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자 - 세상을 지배하는 다섯 가지 협력의 법칙
마틴 노왁.로저 하이필드 지음, 허준석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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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노왁과 로저 하이필드가 함께 쓴『초협력자』를 읽은 이유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때문이었다. 죄수의 딜레마는 당신과 당신의 공범이 경찰에 잡혀 있을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나, 당신이 자백하고 상대방이 자백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1년 형을, 상대방은 4년형이 구형된다. 둘, 이번에는 반대로 당신이 자백하지 않고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당신은 4년 형을 상대방은 1년 형이 구형된다. 셋, 둘 다 서로를 자백하지 않는다면 둘 다 2년 형이 구형된다. 넷, 둘 다 서로를 자백한다면 둘 다 3년 형이 구형된다. 이중에서 당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은 상대방의 선택과 상관없이 ‘배신자’가 되는 것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최상의 선택이 배신이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놀랍게도 다윈의 진화론도 배신의 논리다. 자연선택의 이면에는 자연이 선택한 ‘적자’(The Fittest)만이 그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는 것이다. 다윈적인 사고에 따르면 경쟁자에게 협력하는 것은 진화론에 역행하는 것이다. 즉 자연선택은 죄수의 딜레마에서 협력에 반하여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명의 다양한 본질을 탐구하다보면 자연선택의 한계만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까닭에 대하여『초협력자』는 ‘생물계의 양지’라는 주장을 펼친다. 즉 자연선택이 생물계의 음지라고 한다면 협력은 생물계의 양지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간을 최고의 협력자라고 말한다. 단순히 협력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협력자는 경쟁이 아닌 협력하기 위해 다섯 가지 메커니즘을 모두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직접 상호성, 간접 상호성, 공간 게임, 집단 선택, 혈연 선택 등이다. 다섯 가지 매커니즘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직접 상호성은 ‘팃 포 탯’(Tit for Tat:TFT)이다. 협력의 진화에 있어 TFT는 ‘항상 배신하는 전략’보다 우월하다. TFT는 상대가 배신했을 때만 나도 배신하게 된다. 이보다 나은 전략은 ‘너그러운 팃 포 탯’(GenerousTFT)이다. 그러나 최상의 전략은 ‘이건 승리하면 그대로, 패배로 바꾸기’(WSLS:Win Stay, Lose Shift)이다.

 

간접 상호성은 평판의 힘을 말한다. 데이비드 헤이그는 “직접 상호성을 위해서 당신은 얼굴이 필요하다. 간접 상호성을 위해서 당신은 이름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이름을 인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바로 이 부분에서 언어의 빅뱅, 즉 언어의 협력이 요구된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언어를 창출했다고 믿고 있는데 저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로 언어가 우리을 창출했다고 한다. 수다 떠는 재주를 가진 인간이 동물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언어가 우리의 유연한 뇌를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를 통한 협력으로 수많은 생태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화해온 것이다.

 

공간 게임은 생명의 체스판이다. 우리가 설탕이나 우유를 얻을 때 아무에게나 부탁하는 대신에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이 왜 더 편한 것일까?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배신자가 언제나 협력자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지리적 요소를 추가했을 때 상황은 달라진다. 생명의 공간 게임에서는 협력자와 배신자가 나란히 존재할 수 있다. 만약에 협력자들이 배신자들에게 둘러싸인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집단 선택은 부족전쟁이다. ‘다수준 선택’(multilelevel selection)으로 불리는 집단 선택은 의미 있는 사회 규범을 지닌 집단은 그렇지 않은 다른 집단들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접 상호성은 집단 선택과 협력하여 인간다움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마지막으로 혈연 선택은 혈연주의다. 생물학에서 적합도는 생존과 번식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개체의 능력 수준, 한 개체가 타자들에 비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자손을 남길 확률을 말한다. 그러나 포괄 적합도을 적용하면 개체보다는 친족을 통해서 작동한다. 가령, 개미나 벌 같은 사회성 곤충들은 ‘진사회성’(eusociality)으로 협력하며 자식을 양육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진화의 또 다른 법칙을 알게 된다. 전통적인 진화론에 따르면 선택(selection)과 변이(mutation)라는 두 개의 원칙이 강조되었다. 선택은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들을 솎아 내는 것이며 변이는 유전적 다양성을 일으킨다. 하지만 진화의 제 3 법칙으로 협력을 제시하면서 협력이 진화의 가장 능숙한 설계자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죄수의 딜레마를 주목한 것은 자연 선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가 한 번으로 끝난다고 한다면 자연 선택은 배신자를 이롭게 한다. 그러나 죄수의 딜레마가 반복적이라면 협력의 메커니즘으로 인하여 자연 선택은 가장 낮은 적합도를 지니게 된다. 저자들 말대로 생물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죄수의 딜레마에서 ‘값비싼 처벌’(costly punishment)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가능한 두 개의 전략은 앞서 말한 대로 ‘협력과 배신’이다. 그러나 처벌도 가능한 수가 된다. 값비싼 처벌은 다른 이들이 비용을 치르게 하기 위해 나도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값비싼 처벌의 비용은 3:1인데 상대방이 3달러를 잃는다면 내가 1달러를 잃어도 좋다는 식이다. 연구자들은 처벌이 협력의 메커니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타적 처벌’을 제안되기도 했다. 하지만『초협력자』에서는 처벌이 협력의 메커니즘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대로 “처벌을 두려워하고 보상을 바라는 마음 때문에만 사람들이 착해진다면, 사실 우리는 불쌍한 것이다.”라는 것이 처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지 않을까?

 

우리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빨리 가려고 한다. 이럴 때 혼자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며 함께 가는 것이 좋을까? 아마도 혼자 가는 것이 정직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세상에 온전한 승자는 없는 법이다. 비록 협력자와 배신자가 서로 공존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협력자가 최고의 포괄 적합도가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초협력자다.’라는 말이 우리가 우주에서 살아남게 될 가장 좋은 진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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