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 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
이언 에어즈 지음, 이종호.김인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사과(apple)만큼 우리의 선택에 끼친 과일은 없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善惡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황금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다. 그리고 최근 경제학 분야에 있어 리처드 탈러의 사과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다음과 같이 사과 선택 문제를 냈다.

첫 번째 선택은 다음과 같다.
(A) 일 년 후에 사과 1개 받기
(B) 일 년이 지난 바로 다음날 사과 2개 받기

두 번째 선택은 다음과 같다.
(C) 오늘 사과 1개 받기
(D) 내일 사과 2개 받기

그는 선택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면 (B)와 (D)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B)와 (C)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언 에이즈의『당근과 채찍』을 보면 리처드 탈러의 사과 선택 실험에 나타난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Hyperbolic discounting)이다. 즉 사람들은 보상이 눈앞에 가까워질수록 작더라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택한다. 반면에 보상이 지연되면 상대적으로 가치를 덜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당장은 사과 1개를 선택하고 먼 미래에는 사과 2개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태 역전은 ‘동태적으로 비일관된 선호 현상’으로 불리는데 저자에 따르면 경제학에서 벌어지는 행동주의 혁명을 이해하는 열쇠였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경제적 유인(誘因)은 ‘당근과 채찍’이다. 당근이 어떤 행동에 대한 조건부 보상이라고 한다면 채찍은 어떤 행동에 대한 조건부 처벌이다. 보상과 처벌은 경제적 유인의 기본 요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선택을 설명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당근과 채찍은 더 이상 성공적인 유인을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에서는 ‘약속 실천 계약’이 최선의 유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둘의 차이는 선택의 유무에 있다. 당근과 채찍은 보상과 처벌에 따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속 실천 계약은 억제력 때문에 미래에 잘못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채찍을 설정하여 선택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약속 실천 계약이 가치 있는 이유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앞서 말한 과도한 가치폄하를 하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갈등 회피자’다.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 그들은 ‘미루기’와 ‘미리 하기’라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 약속 실천 계약은 이 책의 부제에 나와 있듯 ‘목표로 유인하는 강력한 행동전략’이 된다. 이는 자신의 행동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도 아주 유용하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정보와 유인’에 중점을 두었다면 행동경제학에서는 리처드 탈러가 말한 ‘선택설계’가 중점이 되었다. 전자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돈이 중요했다. 반면에 후자는 다른 사람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약속 실천 계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3개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3개의 문제란 어떤 것으로, 누구에게, 어떤 결과를 말한다. 첫 번째 어떤 것으로는 실질적으로 약속이 정확히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다. 이 부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너무 강한 채찍은 참여 제약을 부르기 때문에 채찍의 크기를 정할 때는 ‘중간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이 있는데 손실이 이익보다 2배나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50달러를 걸면 10퍼센트의 금연 가능성이 있고 200달러를 걸면 80퍼센트의 금연 가능성이 있다고 하자. 금연 가능성의 확률이 ‘탄력적’이라고 한다면 돈을 많이 걸수록 돈이 절약되는 것이다. 그러나 판돈의 액수가 과하게 많아지면 금연 가능성의 확률은 ‘비탄력적’이 된다.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누구에게는 약속 실천 계약의 상대바이 누구여야 하는가에 있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다른 사람들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경쟁자이며 비판자다. 이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을 따라하게 하는 ‘또래 압력’과 ‘자기 협박’의 놀라운 효과를 알게 된다. 이러한 역반응은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즉 유인은 유인 대상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을 목적과는 반대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채찍의 역반응을 살펴보면 어린이집들이 부모가 늦게 올 경우 벌금을 부과했을 때 오히려 부모들은 늦게 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효과적인 방법은 부모가 늦게 올 때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가난한 교사가 그 지각한 부모에게 돈을 주는 경우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인체계는 부모들에게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어떤 결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한다. 약속을 거부하기에는 너무 좋은 당근이면 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나쁜 채찍이면 된다. 그러나 때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한편 약속 실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다잡기, 규칙적인 자기 감시, 자신에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 성공했다는 착각, 최적의 탄력성이 중요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잘게 쪼개야 한다. 이른바 비둘기 프로젝트(Pigeon Project)로 불리는 스키너의 단계적 접근법은 ‘결국’(Eventually)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즉 동물들이 원하는 복잡한 행동을 ‘결국’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고개를 까닥거리는 간단한 동작을 할 때까지만 기다리고 점점 원하는 동작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약속 실천 계약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약속 실천 계약의 문제점은 바로 자제력이다. 자제력이란 무한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준이나 한도를 넘어서면 고갈되고 만다. 순진한 계약자들은 프랭클린이 말했듯이 “하나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노력하다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령,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줄이려다가 인터넷에 빠지는 경우다. 이는 ‘중독 전이’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제력 고갈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자율 규제 능력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기존의 당근과 채찍에 대한 통념에서 벗어나 최선의 약속 실천 계약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행동경제학에 있어 최선의 약속 실천 계약이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가치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즉 당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갈등회피자가 아닌 ‘자기강박적 약속자’가 최고의 당근과 채찍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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