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 문학의 비밀을 푸는 18개의 놀라운 열쇠
정여울 지음 / 이순(웅진)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 멘토링! 왠지 낯설다. 자기 계발에 관한 이런 저런 멘토에 귀가 닳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 시대 문학에서 실용성을 찾기 힘들다는 편견 때문일까? 그럼에도 저자는 명성에 걸맞게 낯설다는 장벽을 아주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저자는『정여울의 문학 멘토링』에서 문학의 비밀을 어렵지 않게 풀고 있다. 어렵지 않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읽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저자 말대로 이 책은 문학 참고서도 아니며 문학 이론서도 아니다. 오히려 문학 참고서와 문학 이론서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그 위치에서 문학과 친구가 되는 법을 유려한 필치로 멘토링하고 있다.

 

저자에게 문학이 영혼의 피난처가 된 것은 다름 아닌 ‘문학의 힘’ 이 거부할 수 없는 매혹 덩어리이며 삶을 보다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무한경쟁의 시대에 문학은 살아남기 위한 스킬, 스펙도 아니다. 우리가 성공하기 위해서 흑백(黑白)이 분명해야 한다. 흑백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예/ 아니오’를 요구한다. 이러한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정답’(正答)이 바람직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은 흑백이라는 단색(單色)이 아니다. 행복은 자유라는 다채로움에 있다. 문학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비밀 일기가 되는 것은 그만큼 삶의 진실을 잘 보여주는 덕분이다.

 

우리는 문학과 동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문학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은 문학과 ‘1대 1’의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은 우리가 영혼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정신적 비타민’이다. 그래서 만남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문학 속에 숨겨진 각종 ‘코드’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문학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며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의 기법이나 내용에 관한 것을 아는 것은 친구가 되기 좋은 방법이다.

 

가령, 문학의 기법에 있어 패러디를 ‘모방’이라는 ‘보수적 충동’과 ‘차이’라는 ‘변화의 충동’으로 접근하고 있다. 모든 창조에는 원칙적으로 모방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즉 창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으로부터 아직 없는 것’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 기법으로서의 패러디가 예술 작품의 창조적 원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패러디를 위한 패러디’가 아니라 ‘패러디를 통해 무엇을 창조하는가.’에 있다는 것이 궁극적이다.

 

또한, 시점의 문제에 있어 창작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는 것, 창조의 도구에 있어 은유가 ‘언어의 비료’라고 한다면 상징은 ‘문학의 보물 창고’라는 것, 반어법(verbal irony), 즉 아이러니는 단지 말 꾸밈이나 기교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로 태어나 무한한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본성이라는 것, 은밀한 풍자 혹은 우화라고 하는 알레고리는 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으로 문학의 마술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문학의 내용에 있어서는 확연히 분리된 두 세계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 트릭스터(trickster)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 너머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신비로운 생의 가치가 존재함을 일깨우는 존재라는 것, 문학 작품에서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착한 주인공)을 방해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악한 주인공)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한계를 실험하는 리트머스지라는 것, 기억은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한 자기 정체성의 표현 도구를 넘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윤리적 이정표라는 것, 인간의 생명과 생존 그 자체의 강력한 은유인 음식은 우리에게 사랑이자 사람, 그리고 삶 그 자체라는 것, 외부세계에서는 허구지만 마음속에는 진실인 환상성은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힘이며, ‘얼마나 재미있는 환상을 창조할 것인가’ 보다는 그 환상의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트라우마(trauma)는 어떤가?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지만 아름다운 문학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 통과의례를 겪어 낸 영웅의 제 1요건은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것,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는 모험은 ‘~하지 마라'(Don't)가 아니라 ‘한 번 해보자'(Let' do it!)라는 것, 오만한 인간에 대한 자연의 징벌쯤으로 여기는 대재앙이 사실은 현재의 소중함,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의 소중함이라는 것, 문학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은 희망이나 보답을 향한 열정이 아니라, 이 세상에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부신 기적을 느낄 줄 아는 지혜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문학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을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저자의 섬세한 통찰력을 깨닫게 된다. 문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문학 작품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학의 또 다른 얼굴은 세상의 모든 생물, 세상의 모든 사물과 교감하게 해주는 살아 있는 백과사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백과사전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 떠나는 끝없는 여행을 하는 것이다. 문학이 이 정도로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문학의 힘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문학은 최고의 멘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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