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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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과학은 얼마나 의미 있을까? 사이언스 이즈 컬처(Science is Culture)라는 서문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오늘날의 키워드는 과학은 문화이다. 지난 10년간 과학은 정치, 경제, 예술, 지성의 지표를 바꾸어 놓았다. 과학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인식을 바꿈과 동시에 인류의 가치 체계, 그러니까 지구 그리고 인간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현대화하고 있다. 신념, 민주주의, 자유 시장 같은 개념들도 물론 세상을 바꿔 놓은 힘이다. 그러나 과학은 가장 보편적이고 압도적인 변화의 매개체다. 오늘날 과학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은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아주 기초적인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정식을 풀다보면 ‘1+1=2’라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 지식을 알게 된다. 과학의 역사란 체계적으로 과학 지식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학의 역사에서 고민해야할 문제는 과학 지식의 우열도 아니며 과학 지식이라는 그 자체 개념에 몰입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학 지식이 어떻게 해서 얻어지는 것인지 탐구하는 사고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실존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구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KAIST 뇌과학자 김대식이 이야기하는김대식의 빅퀘스천은 우리에게 31가지 커다란 질문을 던진다. ‘삶은 의미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정의를 기대하는가’, ‘만물의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가등등. 그런데 통찰력 있는 질문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그의 1.4 킬로그램의 뇌는 과학뿐만 아니라 신화, 철학, 문학, 영화 등을 넘나든다. 생각해보면 앞서 말한 질문에서 즉, 삶의 의미이며 정의 등에 관한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과학 지식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것.

 

가령,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먼저 흄과 칸트가 지적한대로 논리적으로 필요것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질문이 18세기부터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라고 바뀌는데 그 답은 아주 단순할 정도다. , ‘물체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는 양자역학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무는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에 유이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는 랜덤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생물학적 사랑, 그러니까 정자와 난자라는 생식세포가 결합하는 유성생식이다. 반면에 사회학적 사랑은 지속적인 번식에 대한 욕망이며 철학적인 사랑을 또 하나의 나를 만나는 것으로 확장한다.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을 질문들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에 대한 답이 고리타분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저자 말대로 의미라는 것이 용도라고 했을 때 주어진 용도에 맞게 인문학적 사유를 충실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영원한가에서 보듯 다음과 같이 감각적 있는 자기성찰을 펼치게 된다.

 

민주주의는 자동차도, 기차도, 배도 아니다. 민주주의 자전거이며 비행기이다. 멈추는 순간 넘어지고 추락하는, 직접민주제.대의원제.대통령제 모두 언제든 과두정치와 독재, 무질서와 카오스로 변질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확률적으로 너무나도 불완전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엄청난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폭 넓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사고 능력이다. 단순히 과학적인 지식만으로는 복잡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보면서 우리는 우주에서 펼쳐지는 블랙홀, 웜홀을 생각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시간은 왜 흐르는가에 관한 맥락적 지식, 융합적 지식을 얻게 된다. 그만큼 과학은 문화라는 것이며김대식의 빅퀘스천을 읽으며 또 다른 우주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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