽으셨더래요~?

단발머리 2015-07-3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것이옵니다.
곧 인증샷을 올려야겠어요.
제 꺼보다 이뻐보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icaru 2015-08-03 10:31   좋아요 0 | URL
인증샷 보았어요~~ 제 꺼보다 이뻐보여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님 휴가 댕겨 오셨나요?? ㅋ
아이들과 방학 어케 보내시능가?? 궁금혀요~~

단발머리 2015-08-06 08:06   좋아요 0 | URL
휴가를 못 갔어요. 아롱이가 조금 아파서요.
약 먹고 그러는건 아닌데, 그냥 많이 걷고 뛰면 안 되서요.
그래서....
저는 무척이나 덥고 지루하며 힘든 방학을 지내고 있습니다.
흐흑....

icaru님 휴가 사진 좀..... 올려 주세요.... 흐흑..

icaru 2015-08-06 08:50   좋아요 0 | URL
아효,,, 휴가는 안 갈 수도 못 갈 수도 있는데, 아롱이가 아팠다니, 아효...
저는 본래 여름엔 많이 지치는 타입이라죠.. 야행성인데, 여름만 되면, 되려 취침 시간이 땅겨지고 길어지고, 맥을 좀 못춰서,, 여름아 빨리 가라 그러고 있어요..

휴가를 간것도, 대가족이 집구석에서 드글드글 밥해먹고 어휴,,,그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 속편하자고,, 그래서 집을 무조건으로다가 나선 모양새가 되곤 하죠.. ㅋㅋ
 

 

 

 

 

 

  http://www.aladin.co.kr/events/eventbook.aspx?pn=150701_16th_records

 

 

 

 

 

내가 80세까지 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지금처럼 책을 사 읽는다면 924권 정도 더 읽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924권보다는 조금 더 읽지 않겠나 싶다. 구매한 책만 읽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저런 경우까지 포함하더라도 천 단위는 벗어나지 않을듯 하니, 인생이 유한해서인지 지구상의 저작물들이 무한정해서인지, 어차피 평생 읽을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면, 잘 골라서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가 불량식품도 먹는 순간은 소기의 목적을 잘 충족시켜주므로, 뭐든 땡기면 읽는 일이나 멈추지 말자 싶다. 가도, 양보다 질의 차원에서 좋은 책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남은 삶을 사는 게 좋겠다 하는 생각에 이르니.... 독서에 대한 견해는 늘 바뀐다고 보면 되겠다. =.+;; 

 

 

 

 

 

 

 

내가 알라딘에서 777권의 책을 만났다(구매했다)고 나오는데, 그중에 165권이 절판 혹은 품절이면, 구매한 책의 23프로 정도의 책이 절판이 되어버리는 수치가 평균적인 것인지, 과연 다른 구매자들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다른 통계들 속에서 보면, 구매한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알라딘 회원 중 12,550 번째로 많이 구매하셨습니다. 라고..) 관악구에서 101번째라고 하니까, 많이 사는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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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것도 해요? 어디어디ㅎㅎ 메인에 가면 있어요?

2015-07-02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2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7-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서재 메인 페이지에 있는데요~ 제가 페이퍼 수정해서 안에 붙일게요 ^^;;

책읽는나무 2015-07-0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전 16주년 기념품들 보면서 심호흡중이었는데 이런게 있었네?싶어 눌러 봤더니 전 현재까지 960권을 사다모아 칠백만원을 썼대서 허걱했네요ㅜ 요몇년간은 애들 문제집만 주문하고 책은 안샀는데도 통계로는 문제집도 책으로 잡히나봐요? 저는 울동네 양산시에서 21번째 상위 0.15%래요 저도 책 사는 사람,책 보는 사람들이 많구나??생각했더랬죠^^
전 알라딘회원으로선 10,970번째네요?도서관책을 이용해서 책을 안샀는데도 세 아이의 문제집 주문건수가 만만찮쿤요?님을 앞섰어요ㅋ
헌데 80세까진 고작 474권을 더 읽을 수 있대요~~~역시 님이 고수!!^^
근데 160권의 절판책이 있다는데 어떤책들인지???쩝~~~

icaru 2015-07-02 11:23   좋아요 1 | URL
저는 얼마전에 알라딘 설문 메일도 하나 받았거든요..
최근 구매가 뜸한 것이 무슨 이유인지를 묻는 거였어요 ㅋ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 사쟁여 놓은 책이 너무 많아서 그럽니다,,, 라고 기타 사항에다가 적었어요 ㅋㅋ
아니,, 양산시 전체에서 21번째면 와우~~!! 브라보..
도서관 혹은 책구매 유관부서 담당자 아닌 이상 일반인 21번째인 어떤 경지예요?? ㅋㅋㅋ

