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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식물 - 세상을 보는 식물의 시선
마이클 폴란 지음, 이경식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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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셰익스피어는 일년 내내 가장 달콤한 때를 봄이라고 했다. 그러면 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과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호기심 덕택에 읽은 책이 바로『욕망하는 식물』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보다 중요한 대목은 사과라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그 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달콤함이라는 복잡한 사실에 있다. 이것이 사과의 욕망이라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간의 욕망이라고 주장했을 텐데 이러한 믿음도 공진화(共進化) 앞에서 다시금 수정되어야 한다. 즉 사과의 욕망이자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다윈은『종의 기원』에서 자연 선택과 인위 선택을 말한 바 있다. 진화의 주체가 자연이냐 사람이냐, 라는 것이다. 결국 한쪽이 주체가 된 반면에 다른 한쪽은 객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진화의 패러다임에 따르면 상황이 바뀐다. 공진화라는 것이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체내지 객체라는 규정은 무의미하다.

이런 측면에서 사과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야생사과에서 골든 딜리셔스에 이르는 사과의 역사는 곧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사과나무는 벌 대신 인간을 선택하였고 그 보답으로 인간은 달콤한 맛을 얻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아름다움의 욕망인 튤립, 도취의 욕망인 대마초, 그리고 지배의 욕망인 감자가 나온다. 튤립의 욕망은 색깔과 대칭성에 있으며 대마초의 욕망은 극단적인 깨달음이라는 경이로움에 있다. 마지막으로 감자의 욕망은 식물을 줄을 지어서 심는 단일 지배에 있다.

이 네 가지 욕망에 대한 저자의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비판은 경고의 메시지여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감자의 줄 세우기는 앞서 말한 공진화의 논리를 무색하게 한다. 감자의 야생성을 무시하면서 오로지 경제적인 효과만을 생각하는 인간의 부의 욕망이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가령, 감자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주인은 절대로 자기의 감자를 먹지 않는데 놀람과 심각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는 보통 다른 종(種)에 비해 강한 존재라고 부른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종(種)을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과연 진정으로 강한 존재인지 의심하게 한다.

이 문제에 대해 루소는『에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즉, 능력이 욕구를 능가하는 존재는 그것이 곤충이나 벌레라 할지라도 강한 존재이다. 반면에 욕구가 능력을 능가하는 존재는 그것이 코끼리나 사자 영웅이라 할지라도 약한 존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가 사과나 감자를 굳이 욕망하는 식물이라고 부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식물로만 존재하면서 길들여진다면 식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식물은 길들여지길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네 가지 식물을 둘러싼 문화의 역사와 변동, 그리고 모순과 위기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식물의 욕망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다양하고 너그럽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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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0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아님이 읽으시는 책마다 담아가고 싶어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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