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기와 1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새움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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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오늘 늦잠을 잤다.
회사에 가야 하는데...... 지각 대신에 병가를 냈다. 마음이 적잖이 찝찌름하다. 지난주 토요일에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주 토요일 그러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반차를 내고 쉬어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터인데.... 체제와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어기는 일을 하는 걸, 너무 겁내는 소심한 나.

문득 어그제 읽었던 빨간기와 1, 2가 생각난다. 소심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외부 견제들에도 항상 마음만은 태평이던 그 시절 그 때의 활력을 생각나게 해 주려함인가보다.

이 소설의 배경은 문화 대혁명기 이른바 홍위병 세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혹독한 역사적 폭풍이 휘몰아친다고 할지라도 소년들은 좌충우돌 가운데서도 건강하게 거듭성장하고 성숙하고자 한다는 진실.

'임빙'과 그의 친구들은 빡빡머리 우리 중고생 시절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빡빡머리에 심한 장난을 쳐댔던 적은, 그러니까 여학생이라 그럴 수는 없어 완벽하게 공감을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들끼리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어울려 다니고, 속으로만 좋아하던 여학생과는 엇갈려 상처받고, 늘 어딘가 조금은 배가 고프던 시절.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이 불만스러운 주체 못할 기운이 속에서 박박 끓곤 하던 시절의 그 치기어린 느낌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제현되어 있다. 슬프지만 어쩐지 엉뚱하고 무식하고 천연덕스럽고 썡둥맞던  그 시절을 투박한 질그릇 속에 담아 구수한 된장찌개 처럼 내온  잔잔한 향수의 소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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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보니 왜 갑자기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생각나는지! 우리의 고지식함은요, 그 영화의 소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구요. 토닥토닥. ^^

icaru 2004-12-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하~ 그러게말이죠~ 그 어린 선생님...그리고 다쓰러져가지만,....그래도 건재했던 학교...

장찌이의 <집으로 가는 길>과 오버랩되어서 떠오르네요... 비슷한 배경이었죠~



~ 이안님...토닥토닥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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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막연히 그런 생각 많이 했다. 외국에 나가서 살면 좋겠다고. 그런데 나는 최근 두 가지 일을 계기로, 그 막연한 생각에 작은 마침표 하나를 찍었다. 하나는 이 책 때문이고, 하나는 친구의 경우 때문이다. 먼저,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그 아이는 6년 전에 가족 모두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갔다. 그 친구는 현재 한국을 무척 그리워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여건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실현 안 될 가망성이 99%에 가깝다.) 이민 가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하던 공부를 살려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직종의 일(베이비시터, 썸머스쿨 한국어 교사 등)을 거쳤고, 현재 네일 아트 일을 하고 있다. 사실 뉴욕에 사는 한국인 여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리 고국에서 수련한 학문의 정도가 깊고 얕고 간에,) 네일 아트 일을 한다는 게 친구의 말이다.(그리 고되지 않으면서도 적지 않은 수입을 가져다 준다고.) 그 아이가 전하는 뉴욕 생활은 한국의 케이블 채널 속 섹스 앤 시티에서 보는 네 여성의 삶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곳은 소수 이민족끼리의 갈등도 많고, 주류 백인들의 소수 민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 뿐만 아니라 보이는 차별도 심하다고. 특히 9.11 이후에. 게다가 문제는 언어이다. 성인이 다 되어 영어를 완전 마스터하는 것은 어려운 일. 이민자로서 주류에서 자신의 자장을 넓히며, 살기 위해서 한 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아야 하고, 이 책 속의 헨리 박이 그런 것처럼, 한국적인 일체의 것을 자신에게 체화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친구는 말한다.

하지만, 한 살 때부터 그 곳에서 철저히 미국 사람으로 산다고 해서 그가 주류 미국 시민으로 사는 것도 아니다. 헨리의 어린아들 밋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주류에 끼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국외자로서 갖게 되는 관찰 능력이 있다. 그 관찰 능력이 거대하게 민감해진(그러니까...이렇게 소설의 주인공이자 나래이션으로 설정될 수 있었겠지...) 이민 1.5세대 헨리 박이 주인공이다. 그와 백인 아내 릴리아 사이에서의 아들 밋에 대해 그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엄마를 닮아 흰 피부에 가까웠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을 한다.


