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쪽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을 하찮게 생각하고 멀리한다. 멀리하기 대문에 책의 사용이 더 어려워진다. 일단 책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책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손 닿는 곳에 두고, 혹은 이동할 때는 들고 다니다가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곧바로 책장을 열면 된다. 무엇보다도 책을 가까이 두고, 읽다 보면 잘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신념을 갖자. 그것이 첫걸음이다.

 

 

 29쪽

 

 책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의 무지를 일깨워준다는 점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가운데 편안하게 읽기 시작하자. 거의 눈에 비춘다, 혹은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도 좋다.

 

 

 

 35쪽

 

 요즘 어디든 인구가 한 10만 명만 모여 사는 곳이면 대형 할인점이 몇 개씩 생기는 것을 보면서 '아, 물건값이 조금만 싸도 사람들이 모이는데, 영혼과 관련된 정보의 값을 몇 배는 더 싸게 얻을 수 있는 서점은 공간도 협소하고, 그나마 있는 곳도 파리를 날리는구나' 하면서 속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경제가, 펀드가 어떻고, 국민소득이 어떻고 하는 걸 보면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러면서 책은 우리 영혼의 유기농 채소인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48쪽

 

 현실적으로 그러다면 옛날과 달리 형형색색의 책이 다 나오는 현대에는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어야 진정한 의미의 독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략) 잠정적으로 현대인이라면 한 달에 4권, 일주일에 1권꼴로는 책을 읽어야 적어도 정보 습득의 전체 양적 측면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1년에 50권 정도의 책을 읽는 셈인데 이렇게 적어도 한 20년은 읽어서 1000권 정도는 읽었다고 해야, 수량에 있어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57쪽

 

  서재는 책의 거소이고, 사유의 집이며, 영혼의 안식처다. 책이 몇 권 꽂혀 있지 않은, 비록 책꽂이 하나뿐인 서재라도 그 가운데서 우리는 꿈을 먹고, 영혼의 위안을 구하고, 내일을 설계할 수가 있다, 우리의 자세 여하에 따라서. 사고 여하에 따라서. 그러므로 도서관과 서재를 가꾸는 것은 다름 아닌 책 읽는 이의 과제다.

 

 

 65쪽

 

 책의 세계는 강박과 잘 통하는 세계다. 책을 쓴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다 정도를 벗어난 사람들이다. (중략) 그런데도 귀중한 시간과 재화를 책에 투자하는 것이다.

 

 

 99쪽

 

 책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책과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겸허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책 속에서 글을 쓴 사람의 진수를 발견하려는 또 다른 사람은 겸허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현명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책읽기는 극히 이기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겸허함과 현명함은 책의 사용을 제대로 가능케 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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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1.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 임승수 씨가 쓴 책(공동저자 이유리 씨도 있다)이어서 더 관심이 갔다. 그러나 이런 분야가 본인의 장기는 아닌 듯했다. 전반적으로 글이 '선동적으로 쓰여졌다'는 느낌이었고,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계자료도 분명했고 근거가 있었는데도 '왠지'. 내가 충성스런 국민이어서 그런 건 결코 아닐텐데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은 뭘까.

 

2. 소제목 하나하나는 궁금해 죽겠을만큼 흥미롭다.

 

3.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저렇게 허술한 거짓말에 속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만큼 국가가 '국가'란 이름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조작했다는 소리니까 좀 무서웠다. 국가는 생각보다 위험하고 강력한 존재였다. 수많은 국민 중 고작 한 사람 분인 내가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는 그런 막강한 존재. 그러니 국가의 거짓말이 더 치명적인 것.