80세까지 474라는 것은 통계 소스에다가 분야를 넣어서 그런 걸까요? 문제집류는 빼놓고 수치를 낸다던지 하는,,, ㅎㅎ

책읽는나무 2015-07-02 11:47   좋아요 0 | URL
쟁여놓은 책이 많아서~~ㅋㅋ 맞구나!! 예리한 정답이에요ㅋ
저는 정가제 이후 도서관책 이용이 많아져서요~~라고 쓸 것같아요^^
정가제이후 정말 책 구입이 많이 망설여지더군요ㅜ
금방 보관함에 담아둔 30권의 책을 도서관 홈피 들어가 열심히 희망도서란에 신청했어요~노트북 배터리만 안나갔어도 신나게 더 신청했을텐데요ㅋ

21번째면 높은건가요? 대신 이곳 인구수는 님의 관악구 인원보다 적지 않을까?싶은데요? 전 님의 101번째가 더 의미있다고 봐요^^ 이곳은 그닥 책을 읽진 않는 것같고~~~~다들 애들 문제집으로 수치가 저리 나온게 아닐까?싶어요^^

서니데이 2015-07-0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도 책읽는 나무님도 그 사이 책 많이 읽으셨네요. 저도 집에 있는 책 읽고서 신간 사고 싶긴한데, 가끔씩 사고 싶어질 때 있어서 고민되어요.
오늘도 더운 날이 될 것 같은데, 좋은 하루 되세요.

2015-07-16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7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7-24 21:40   좋아요 0 | URL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통 소식이 없으니~~바쁘신갑다!!싶었는데 그래도 궁금해서요^^
휴가가 빠르시네요!!
잘 다녀오세요~~저흰 8월 첫 주가 휴가네욤ㅋ
휴가 가지말자 그러다가 또 때가 되니 일정을 잡고 있어요~~휴가는 생각만으로도 설레네요 비록 집 떠나 개고생을 한다손치더라도 말이죠ㅋ
암튼 멋진 추억 만들어오세요^^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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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01:52



 

 

조르바 왈, “새끼 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려쳐 잘라 버렸어요”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뭐 하나를 잘라야만 했다. 조르바의 말과 행동에 온전히 빠져 보려 하는데... ‘ 모든 여자는 화냥것들이다 ! 여자는 그저 보호해 주어야 할 약한 존재 지나지 않는다! ’는 조르바의 언사를 진지하게 듣고 있노라면 조르바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 드는 ‘바’라서 말이다. 여성주의적인 잣대의 렌즈를 저만치 던져 두고 읽어야 속에서 덜 걸리적 거렸던 것.

여자에게 뿐일까, 조르바는 말한다.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 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조르바는 그토록 인간을 경멸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살고 일하려는 사람이다. 조르바가 애초부터 이렇게 조국을 불신했던 것은 아니다. 젊은 시절, 터키로부터의 독립 운동을 위해 비정규 전투 요원 활동을 하다가, 불가리아 비정규군 신부를 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일 후, 조르바는 거리에서 맨발에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만났는데, 이 아이들이 얼마 전 자신이 죽인 신부의 자식들이었던 것이다.

작중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 했던 것을, 조르바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고스란히 살아왔던 것.


“그래요, 당신은 나를 그 잘난 머리로 이해합니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것 옳고 저건 그르다. 이건 진실이고 저건 아니다. 그 사람은 옳고 딴 놈은 틀렸다.’ 그래서 어떻게 된다는 겁니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당신 팔과 가슴을 봅니다. 팔과 가슴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침묵한다 이겁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흡사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이겁니다. 그래, 무엇으로 이해한다는 건가요. 머리로? 웃기지 맙시다!”

웃기지 말란다. 펜대 운전수(작중 ‘나’) 뜨끔할 소리다. 그래서 작중 ‘나’는 조르바를 더 존경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상반된 사람이다. ‘나’가 문자와 지식으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에 갖혀 있는 백면서생 의 위치에 점하고 착찹해하는 존재였다면, 조르바가 있는 지점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자각하는 상태였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물리적 변화,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화학적 변화를 넘어서, 포도주가 인체에 들어가서 사랑을 하게 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

 

먹고 있는 음식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가 더 중요한,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을 뛰어 넘으려는 존재로 그려진 조르바였기에, 펜대 운전수 ‘나’도 독자인 이 아줌씨도 조르바에 대해 경의를 느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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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농담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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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1

 

이 책을 읽기 전, <그 남자네 집>을 단숨에 재미나게 읽어냈으니, 이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도 그래질 것 같았다. 멀리 사는 친척, 애어른 할 것 없이 왁짜하게 모여 득시글한 시댁에서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해대는 짬짬이, 부엌데기가 잠시 일손 놓을 때의 소일거리로 하는 십자수 놓듯, 그리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골랐다. 이 판국에 다비드 브르통의 <걷기 예찬>이나 베르나르의 <나는 걷는다2>를 읽는 것은 망쪼고 분명 산만한 읽기의 대마왕 사례를 보여 줄 것이기에.

