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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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작이 「저녁의 구애」였고, 「토끼의 묘」와 「동일한 점심」까지 읽었다.  소설을 많이 읽진 않지만 한 번 몰입해서 읽으면 후딱 해치워버리는 게 생각나서 가볍게 읽을 생각이었다. 또 제목의 뜻이 궁금했다. '저녁의 구애'. 저녁식사가 나에게 구애를 한다는 건 아닐 테고, 저녁 때의 구애를 말하는 건가, 여하간 흔한 제목은 아니었고 편혜영이라는 작가도 신문 귀퉁이에서 발견했던 기억이 나서 보았다.

 

 토끼라는 말에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라 상당히 집중해서 읽었는데 의외로 무척 싱거웠다. 사실 이 책을 읽다 포기한 것도 뭘 말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힘들고, 글이 밍밍하다 못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동일한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들이 매일 겪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면면을 자세히 묘사하긴 했지만 그 자체는 무감동했다. 그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공감이 가거나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내가 일본 소설을 안 좋아하는 게, 풀어 써봐야 그다지 의미도 없을 만한 것들을 길게 늘어뜨려 지나치게 세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인데 이 소설도 그런 류에 해당했다. 그런 재미없는 글자 나열을 보기 위해 소설책을 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만 이 소설집을 재미없게 읽었나, 내 취향이 이상한가 싶어서 알라딘 책 소개를 참고하니 지루했던 「토끼의 묘」도 상을 받은 작품이었고 평점도 8.6점으로 높았다. 현대인들의 '진짜' 공포는 영화 속에서처럼 위험하거나 급박한 상황이나 비상식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늘 이어지는 별 거 아닌 듯한 일상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했다. 이를테면「동일한 점심」에서 아침 시간에 벌어진 기차역 사고를 다루는데, 그때에도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드러내려는 건가.

 

 어쩌면 너무 무미건조해서 이렇다 저렇다 소감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게 현대인의 삶인지 모른다. 작가는 글로 현실을 담아내는 사람이니 따지고 보면 억울할 만하다. 체감하는 현실이 이런데, 그래서 그 느낀 바를 쓴 건데 한 소리 들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소재로 책을 쓴다고 해도 독자들이 기대하는 만족도를 어느 정도는 채워줘야, 대중소설로 제 몫을 다한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빌린 걸 후회한 책이었다. 그래도 이왕 빌린 책이니 꾸역꾸역 다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그냥 덮었다. 편혜영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첫 만남부터 유쾌하지 않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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