 

4. 고작 별 5개로 책 한 권을 평가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 선택할 수 있는 별수가 10개는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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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앞자리 1, 2번 좌석에서 영화를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남의 말에 귀 팔랑팔랑해서 영화보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여튼 다들 화제에 올리는 영화라서 내리기 전에 꼭 보고 싶었다. 이제훈이 나오건 수지가 나오건 무관심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납뜩이 플짤만으로도 숨 못 쉴 정도로 웃었는데 그걸 큰 화면으로 다시 한 번 보고 싶을 뿐이었다. 추억에 젖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라는 극찬과 결국 개미남 개미녀의 얘기일 뿐이라는 비난이 공존하는, 정통 멜로인데 영화 밖 분위기는 어떤 영화보다 '시끌시끌한' 「건축학개론」을 보러 간 이유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딱 맞았다. 생각보다 일찍 등장한 납뜩이는 이미 수십 번을 본 얼굴이었는데도 웃겼다. 웃음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어떡하지 너?' 명대사를 영화관에서 직접 보다니 황송할 지경이었다. 재 보면 분명 몇 분 나오지 않았을 배역이었는데도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재밌고 욕 참 차지게(찰지게로 써야 맛이 더 살 것 같지만)해서 매력적이긴 한데, 순진한 승민을 어설픈 선수로 만들지 않을까 가슴 졸였는데 알고보니 좋은 친구였다. '썅년'이란 격한 표현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납뜩이의 작품이었다.

 

 재수하면서 다니는 독서실에서 만난 예쁜이 둘을 각각 싱숭이 생숭이로 부르고, 중3인 생숭이를 소개해 줄까 하며 승민이에게 인심을 쓰려고도 하고, 고백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내로라하는 쑥맥이었던 승민이 용기를 짜내어 서연에게 뭔가 하려고 시도했던 건 아마 팔 할이 납뜩이 덕이었을 거다. 비록 납뜩이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유치한 애들 장난'에 불과할지라도. 자는 애한테 시도한 도둑키스도, 머뭇거리며 첫눈 오는 날 이야기를 어색하게 꺼냈던 것도. 건축학개론 수업 과제를 한다며 떠난 날 서연이 그렸던 미래의 집 설계도를 모형으로 만들어 집 앞에서 기다리던 승민. 추운 날씨에 꽁꽁 언 몸을 녹이기 위해 마셨던 소주팩 두 개와, 고백 멘트를 준비하던- 걱정과 설렘이 공존하는 얼굴이 여전히 생생하다. 진부한 듯한데도 참으로 신선한,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랄까.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서연은 영화 속에서 내내 거슬렸던 강남에 작업실까지 둔 선배와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돌아온다. 그 장면을 목격한 승민이 애써 만든 모형을 집어던지고 돌아올 때, 코끝을 에이게 만드는 추위보다 더 강력했을 마음의 한기가 내게도 불어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나 역시 짝사랑에 골골거리던 시절에는 우스우리만치 일희일비했었다. 문자메시지 하나에 두근거리고, 또 다른 문자메시지로 실망하고 자책하고. 나는 내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나는 고작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모른다. 왜 내 사랑만 힘들까 하는 푸념과 절망이 구멍뚫린 내 마음 빈틈을 가득 메웠었다.

 

 어떤 형태로든 삶 안에 흔적 남기고 있을 '첫사랑'을 끄집어내준 영화였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메인카피도 귀신같이 잘 뽑았다고 생각했다. 그랬지, 그랬겠지. 돌아보면 귀여운 호감 정도에 무리해서 앓았던 것 같은데도, 그땐 어찌나 간절했던지. 그래서 지금의 남자친구를 첫사랑이라고 자신있게 꼽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간절함의 정도의 마음고생의 크기, 짝사랑이 유지된 기간 등을 볼 때 물불 안가리고 흠뻑 빠졌던 첫 상대인 건 확실한 듯하다. 덕분에 '저 사랑에 빠졌어요'라고 동네방네 티내고 다녔던 여리디여린 4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승민과 마찬가지로 달뜬 마음만 앞서고 실은 무척 서툴렀던, 풋내기 시절의 내가.