“ 나는 우리 아들이 고국의 언어를 결코 배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생각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애가 자신의 세계에 대하여 하나의 감각만을 가지고 성장하는 것이 내 희망이기도 했다. 하나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삶. 그래야만 아이의 반은 노란색인 넓적한 얼굴로는 얻을 수 없는 권위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러다가 아이가 일곱 살때 백인 아이들과 놀다가 사고로 죽게 된다. 유색 인종에 대한 어릴 적부터의 고질적인 놀림과 치열한 기득권 싸움의 단면을 헨리 아들의 사고가 보여 준다.


그러면서 헨리 박은 생각한다.

“백인처럼 생활을 하면서 백인이 될 수 없는 나는 누구인가.”


헨리 박에게 정체성의 의문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이다.   


이 소설에서 뉴욕에 사는 소수민족 집단인 한인들의 독특한 삶, 즉 비시민권자들의 삶을 희석시키는 것은 아내 릴리아가 맡기도 한다. 그녀의 직업은 이민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 교사이다. 그녀는 언어(영어)를 웃음거리로 삼는 창백한 백인 여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작게는 한국인으로 건너간 미국 이민자의 정체성 찾기를 실감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소설이며, 넓게는 이 나라 안에서 살건 밖에서 살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살건 간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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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늘 2004-09-2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 얘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사람마다 각자 환경과 경험에 따라 미국 생활에 대한 시각이 다르니까, 제 얘기만으로 일반화할 순 없겠죠. 저도 한국에 있었으면 외국생활을 동경하고 있을지도...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곳에서의 새 출발에 대한 기대는 누구나 조금씩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듯 해요.
소영씨(복순이언니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서재 자주 둘러봐야겠어요. 책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소영씨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요.^^

icaru 2004-09-2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친구...의 이야기를 리뷰로 써먹은 꼴이 되었네...기분이 이상한 걸...

내가없는 이 안 2004-09-2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고민스럽게 하는, 만만치 않은 소설이겠는걸요. 외국에 휙 나가 살았음 좋겠단 생각, 사회에서 거세게 부딪힐수록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요... 글쎄, 그 뿌리라는 것이, 일단 나가면 껌마냥 질기게 작용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과 살 때는 별로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참... 아마 이런 사람이 코 높은 사람들 속에 서 있으면 김치 먹고 싶다고 울며불며 할 것 같아요. 헹.

icaru 2004-09-2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분량도 분량이지만.... 주제가 무거워 좀 심각해지기도 했던...음...그랬어요.. 오래도록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답니다...공교롭게도 저 책을 잡을 때마다 일이 생기곤 해서...가뜩이나 두께도 만만찮았는데....나중에 다시 한번 천천히 정독하고픈 책이래요~!

비로그인 2004-09-2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복순 아짐. 난 지금 거즘 10여페이지 남겨두고 끝내질 몬 했는데..크..먼저 리뷰럴 올려버리다뉘. 도대체 언제 회사일이랑 서재질 하시고 게다 또 언제 리뷰를 쓰시냔 말임돠. 얼굴 이쁜 사람들이 글까지 잘 써버리면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고요! 암튼 되레 지가 다 민망코만요. 근데 이창래라는 분 말에요. 사진 보면 좀 뚱허니 무슨 갈비집 사장처럼 생겼는데 책을 읽다보면 군데군데 지성적인 언어로 번뜩이는 묘한 느낌을 받아요. 꼭 쿤데라나 파스칼 키냐르의 문장을 읽는 듯한. 근데 책의 내용은 재미완 다소 거리가 멀어보이는 듯..아, 리뷰 좋아요. 조옿습니당..

2004-09-20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7-2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갈비집 사장 .. 구져...사진엔 얼굴에 어깨선까지만 나왔지만...몸집은 아마 풍선 같을거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동글한 어깨선 땜에...복돌언니....이렇게 좋은 책을...훌훌훌....영원히...감사해요...!!
글구...힘내시고욧...! 저도 힘내고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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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에서 동구라는 아주 착한 소년을 만났고, 그 녀석의 가족 이야기 때문에 나는 울고, 웃었다. 동구네 할머니를 보면서 엄청 무서우셨던 살아생전 우리 친할머니도 생각났고, 나를 가르쳤던 초등학교 적 선생님 생각도 났고, 이상하게도, 지금은 이빠진 호랑이신 우리 아버지가 내가 동구만할 때의 젊으셨을 적 생각까지 부쩍 많이 났다.  이 소설은 동구의 이야기를 따라서, 잠깐 나를 어린 시절로 돌려 놓았던 듯하다.


