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0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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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누구든지 돈을 지불한 값어치만큼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은 무언가를 구입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건 아주 멋진 철학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5년만 지나면 내가 일찍이 알고 있던 모든 훌륭한 철학이 그랬던 것처럼 이것 역시 어리석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도 진실은 아닐지 모른다. 아마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일 것이다. 나는 그것이 무엇이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 나갈 것인가를 알아낸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는 자연히 알게 되리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중에서

 

삶을 철저하게 사는 것

삶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래서 누구나 삶을 철저하게 살고자 합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서 신문 일에 종사하고 있는 제이크는 투우사야말로 자신의 삶을 철저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여름마다 스페인에 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친구 로버트 콘은 투우사에게 흥미가 없었습니다. 로버트는 파리 생활의 답답함에서 벗어나 남아메리카에 여행가고 싶었습니다. 제이크는 로버트에게 다른 나라에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겨 다닌다고 해서 자신한테서 달아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파리에서 새로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지 않는지? 거듭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로버트는 남아메리카에 가면 어떻게든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며 파리가 싫다고 했습니다.

로버트에게는 유대인답게 완고하고 고집불통인 기질이 있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느끼게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다른 학생과 다르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학 시절에 유대인 취급을 받으며 느낀 열등감은 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더욱 뼈저리게 사무쳤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철저하게 권투를 배웠습니다. 누구든지 건방지게 굴면 때려눕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권투로 울분을 달래던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결혼했지만 아내와 불행한 결혼 생활로 인하여 매력 없는 성격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이혼하려고 벼르면서도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사이 아내가 먼저 그의 곁을 떠난 것은 충격이었지만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었습니다.

 

모욕적인 말을 들어서는 안 되는 사람

그 후 로버트는 문인들과 어울리며 잡지를 창간하였는데 막대한 비용 때문에 폐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그의 고민은 잡지를 발판으로 삼아 출세하려고 하는 프랜시스라는 여자한테 꽉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잡지가 성공할 가망이 없어 보이자 프랜시스는 그를 싫어하면서도 무엇이든 이용할 것이 남이 있는 동안 얻어내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유럽에 가면 글을 쓸 수 있다고 끈질기게 졸랐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파리에 머물렀습니다. 유럽에서 살고 있는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그도 미국에서 살았으면 좋았을 걸하고 생각할 때를 빼놓고는 꽤 행복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는 장편소설을 발표하고 나서부터 세상을 보는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직도 누구를 사랑해 본 일은 없지만, 자기가 여자들에게 매력 있는 남자라는 사실과 또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고 함께 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 단순히 기적 같은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프랜시스가 결혼하자고 하였지만 그는 울면서 거부했습니다. 그녀는 굳이 반대하지 않는 대신에 영국에 가려고 했습니다. 영국에 가는 비용으로 그가 100파운드 밖에 주려고 하자 그녀는 오히려 그가 인심이 좋다고 하면서 200파운드를 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말을 모욕적이었는데 그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말을 하면 금방 세계가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지금 바로 눈앞에서 파멸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참고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문학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을 감수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하게 되면 로맨스가 끝장나기 때문일까요?

 

반어와 연민

하지만 로버트의 새로운 로맨스의 연인은 공교롭게도 제이크의 옛 애인이었던 브렛이었습니다. 전쟁 중에 부상한 당한 제이크를 브렛이 간호해 주었습니다. 어떤 부상이나 불구가 당사자에게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지만 농담의 소재도 될 수 있었습니다. 제이크의 부상은 다름 아닌 성기(性器)에 상처를 입은 탓에 그런 꼴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제이크의 해묵은 우스꽝스러운 상처가 브렛에게는 지상에서 겪은 지옥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렛은 전쟁 중에 애슐리와 결혼했지만 애슐리가 이질에 걸려 죽자 돈 많은 마이크 캠벨과 결혼할 예정이었습니다. 제이크는 그녀를 좋아한 나머지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면서 자꾸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로버트에게 모욕적으로 “지옥에나 가버려.”라고 말했습니다.

제이크는 미국에서 건너온 작가 빌 고턴과 함께 스페인에 가서 낚시를 하고 팜블로나 축제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제이크의 친구들도 즉 로버트, 브렛 그리고 마이크도 축제에서 만나자고 하며 떠났습니다. 그들이 낚시하기 위해 머문 숙소에서 어느 날 아침, 제이크가 일찍 일어나 낚시 도구를 챙기자 빌은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반어와 연민’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빌은 “반어와 연민……. 기분이 내킬 때는. 아, 그들에게 반어를 안겨 주고 또 연민을 안겨 주라. 아, 반어를 그들에게 안겨 주라……. 기분이 내킬 때는. 약간의 반어를. 약간의 연민을…….”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제이크가 반어와 연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자 빌은 그를 최악의 국적 상실자라고 했습니다. 즉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지껄이는 데 허비하는 국적 상실자라는 것입니다.