 

 하지만 동시에 첫사랑은 잘 간직해두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거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는 지저분하고 찌질해질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뭘 어떻게 해 보려고가 아니라, 단지 첫사랑이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라도- 현재의 서연은 그래선 안 됐었다. 넥타이 선물 정도야 호의로 옹호할 수 있더라도, 잔디밭에서 낮잠자는 승민 옆에 누웠어도 안 됐고, 결혼 사실을 알고 나서는 더더욱 경계했어야 했다. 옛 첫사랑을 따라 흐르는 자신의 마음을 통제했어야 맞다. 승민도 마찬가지다. 결혼 앞둔 여자가 있으면서 첫사랑의 집 짓기 때문에 결혼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 됐다. 밤과 술이 있는 한 남녀 간 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말도 있는데, 서연이 고꾸라질 정도로 술에 취하게 두어서는 안 됐다. 맥주 한 캔을 따던 그 밤에도 괜히 짐 옮겨주겠다며 나서지 말고 곱게 돌아갔어야 맞다. 추억의 힘을 핑계로 입맞추는 일 같은 것도 만들어선 안 됐는데. 이러니 아름답게 포장한 개미남 개미녀 영화라는 혹평이 나오지.

 

 서로 좋아하고 있었는데도 입을 떼 마음을 전하지 못해 헤어지게 됐던 그들에게 너무 가혹한 말을 내뱉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소심하지는 않나 보다. 그땐 정말 뵈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진짜 사랑에 빠져들게 되면 다 그런 것 아닌가? 승민은 나만큼 간절하지 않았거나, 간절했어도 용기를 덜 냈거나 둘 중 하나겠다. 정말 붙잡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그게 삽질이 됐든 어쨌든 더 적극적으로 돌진했어야 했다.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과거 첫사랑을 좇기만 하는 건, 그럴싸한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까마득한 예전, 둘의 마음이 같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하필 그때였다니. 현실은 참으로 잔인하다. 그러니 우리는 그때그때 마음껏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닐까. 관심 있으면 관심 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고. 그걸 제때 못해 재회한 후 몹시 질척거렸던 승민과 서연을 돌아보면 말이다.

 

 정통 멜로이면서도 사랑 이야기가 다가 아니어서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는데, 실망스럽게도 사랑타령만 잔뜩 적어두었다. 다음 편엔 좋았던 다른 것들을 엮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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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어쩌다가 여분의 자유라도 생기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는 법이거든. 아, 인간의 운명이란!

 

 

36쪽

 

 중요한 것은 핵심만을 뽑아서 그것을 표현해 내는 일이라네. 그러면 적은 표현으로 많은 울림을 가져올 수 있네.

 

 

 

 

56쪽

 

 아이들은 나름의 의지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가? 의지에 대한 그런 특권이 어디서 나오는 건가?

 

 

82쪽

 

 "뭔가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당장 '그것 바보짓이다, 그건 똑똑한 짓이다, 그건 좋다, 그건 나쁘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게 다 뭡니까? 어떤 행동의 속사정 같은 것을 알아보고나 하는 말인가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을 밝힐 줄이나 아나요? 만약 그렇게 할 줄 안다면 당신들은 그처럼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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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 잘나가는 신입사원 20명이 공개하는, KI신서 1451
이현택 지음, 남기웅 감수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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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못 읽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1. 읽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상황 때문에 못 읽은 경우

 2. 텍스트 해석 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뭔 말인지 모를 경우

 3. 재미가 없을 경우(=기대한 효용을 못 얻은 경우)

 

 

 이 책은 3번째였다. 특강도 두 번이나 들어본 적 있는 자소서 컨설팅 면에서는 꽤 알아주는 분이 자소서를 모아 만든 책인데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잘나가는 신입사원들이 이런 자소서로 합격했다고 하는데, 그럼 나 따위의 자소서는 얼마나 따분하게 느껴졌을까. 자기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을 에피소드화하는 것도 어렵고, 그 에피소드가 남의 눈에 들기도 참 어려운 건데 말이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았고 개중에 흥미로운 것도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을 더 들여 완독하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지나치게 각색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던 것 같다. 냉정히 말해서 내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상품인지를 소개하는 글이 자소서라는 건 안다. 그래서 적절한 형태와 규격을 맞춰야 하는 것도 잘 안다. 근데 지나치게 말끔하게 정리된 모습이 더 어색하고 불편했다. 인생에 흠집도 있는 거고 심하게 까진 부분도 있는 건데, 마치 분장을 위해 그럴싸하게 만든 상처를 보는 것 같은..?

 

 인간 하나를 소개하는 건데 인간미를 느낄 수 없다니, 더 이상 내가 이 책을 더 보고 있을 이유가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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