사람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면적인 성숙을 불러오게 하는 ‘부조리하고 흉폭한 세계’와의 맞닥뜨림이 필요한 듯하다.

한 친구에게 나는 그런 것을 물은 적이 있다.

“너는 니가 언제부터 부쩍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나.”

친구가 말했다. “나는 열한 살이 되도록 산타클로스가 실제로 있는 줄 알았다. 엄마 아빠가 그만큼 곱게만 키워 주셨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아빠가 사업에 크게 실패하시자, 이후 가족들이 전셋집을 전전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곱고 편안하게만 자라왔는지 알았다.”

이 친구에게 내면적 성숙을 위한 “흉폭한 세계”와의 대면은 바로 아버지의 사업 실패라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여기 착한 동구에게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각설하고......


심윤경의 글은 ‘언어의 마력을 갖고 있다’ 둥의 책 뒷표지의 평론가들의 칭찬이 하나도 과장이 아니다 싶게, 글을 잘 썼다.

작가의 글이 빛나는 부분은 그러니까, 작가가 이건 정말 잘 하는구나 하고 생각되는 부분은 ‘서사’이다.

주리 삼촌과 선생님의 등 뒤로 훔쳐본 어지러운 어른들의 세상을 들어내는 방식이라든지, 소설 속 등장 인물의 성격을 섬세한 내면의 변화를 ‘서술’하거나 일일 ‘직접 표현하는’ 방식을 쓰지 않았다. 그는 독자들이 탄복하며 알아차릴 정도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도록 글을 썼다. 이걸, 사람들은 ‘밀도 높은 서사’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동구는 어른스러워서"라는 박 선생님의 칭찬에, 선생님이 자신을 어른으로 생각한다며, 기뻐하는 동구의 모습.   흡...동구가 나로 하여금 오랜 동안 미소짓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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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1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꼭 읽고 보고 싶네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9-19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또 늦었네요. 이 책 사다놓고 있었는데 님이 먼저 리뷰 올리셨네요. 역시... ^^ 그동안 두문불출하면서 책을 파셨군요. 흥. ^^

icaru 2004-09-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켁켁...

님 리뷰도 기다릴께융~!
 
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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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아이인 꼬마 월트 녀석이 사부를 만나면서 공중 부양술을 익히게 되고 인생도 알아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폴 오스터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가벼운 소설이라 들었는데, 나는 왜 이 소설이 서글픈 것인지 모르겠다. 월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재애를 느꼈던 이솝 형아와 부모애를 느꼈던 수우아주머니, 그 두 사람을 잃었기 때문에? (한 사람은 흑인이고, 한 사람은 인디어의 후예라는 이유로 무지막지한 KKK 단원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게다가 예후디 사부 마저도 슬픈 운명에 처하기 때문에? 

 

그 모두가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날 씁쓸하게 만든 것은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고, 또 사부까지 잃게 된 월터의 그 이후 삶에서, 더 이상 인생을 송두리째 걸고 싶어하는 큰 목표를 상실한 사람에게 보이는 징후 같은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힘들었지만. 그 때가 좋았던 것일까. 이솝 형아도 있고, 수우 아지매도 있고, 비록 이 되바라진 월터 꼬맹이에게는 쉽지 않은 수련의 과정(? 월트는 사부의 무시와 비난과 냉대가 너무 싫었지만, 공중 부양시키는 기술을 전수해 주겠다는 말에, 시키는 것은 다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내게 된다. 말오줌을 먹으라면 먹고 개똥을 먹으라면 먹고, 다락방에 매달아 놓은 로프에 고치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을 겪었지만, 첫 공중 부양을 하던 그 때가 황홀할 만큼 행복했던 거 같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공중곡예사가 되지만, 더 이상 날 수 없어지는 현실. 그리고 제 2의 인생을 암흑가에서 보내게 되고, 그 곳에서 언뜻 성공한 인생인 듯 살아가게 되지만, 야구선수 디지 딘에 대한 이상한 강박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를 죽이려다 살인미수에 그치고 암흑가의 영광은 허물어진다.

 

 

이 책의 원제는 미스터 버티고다. 고소공포증. 멋지다. 내 꿈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인데, 내가 가장 두려워하곤 하는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산의 절벽이나 고층 건물의 옥상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넘어다니는 것. (두번째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으로 꿈 속에서의 나는 같은 작업을 수백수십 번 반복해한다. 아주 징그러운 꿈이다.)

