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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와 1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새움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오늘 늦잠을 잤다.
회사에 가야 하는데...... 지각 대신에 병가를 냈다. 마음이 적잖이 찝찌름하다. 지난주 토요일에 쉬지 않고 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주 토요일 그러니까 오늘 하루 정도는 반차를 내고 쉬어도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터인데.... 체제와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어기는 일을 하는 걸, 너무 겁내는 소심한 나.
문득 어그제 읽었던 빨간기와 1, 2가 생각난다. 소심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외부 견제들에도 항상 마음만은 태평이던 그 시절 그 때의 활력을 생각나게 해 주려함인가보다.
이 소설의 배경은 문화 대혁명기 이른바 홍위병 세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혹독한 역사적 폭풍이 휘몰아친다고 할지라도 소년들은 좌충우돌 가운데서도 건강하게 거듭성장하고 성숙하고자 한다는 진실.
'임빙'과 그의 친구들은 빡빡머리 우리 중고생 시절을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빡빡머리에 심한 장난을 쳐댔던 적은, 그러니까 여학생이라 그럴 수는 없어 완벽하게 공감을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친구들끼리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어울려 다니고, 속으로만 좋아하던 여학생과는 엇갈려 상처받고, 늘 어딘가 조금은 배가 고프던 시절.
딱히 이유를 알 수 없이 불만스러운 주체 못할 기운이 속에서 박박 끓곤 하던 시절의 그 치기어린 느낌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제현되어 있다. 슬프지만 어쩐지 엉뚱하고 무식하고 천연덕스럽고 썡둥맞던 그 시절을 투박한 질그릇 속에 담아 구수한 된장찌개 처럼 내온 잔잔한 향수의 소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