이 책 꼬박 이틀 동안 명절의 전야와 이후 초절정의 시기에 읽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느슨하고도 지릿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지루해지지 않을 책을 고르기 위해였다지만, 정말이지 어른들이 모인 명절 즈음에 이 책을 읽은 건 좀 아이러니 같다. 왜냐 하면,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오는 (주로 50~60대 아주머니 친척들이 나누는) ‘뉘집 이야기’ 그것 말이다. 뉘집 자식 돈 있는 집으로 시집 장가 갔으나, 있는 집에 간 탓에 시댁 눈치에 맘대로 외출도 못하고 매여 사는 이야기. 있는 집에 장가 든 탓에 처가 손에 쥐락펴락하는 청맹과니가 된 뉘집 아들이야기. 뉘집 땅 사둔 걸로 갑자가 돈벌었는데 하는 모양새가 무식한 졸부 못 벗어난다고 비꼬는 이야기, 어느메 집은 어떻게 땅을 사두었는데 요즘 한참 망해 먹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 누구네 집 아들이 의사가 되었다고 그 집 어머니 떵떵거린다는, 어머니의 지위가 아들을 통해 나타난다는 의식의 반영된 듯한 튀틀린 이야기들 말이다. 돈에 관한 헤프닝들이다. 비뚤어진 가부장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도 나온다. 딸만 둘 나은 며느리에게 어머니는 은연중에 아들을 바라, 그 며느리는 남편 몰래 뱃속 아이를 낙태시키고 나이 마흔에 세 번째아이(사내 아이)를 임신한다.) 이 소설 속의 내용과 어른들의 이야기가 몽롱하게 섞여드니 당최 이야기가 책이야기같고, 그게 그것 같고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경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자본주의라는 제도 속에서 돈에 의해 굴절되고 변형된 인간의 사랑과 애정을 이야기한다. 사랑과 애정이라 했나,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난 의사가 주인공이기도 하니, 세상사 이야기는 다 하는 셈. 어른들 모인 자리에서도 조강지처 집나가고 딴 여자와 바람난 누구 이야기가 곧잘 등장하듯이. 


어른들의 이야기, 그 요점은 ‘돈이 제일이고, 세상을 호령한다’ 에만 있는 것이 아닐거다. 돈의 물신성이나 가부장적 이념이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를 얼마나 무력하고 허망하게 만드는가 하는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의 폐해 같은 것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부러 자본주의의 썩어빠질 노름을 이야기하기 위해 인물들을 선별했다고 보여 진다.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 주는 이야기라고는 평생을 치킨 만드는 일로 직업을 삼아 어렵게 자신의 치킨 가게를 연 치킨 박의 죽음에 관한 것. 나머지 등장 인물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돈으로 위세를 떠는 직업군과 자칭 재벌 집안의 인물들이다.

   

작가는 ‘뭘 자본주의 씩이나,’ 라고 말했다지. 후기를 보니 재미와 뼈대가 함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희망은 어느 정도 이룬 셈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죽어가는 아들을 치료하는 데도 돈과 권력의 과시가 앞서는 속물성, 돈에는 돈으로 갚음을 하는 영빈의 형의 처세 등등. 작가의 너무나도 정곡을 찌르는 필력으로 그려낸 우리 생의 허위 의식은 글쎄,,,, 이것이 세태라면 어쩐지 너무너무 씁쓸해지는 것이다.


누구는 이러한 박완서의 글쓰기가 굳은 살 베어나가고 새살이 차오르는 느낌을 준다고 했는데, 새살 차오르는 느낌을 잘 챙기는 것은 독자가 알아서 잘 할 나름인지, 나에겐 담배잎을 타놓은 물을 마신 듯, 입안 그득 쓴 느낌이 먼저이다. 구두를 신은 채, 가려운 발등을 긁는 것 같은 답답함도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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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5-05-2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구판으로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나중에 개정판으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편안한 오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