 

고소공포증을 느낄 만큼 인간사도 상승고가를 치달아 끝간 데까지 올라가 볼 때도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떨어져 추락하게 되어 있다. 월트가 공중 부양을 하게 되었지만, 곧 지독한 두통을 얻게 되었듯, 사부 때문에 혹독한 나날들을 겪기도 했지만, 또 사부 때문에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았듯,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혀 감 잡지 못하겠다. 그것이 이 소설의 교훈이다.    


밑줄 그은 부분


남자건 여자건 아이건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는 내면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집중만 한다면 누구라도 내가 원더보이 월트로서 달성했던 것과 똑같은 위업을 다시 이루어낼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당신 자신이기를 멈출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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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원제가 멋지군요. 인생이란 걸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일 듯싶어요. 그런데 딴소리, 제 가까운 사람 중에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전 그 방면에선 의외로 담담한 편이에요. 그래서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가슴으로는 잘 모르겠는... 대신 꿈을 좀 무서워해서 글쎄, 꿈 공포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 잡담을 늘어놓다 가는군요. 헤헤.

icaru 2004-09-1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원래 삼천포 이야기가 더 재밌지요~
저도 실상에서도 보다 꿈에서 높은 곳을 더 무서워하는 듯 해요... 제일 무서운 것은 절벽에 두 팔로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꿈인데...

꾸고 나서 그런 생각해요... 다음에 또 꾸면...그 땐 두 손을 과감하게 놓아버려야겠어....라고요오...

잉크냄새 2004-09-1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것 같네요. 보관함에 들어갑니다. 더이상 인생을 걸만한 큰 목표를 상실한 인간에게서 보이는 징후가 무엇인지 읽어봐야겠어요.
요즘 님은 몰래 숨어서 책만 읽나 봐요.^^

비로그인 2004-09-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혀 감 잡지 못하겠다. 그것이 이 소설의 교훈이다.
오오, 멋진 리뷰에요. 저 마지막 문장들이 더욱..근데 거 봐봐요. 바쁜 척 하심서 계속 책을 읽고 계셨어..암튼 전 아슬아슬하게 경사진 계단을 내려가는 꿈, 정말 무서워해요.

icaru 2004-09-18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께...일독을 권하고 싶습죠~!! 추석 휴가까지는 책 많이 읽을라구요...언제나지만...계획만 잔뜩이랍니다......추석 이후로다가.....하기 싫은 일...어려운 일 복잡한 일...정리해얄 것들...다 미뤄 놨기 땜에...

그때되면 또...그저 하루야 무사히 가라 함서...책과는 상관없이...멍청히 지낼거이 뻔할뻔~자인디요.....

복돌언뉘...언니는 항상...제게 칭찬을 넘치게 해 주세요...절반 깎아서 받구..기뻐할께유~!

Lethe 2004-11-09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 폴오스터 매니아들이 하도 많아, 본의아니게(?) 그의 많은 작품을 읽었죠. 근데 저랑은 좀 감성코드가 안맞는듯 했어요. 근데 이게 그나마 제일 재밌더군요. 앗 뭐더라... 제목 잊었는데, 사라진 영화배우 이야기랑요. 그게 뭐더라......

icaru 2004-11-1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진 영화배우 이야기라~ 그게 뭘까나...



안녕하세요! 레테님...! 님은 공중곡예사가 젤...재밌으셨군요...음...역시...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들이랑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거 같아요....

제가 읽은 바에 의하면요...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레이몬드 카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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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의 단편 소설들이 나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인공들 대부분이 비전문직 종사자 혹 서민 계층이다.


주인공들 대부분이 다양한 직업군을 이루기는 하지만, 그날 벌어 그날 먹고,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물들이다. <코끼리>에서는 돈만 빌려달라고 하는 파산 지경의 동생, 이혼한 전부인, 빌어먹을 놈팽이와 결혼한 딸, 혼자 사시는 노모를 둔 중년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비타민>에서는 ‘나’의 아내가 비타민 방문 판매를 힘들여 하고 있고, ‘나’는 병원 잡일을 하면서 술만 마시는 남편이다. <체프의 집>에서 주인공은 알콜 중독인 남편과 별거 상태에 있는 아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남편의 애원을 뿌리칠 수가 없어 새로운 애인을 버리고 그에게 향했지만, 결국 집주인의 체프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희망을 꿈꾸었던 그 집에서 둘은 나오게 된다. 그걸로 끝이다. 

