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돌이켜 보면,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맨 먼저 만나는 것은 뭘까요? 윌리엄 윌리워즈는 <무지개>라는 시에서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셀레느니.’라고 노래했지요. 이렇듯 삶을 위로해주는 것들은 일곱 색깔처럼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어떤 사람은 책을, 어떤 사람은 가족이나 연인을, 또 어떤 사람은 종교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스스로 극복해 나갑니다. 그러나 아팠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것보다 더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답을 찾으려는 ‘질문’(question)이지 않을까요?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되는 것인지 제대로 바라보게 하는 솔직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잊혀진 질문』은 무지개(舞之開) 작가로 널리 알려진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인생에 관한 절실한 질문 24가지’를 나름대로 엮은 것입니다. 질문들은 하나같이 유한한 인간, 즉 3차원적 인간의 문제를 오직 3차원적으로 몇 번이고 해결하는 것이라면 앞서 말한 절실함은 허울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질문들은 사실 단숨에 이해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3차원적인 우리가 무한한 존재인 신(神)에 대해 뭔가 알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신을 변명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믿음’ 혹은 ‘체험’으로 우리의 정신을 깨닫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잊혀진 질문’은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린 것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아주 절실한 문제가 되는 셈입니다.

 

차동엽 신부는 인생에서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두 가지 질문, 즉 ‘Big Q'와 'Rael Q’를 던지면서 이 책의 부제에 나와 있듯 ‘가슴을 뛰게’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Big Q는 오랜 시간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그다음 Rael Q는 동시대인의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물음입니다. 저자의 질문은 고통, 기도, 신의 유무, 창조와 진화, 과학, 악인과 선인, 용서, 천국과 지옥, 지구의 종말, 꿈 등등 여러 가지 입니다. 이러한 물음의 이면에는 신앙심이 깊은 저자의 고백이 바탕을 이루고 있지만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거부감이거나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저자는 질문의 근본을 성찰하기 위한 근거로 성경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면서 특유의 ‘난문쾌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는 종종 사람의 탈을 쓴 짐승 같은 악인(惡人)들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고통의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을까?”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는 이 세상에 악인은 없다고 하며 우리의 귀를 의심하게 합니다. 악인이란 생각과 행동이 100% 악으로만 구성된 사람인만큼 가끔은 선(善)을 행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악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 을 선택하는 인간만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악인 히틀러’는 ‘인간 히틀러’가 됩니다. 인간이라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간에게 악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자유의지’라는 것입니다.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사람의 운명이 선과 악으로 결정되며 혹은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을 마주대할 때마다 어느 순간 일명 ‘얌체기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연 참된 기도일까? 라고 고민해봤을 것입니다. 겉만 봐서는 ‘나쁜 기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기도는 그 응답과 상관없이 이미 그 자체로 위로이며 보상’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가르침을 『닥터 지바고』에서 다음과 같이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리라는 신앙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교리도, 교회의 전례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내면의 음악이 필요했다. 인간은 이러한 음악을 자기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작곡할 수 없다. 리라는 삶에 대한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이러한 음악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녀는 교회로 갔다. 그곳에서 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고통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통의 참된 의미를 혼동한 채 무조건적인 긍정은 오히려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성공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복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복은 말 그대로 발생되고 창조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도라든가 긍정적인 희망으로도 좌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으로 모든 것이 고통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저자의 답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사랑’이라는 뜻 깊은 기쁨 덕분입니다. 온갖 절망에도 불구하고 그 해답은 “Do you love me?(당신은 나를 사랑하오?)”를 거듭 되묻는 것입니다.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말은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치유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유기농법’내지 ‘태평농법’을 권하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는 가장 큰 과제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며 이것은 ‘버티기’와 관련된 것으로 ‘계획농법’이 아닌 ‘drift’(표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우리의 영혼에서 '하늘 냄새'가 나고 있나요? 잊혀진 질문에서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결론은 괴테의『파우스트』에서 죽음을 앞에 둔 파우스트가 하나의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된 영혼을 깨달은 후 파우스트는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과 다르지 않다고 생의 의지를 토닥거렸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저자 말대로 "나는 영혼이다."를 말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면 사람 냄새는 물론 하늘 냄새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혼이라고 해서 저 멀리 하늘나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곧 '하늘의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혼의 힘으로 인해 우리의 칠흙같은 마음은 무지개로 찬란하고 기쁘게 빛나면서 삶의 용기와 위로를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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