 

거세된 소가 되면 살맛나지 않겠지

그들이 팜플로나에 도착하여 몬토야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제이크는 이 호텔의 단골 손님이이라 몬토야가 제이크의 친구들이 도착하여 투우장에 갔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몬토야는 제이크에게 빌이 ‘투우 아파시오나도’인지 물었습니다. ‘아파시온’이란 말은 스페인어로 열정을 말하며 아파시오나도는 투우에 열정에 보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제이크는 아파시오나도답게 빌에게 투우의 비밀을 알려줍니다. 황소들을 풀어놓은 울타리에 거세한 소들을 같이 넣는 이유는 서로 싸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황소들이 거세한 소들을 향해 덤벼들지만 거세한 소들은 아무 반항도 않으며 그저 친구가 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본 로버트는 거세된 소가 되면 살맛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로버트가 브렛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긴 마이크는 로버트가 마치 거세된 소가 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거세된 소처럼 아주 조용하게 살며 늘 붙어 다니는 로버트가 왜 불청객이 된 줄도 모르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비난했습니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본 로버트는 거세된 소가 되면 살맛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로버트가 브렛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을 못 마땅히 여긴 마이크는 로버트가 마치 거세된 소가 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거세된 소처럼 아주 조용하게 살며 늘 붙어 다니는 로버트가 왜 불청객이 된 줄도 모르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비난했습니다. 마이크와 로버트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지켜 본 제이크는 마이크가 로버트에게 그렇게 끔찍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마이크는 술버릇이 나빴으며 로버트는 결코 술에 취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문제는 마이크는 어느 정도 지나면 스스로 불쾌해졌는데 그것은 제이크가 살면서 배운 부도덕이라는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대신 믿는 것

드디어 축제가 시작되고 호텔에서 제이크는 몬타야의 소개로 페드로 로메로라는 투우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이크는 이제까지 무척 초연하고 품위가 있는 로메로처럼 잘생긴 투우사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이크는 몹시 흥분했는데 로메로의 투우가 끝난 뒤 브렛은 그의 초록색 바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투우는 그야말로 로메로의 독무대였으며 브렛은 다른 투우사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투우사들이 가짜 몸짓으로 불쾌감을 주었다면 로메로의 투우는 진실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더구나 로메로는 잘 생겼습니다. 젊은 투우사에게 마음을 빼앗긴 브렛 때문에 마이크는 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로버트는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습니다.

그러자 브렛은 제이크에게 그들처럼 고약하게 굴지 않는다고 하며 그가 자신이 사귄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브렛은 스스로를 성격 파탄자라고 했습니다. 로메로라는 청년을 좋아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망가진 기분 때문에 그것은 옳은 일이 되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투우사와 함께 도망을 갔고 이러한 사실을 안 마이크는 로버트가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지옥으로나 꺼져 버려.”라고 말하면서 참아 왔던 분노를 폭발시켰습니다. 그렇게 축제는 끝났고 모두들 상처를 가슴에 아로 새기며 떠났습니다. 스페인에 혼자 남은 제이크는 해변에서 수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브렛으로 부터 전보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곤궁에 빠져 있으니 찾아와 달라는 것입니다. 제이크를 다시 만난 브렛은 로메로가 떠났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로메로가 누구하고도 같이 살아선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로메로는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가 좀 더 여자다워진 다음에야 가능했습니다. 로메로가 그녀의 외모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에 그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흐느끼며 마이크한테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가 아주 지독한 데가 있어도 참 좋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더 이상 ‘화냥년’이 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하면서 그녀의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녀 말대로 하느님 대신 믿는 것이었는데 그녀에게는 하느님이 별로 효험이 없었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정복할까

제이크는 브렛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끈기 있게 둘러붙어 있기만 하면 참된 사랑이 모든 것을 정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러셀은『행복의 정복』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근본적인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인간에 대한 따듯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소유하기를 원하며 언제나 명확한 반응이 되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랑과는 전혀 다르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개인들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랑이며 만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려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 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제이크와 브렛은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제이크는 ‘길 잃은 세대’(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 세대)와 달리 견고했습니다. 제이크는 삶을 즐겼습니다. 그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삶의 절망보다는 소망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어쩌면 사랑의 정복, 혹은 행복의 정복은 태양이 다시 떠오른 것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견고한 믿음이야말로 자신에게 효험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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