 

둘째, 실패자의 이야기가 있다.


실패자는 카버가 좋아하는 소재인 듯 보이고, 사실 독자인 내가 좋아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실패자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들을 목도하노라며 우리들의 ‘생’ 자체에 대해 전율을 하게 된다.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에서도 본다면 그렇다.(사실 이 단편은 실패자의 이야기라 할 수는 없을거다.)  우리가 바라보는 인생에서의 행복은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성실하게 살았던 한 가족에게 어느 날, 닥친 사소한 사고. 그리고 불행. 아이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막연하고도 간절한 염원. 하지만 아이는 죽었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다 해도, 어쨌든 그들은 할 수 있는데 다 했고 갈 수 있는데까지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제과점 주인을 찾아간 일)은 언젠가는, 정말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사사롭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해볼 정도의 가치는 있는 것이다.  

 

단편 <비타민>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야말로 완벽한 실패자의 모습이다. <비타민>이 그렇다. 특별히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다. 인생의 패잔병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는 것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이 예전부터 그리고 있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인생 속에 갇혀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실패자이다. 모두가 마을을 나와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한다. 딱이 어디에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꼽은 카버의 문장

“누군가가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결국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 뒤, 하루키의 서평 중에 문장

“완벽한 사랑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그 막연하게 가설의 온기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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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4-08-3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11시 퇴근길. 터벅터벅 거의 무아지경으로 남산을 넘어갑니다. 문득 눈 앞에 보름달에 가까운 밝은 달이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챕니다. 엊그제 본 외가집 하늘위의 총총한 별들은 없지만 오직 달만이 홀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 고즈넉하니 가슴을 적십니다. 아~이럴 때 행복하다고 생각해보자 라고 머릿속에 암시를 하며 걷습니다. 걷는 느낌이 달라지더군요. <가설의 온기>...어렴풋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것도 같습니다.

hanicare 2004-08-3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버.기분이 저조할 때 읽으면 안되는 작가입니다.네버~.
그렇지만 정말 기막힌 작가이기도 하지요.저는 대성당을 읽었을 때의 전율이 생각납니다.재료자체와 소금만으로 요리한 기막힌 음식의 맛처럼, 기름기와 치장을 걷어낸 언어만으로 승부하는 단편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하지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3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실패라는 화두를 좋아하시는군요. ^^ 복순이언니님, 자꾸 이런 책 들이대시면 어떡합니까. 너무 읽고 싶잖아요. ^^

stella.K 2004-08-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이 책 읽었었는데, 무척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기억 밖엔...전 이상하게 미국문학이 좀 안 맞드라구요. 못 쓴 작품도 아니면서...^^

2004-08-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8-3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루살이 님...
생활 반경에 ‘남산’이 들어가는 분이 젤로 부럽습니다!!!
얼핏이라도 ‘남산’ 근처가 나오는 영화도 좋구요...미술관 옆 동물원처럼요...
헉...삼천포로 빠졌네요....
일시적인 위안거리로 연명을 하듯 살아가는 게...삶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문득하지요...
(너무 꿀꿀한 멘튼가?)
설령 가설의 온기일지라도 그 온기를 품을 줄 아는 삶은 현명한 걸꺼라 여겨집니다...!!
님...내내 행복하십셔~!

하니케어 님....
흐흐...전 얼른 숏컷이 읽고 싶습니다. 사실...이 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은 하루키 때문이에요.. 적잖은 영향을 받았노라고 하두 강조를 해대서리....님의 말씀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시선과 뇌파를 통과하는 모든 것들이 죄다 비관적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겪긴 했지마는.... 입맛에는 제법 맞더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읽기 전에는 약간의 우려도 한 게 사실이거든요.... 레이몬드 카버가 나에게 안 맞을수도 있겠다. 일테면...로멩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소설집에 크게 감응할 수 없었던 것처럼요. 재료 자체와 소금만으로 요리한 기막힌 음식의 맛처럼, 기름기와 치장을 걷어낸 언어만으로 승부하는 단편의 최고봉이라고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안 님~!
꼭 읽으십시요......! 리뷰 기다릴께요...

스텔라 님...!
그러게요...레이몬드는 카버는 폴 오스터나 그밖의 작가들처럼 스토리 작가는 아닌 듯 하지요... 전개, 위기, 절정, 대단원...모....이런 걸 따라 읽는 재미가 덜해서이지 않을까...


2004-08-31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2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