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 철학카페 -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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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면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취업, 결혼, 사랑, 죽음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이토록 고민하는 순간순간이 곧 철학적인 순간이지 싶다. 그럼에도 철학하면 어려운 탓에 꼭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고스란히 남는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칸트 등 이름 있는 철학자들을 ‘과시적 소비’할 뿐 정작 그들 앞에서 우리는 대개 무기력하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철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철학만큼 삶을 단단하게 하는 것은 없지 않을까?

 

안광복의『도서관 옆 철학카페』는 철학이라는 단단한 독서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상철학자라고 불리는 저자는 철학을 두루 섭렵하고 해독하며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다. “모든 이해는 오해다.”라는 니체의 말을 무기 삼아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한 오해는 책의 내용을 100% 공감해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거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이러한 긍정적인 오해가 없다고 한다면 오늘날 철학자들의 문제의식은 쉽게 공유되지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인생이 순탄하지 않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공이나 행복의 뒷면에는 무수한 실패와 좌절, 그리고 절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인생의 쓴맛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듯 실패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이진경이『삶을 위한 철학수업』에서 말한 ‘사건’과 ‘사고’를 주목하면서 실패도 삶의 일부이며 위대한 자산이라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즉,

 

사고가 많은 인생은 그 사고와 크기만큼 안타깝고 불행하지만, 사건이 많은 삶은 그 사건의 수와 크기만큼 풍요롭고 행복하다.

 

그럼, 이진경이 말한 사건과 사고의 차이가 뭘까? 둘 다 뜻밖의 시련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사건은 실패의 한계를 넘어 인생의 목표를 깨달으며 성장하게 한다. 반면에 사고는 실패에 타협할 뿐 어떠한 도전도 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까닭에 이진경은 “두 번 긍정한 사람은 불행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든다.

 

인생은 목표의 연속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지도 커다란 질문이다. 러셀에 따르면 생업 혹은 소명의 문제를 ‘소유의 욕구’와 ‘성장의 욕구’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소유의 욕구가 일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면 성장의 욕구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경쟁자와 우정을 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제시한다. 즉, 경쟁자를 노예로 만든다면 자신의 가치는 보잘 것이 없다. 반대로 경쟁자를 주인으로 존경한다면 자신의 가치는 높은 인정을 받게 된다. 이밖에도 나이 먹기가 두렵지 않으려면 마르크 폴리가 말한 “매 시간이 마지막 시간일 수 있다면 그것은 최초의 시간만큼 아름다울 것이다.”는 삶의 밀도를 높게 한다.

 

『도서관 옆 철학카페』를 읽으면서 ‘도서관 옆’을 생각해봤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도서관은 고독하다. 어느 누구는 먹고 살기도 바쁜데 한가롭게 도서관에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불평하겠지만 도서관은 짜증내지 않고 고독을 이겨내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서관은 ‘고독을 이기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도서관의 가치를 너무도 모른다. 우리가 도서관을 짓고 있음에도 정작 도서관은 우리를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도서관이 공부방보다는 철학카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주말마다 독서와 사색을 위해 도서관에 간다는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혜’를 몸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0.1% 가능성이더라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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