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사이언스 클래식 24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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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창세기6장에는 노아의 홍수가 나온다. 150일 동안 홍수로 세상을 심판하는 것이다. , 사람들이 악()해지자 하느님이 사람을 만든 것을 후회하여 내가 창조한 사람들을 이 땅 위에서 쓸어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기어 다니는 것들과 하늘의 새들까지 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사람을 심판하는 데 있어 더 이상 물이라는 비유(比喩)는 통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메슈 화이트가 말한대로 헤모클리즘(Hemocly)’, 즉 피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 간의 종교, 이데올로기 적인 갈등이 잔인하게 피의 보복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칠게 말하자면 현실이 폭력으로 인해 참혹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티븐 핑거는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우리의 비관론을 뒤집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폭력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방대한 통계적인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폭력의 논리는 문제될 게 없다. 적자생존이라는 자연선택에 따라 우리 또한 반격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에서는 생물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폭력성은 전략적으로 진화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두 가지 서사를 만들어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폭력의 방향의 서로 다르지만 두 사람이 다 옳다는 식으로 자기들을 합리화하는 방향에서는 같다. 이것이 도덕화 간극(Moralization Gap)이라는 것이다. 도덕화 간극은 자기 위주 편향이 좀 더 확대된 현상이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 본성이 순수한 악의 신화(myth of pure evil)’이라고 하는 이유는 도덕화 간극에서 빚어지는 폭력의 행위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은 도덕주의자의 관점이다. 즉 착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고 하더라도 가해자에게는 정당하고 합리적 반응이다. 이러한 순수한 악의 신화 탓에 악은 종교에서는 악마, 일상에서는 살인범, 납치범, 강간범, 마약범으로 구체화 된다. 따지고 보면 순수한 악의 신화에서 비롯된 폭력은 동물적 충동과 다를 바 없는 비인간적이다. 그런데도 저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표현을 빌리며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폭력을 역사적, 문화적으로 통계로 분석하면서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다. 지난 세기의 폭력이 현재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우리는 폭력의 그래프를 보면서 놀랍게도 폭력의 비율이 하향 곡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근거로 6가지 경향성을 주목하게 된다. , 비국가 사회에서 국가 사회로 넘어온 평화화 과정, 사회 규범의 발달에 따른 문명화 과정, 계몽주의가 이끈 인도주의 혁명, 국가 간 교역과 민주화를 통해 전쟁이 감소한 긴 평화, 집단 살해나 테러와 같은 소규모 충돌도 꾸준히 감소한 새로운 평화,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 권리, 동물권 같은 권리 혁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흥미로운 주제는 폭력 대 비폭력을 다루는 심리가 아닐까? 앞서 말했듯 우리 본성은 악마이거나 선한 천사이다. 폭력의 구조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포식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보복한다. 이러한 폭력에는 5가지 경향이 있는데 포식적 폭력, 우세 경쟁, 복수심, 가학성, 이데올로기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감정 이입, 자기 통제, 도덕 감각, 이성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선한 천사가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에 있어 비례(proportionality) 감각으로 도덕적 균형이 요구된다. 선한 천사라고 해도 비례 감각이 불균형을 이루다면 오히려 폭력의 도구로 전락한다. 자기 통제를 벗어나면 자기기만(self-deception)’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빌 게이츠가 내 평생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다라고 말한 것은 결코 자기 통제를 벗어난 말은 아니다.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시간을 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우아한 미개인과는 달리 20세기는 대량살육의 시대로 알고 있는 지금, 어느 누구도 폭력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폭력이 감소했다는 것을 감정 이입하고 있다. 감정 이입은 전염성이 강한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더 나아가 우리 본성에 깃든 선한 천사의 날개를 활짝 펼치게 하며 인간적인 사회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이제 노아의 홍수라는 낭만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그만큼 우리의 이성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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