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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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중에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휴대폰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괜한 오해를 낳는다. 뜻하지 않게 인간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난처함에서 단순한 해법은 운전 중에 통화를 하면 된다. 운전과 통화는 사람의 손과 눈에 달렸다. 한 손으로 운전하고 다른 한 손으로 통화를 하고 시선은 도로를 향하면 된다. 손과 눈으로만 놓고 보면 둘 다 문제될 게 없다. 운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도 운전 중 통화는 교통사고의 주범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인간의 주의력과 인지 능력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뒤엎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운전 중 통화의 위험성은 손과 눈이 아니라 ‘주의력 착각’에 있다. 즉 운전 중 통화를 하게 되면 주의력이 산만하게 된다. 산만한 정신은 우리의 인지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통화를 하면서 주의력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주의력이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바로 눈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혹은 옆에서 부딪치는 오토바이를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맹시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실험에서 비롯된 사고틀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실험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학생들을 흰 셔츠, 검은 셔츠 두 그룹으로 나눠 농구공을 패스하게 한다. 그런 후 농구공 패스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흰 셔츠 학생들의 패스 횟수가 몇 번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패스 횟수보다는 동영상 중간에 고릴라 의상을 입은 사람이 9초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실험 참가자들은 고릴라를 봤는가? 라는 질문에 놀랍게도 약 50%가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탁월한 인지 심리학자답게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실험에서 심리적 맹시를 역설하고 있다. 심리적 맹시는 달리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 부른다. 무주의 맹시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사물이 나타나면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바라보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릴라를 바라보면서도 고릴라를 못 볼수 있다. 바라보는 것이 보는 것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바라본다고 해서 그 존재를 알아차린다고 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실험은 정도에 따라서 단순하고 평범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고 평범하다고 해서 파장 효과가 적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착각은 인식의 오류이며 직관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다.『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혹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6가지 일상의 착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6가지 일상의 착각은 주의력 착각을 비롯하며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을 말한다.

 


기억력 착각이란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한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중요하다. 가령, 사람들은 기억을 회상 할 때,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을 마치 자기 자신이 겪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이것을 ‘기억 출처의 오류(failure of source momory)’라고 한다. 자신감 착각은 자신감으로 그 사람의 능력, 지식,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력이 없는 데도 리더가 될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 있는 목격자가 자신 없는 목격자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된다.

 


지식 착각은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는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에 대해 로젠블리트는 ‘호기심 많은 꼬마’ 게임으로 설명했다. 인과관계를 찾는 과정에서 ‘그건 왜요?’를 계속 되묻는 것인데 사람들이 한 두 개만 더해도 대답들 못한다는 것이다. 원인 착각은 세 가지 편견과 관련이 있다. 즉 우리가 패턴을 인식하고, 우연의 일치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며, 앞서 일어난 사건이 뒤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라고 믿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재력 착각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아지 활용하지 못하는 지적 능력이 우리 뇌에 엄청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상의 착각에 대한 저자들의 통찰력은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의 서문을 빌리자면 ‘일상의 착각에 대해 알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세상사에 대한 더욱 뚜렷한 직관과 생각을 갖게 된다. 가령, 잠재력 착각에 있어 ‘모차르트 효과’는 지능 자체를 향상시키는 효과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들을 때 심리 상태가 좋아지고, 심리 상태가 좋아지면 IQ가 높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뇌 활용도 10%’에 있어 두뇌 활동을 향상 시키는 것은 인지 훈련이 아니라 걷기 운동이 더 효과적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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