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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멈과 호랑이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
박윤규 지음, 백희나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평점 :
멀게 만 느껴지던 옛 이야기가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그림책으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생동감이 있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그 리듬을 따라가면 한 권의 책을 꿀꺽 삼킬 수 있습니다. 읽는 재미 못지않게 보는 재미도 솔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나온『팥죽 할멈과 호랑이』는 눈여겨 볼만합니다. 그냥 흔하고 흔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한지로 만들어진 팥죽 할멈과 호랑이가 그림과 함께 때로는 빛그림(사진)과 함께 입체적으로 나오고 있어 전혀 색다른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입말의 묘미를 살렸습니다. 옛 이야기는 특성상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말하는 이의 솔직하고 담백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구수한 이야기에 속도와 긴장감을 한층 불어 넣고 있습니다. 결국 듣는 이는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하나 보기 드물게 의성어와 의태어가 경쾌합니다. 호랑이가 어슬렁 어슬렁 알밤이 폴짝폴짝 통통 자라가 엉금엉금 척척 지게가 겅충겅충 껑충 등 아주 효과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작 하나하나 소리 하나하나에도 온 신경을 모았습니다. 그만큼 작가의 세심한 배려로 아이들이 우리말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있어서도 재미는 측면을 아름답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할멈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를 혼내주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알밤에게 눈을 데이고 자라한테 코를 물리고 물찌똥이 때문에 벌렁 넘어지고 그것도 모자라 송곳에 찔립니다. 하지만 호랑이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랑이가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멍석이 둘둘 말아버리며 지게가 업고는 계곡으로 내던져 버립니다.
호랑이에게는 안됐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속이 후련해집니다. 호랑이가 벌을 받는 것이 통쾌합니다. 우리 아이도 덩달아 박수를 쳤습니다. 아이에게도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또렷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아이에게 나쁜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나쁜 사람을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호랑이가 물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옛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진리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같은 그림책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책 읽는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을 맑고 건강하게 합니다. 팥죽이 맛있듯 이 책은 아이에게 좋은 영양소가 정성껏 담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