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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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여기에 관한 재밌는 실험이 있다. 일명 '돈과 의자 실험'인데 방법은 이렇다. A, B 실험자에게 서로 다른 화면이 나오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게 하는 것이다. A 실험자의 컴퓨터에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노는 화면을, B 실험자의 컴퓨터에는 지폐가 펄럭이는 화면이 나온다. 그런 후 A, B 실험자에게 다른 실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테니 자신의 의자 옆에 다른 사람의 의자를 옆에 가져다 놓으라는 것이다. 이것이 실험의 끝인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서로 달랐다. 즉 A 실험자가 상대방의 의자를 가까이에 놓았다면 B 실험자는 멀리 놓았다.

 

위의 실험을 통해 바스 카스트는『선택의 조건』에서 우리에게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돈은 인간관계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제가 호황인데도 여전히 행복의 만족도가 불황인 원인을 진단한다. 물론 돈이라는 물질적인 풍요를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다. 돈이 없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면 끔직하다. 불편함을 넘어 엄청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저자는 베를린 프리드리히 가의 한 모퉁이에 있는 전광판을 주목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급 레스토랑 위에 있는 전광판의 문구는 '자본주의는 사랑을 죽인다.'는 것이다.

 

때로는 복잡하고 지루한 설명보다는 간단한 문장이 오히려 더 감각적일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가 사랑을 죽인다는 메시지는 저자의 통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되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돈으로 인해 어느 정도는 물질적인 결핍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는 더 바쁘게 살아야 하는데 그럴수록 중요한 삶의 가치를 희생해야만 한다. 즉 정신적인 결핍 현상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친밀함도 찾아볼 수 없는 막막한 사막 같다고 할까? 또한 바쁠수록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불안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신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돈을 최고로 선택하고 있다. 일찍이 허버트 A. 사이먼은 ‘인간의 생각은 첫째 어떤 대상을 알아 볼 수 있는 방대한 능력과 둘째, 선택적 탐색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굳이 철학자의 사유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택의 질이라고 한다면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하지만 선택의 양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 말대로 선택할 게 많은데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물건을 선택하는 데 있어 ‘극대화자’인가, ‘만족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극대화자는 물건을 사기 위해 이것저것 탐색하며 오랜 시간을 투자한 반면 만족자는 자신이 세운 기준까지만 탐색한다. 이유인즉 극대화자는 최고를 추구하기 때문이며 만족자는 좋은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는 끝이 없다는 데 있다. 언제든지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고라는 극대화된 감정에 있어 기회비용은 늘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바쁜 현대인들에게 좋은 것은 뭘까? 느리게 사는 것이다. 느림은 단순히 천천히 걷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하게 걷는 것이다. 경쟁 사회에서 느림은 상대방의 빠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바쁜 사람들의 눈을 보면 괴테가 주변에서 직접 느꼈던 성급한 태도, ‘벨로치퍼리시’(veloziferisch)를 알 수 있다. 어디 그뿐 만인가, 그들의 ‘악마의 눈’(이탈리아어로 malocchio)은 어떤가? 그러나 느림은 결코 상대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적이어야 한다. 저자가『선택의 조건』에서 충고한대로 ‘절대적인 것이 상대적인 것을 이겨야’ 한다. 이것이 행복에 있어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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