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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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이제 10년은 너무 긴 세월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하는 세상을 볼 때마다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러니 격변하는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더구나 거대한 변화의 역사를 겪은 이야기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 성장이라는 불행한 현실 구조에서 살고 있다. 국민 소득이 적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불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성장이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다고 해서 세상이 좀 더 행복하거나 좀 더 정의로워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대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는 소설가 위화의『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어야만 하는지 궁금하다. 위화의 삶에는 마오쩌둥의 흑백 시대부터 등소평의 컬러 시대까지 지난 30년의 중국의 일상적 모습에 담긴 역사적 층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흑백 시대에는 정치논리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컬러시대에는 경제논리였다. 사회적 변화의 속도에 발생하는 각종 이데올로기들이 날카로워지면 개인은 국가의 운명에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작가의 실천적 삶은 현재 우리 사회가 참으로 뼈아프게 요청하는 ‘공공 지식인의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인민(人民), 영수(領水),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 등 10 개의 키워드를 통해 중국의 고통을 들려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작가의 목소리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을 산채(山寨), 홀유(忽悠) 등 낯선 단어를 생각한다면 중국의 고통은 만만치 않은 주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의 무게에 눌리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세태 한탄이라고 한다면 모를까, 10개의 단어는 그 시대의 신산한 풍경을 마주하게 했으며 중국의 고통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 보게 했다.

 

그 다른 각도 중에 있어 무엇보다도 삶과 글쓰기는 끝없이 나뉘는 갈림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에 고통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쉽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이 소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사람들의 마음속 아주 깊은 곳에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353p)

 

남의 고통은 나의 고통과 어느 정도 상관성이 있는지 모호하다. 그럼에도 남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게 되면 그 순간 남의 고통과 나의 고통은 투명하게 된다.  이 책에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우리들과 나누려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중국의 고통이 그의 고통이며 더 나아가 우리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은 참혹하다고 해도 작가의 글쓰기는 버릴 수 없거나 버려서도 안 되는 희망이다 . 삶이 곧 글쓰기가 되며 그런 순간 또 다른 고통과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고통은 소통의 언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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