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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산사 가는 길
이기와 지음,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산사(山寺)에서 삶을 바라보면 어떨까? 고단하고 쓸쓸하다.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오히려 밋밋해 보이는데 정작 우리에게 치명적인 외로움은 절 밖에 있다. 삶의 길목 길목이 먼지투성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먼지 속에서 우리는 숨 막히며 살아가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아픈지 오래다. 그래서 산사에서 하루는 고단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이 책 『비구니 산사로 가는 길』은 우선적으로 우리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세상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길로 동행하게 한다. 그 길을 걸으면서 우리는 길이 있어 걷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진정으로 걸어야 길이 됨을 안다. 더불어 산사의 풍경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바쁘게 살아온 우리를 청량하게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다. 비구니 산사를 처음 들어본다. 산사면 다 같은 산사인줄 알았는데 비구니 산사가 있다는데 말에 다소 놀라웠다. 따지고 보면 속세에서 남녀의 구별은 그럴 듯 보이는데 아무래도 수행에 있어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비구니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말을 아는 순간 여승들에 대한 차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여승 즉 비구니는 걸식하는 여성이라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게 금지되었던 수행의 조건도 변성성불(變性成佛)해야만 비로소 가능했다. 여성을 남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아릿한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 3시, 속세는 캄캄한 어둠이다. 어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우리는 잠들어 있다. 하지만 목탁 소리가 고요함을 깨우는 산사에서는 스님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이다. 나도 이처럼 모든 번뇌를 버리고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갈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느 정도 아픈 속을 비워낼 수 있다. 이 모두가 9할에 가까운 출가에서 얻어지는 삶에 대한 사랑이다. 그러니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가 예사롭지 않다. 나머지 1할은 돌멩이와 풀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에 있다. 그래야 우리 마음속에서 연꽃이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