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윈은『종의 기원』에서 곰이 거의 고래 같은 동물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다윈 비판론자들은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 될 수도 있겠다면 반박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 왜 아직도 원숭이가 살아있는가? 따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가 하면 만약 이러한 진화가 사실이라면 왜 ‘원숭이인간’이라는 중간 형태의 화석이 존재하지 않는가? 라고 강한 부정을 거듭 주장하며 진화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창조론자 혹은 설계론자들의 질문 공세에 20세기 다윈주의자 리처드 도킨스는『지상 최대의 쇼』에서 궁극적으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진화는 ‘그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고 했다. 대신에 진화는 하나의 사실이다. 사실의 사전적 정의는 ‘실제 관찰이나 진짜 증언을 통해서 알려진 어떤 진실로, 그저 추출된 내용이나 추측이나 허구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론은 ‘어떤 사상들이나 진술들의 체계’다. 그래서 다윈의 진화가 사실이라면 자연선택은 이론이 되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진화라는 사실 자체는 반박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자연선택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추진력이지 유일한 추진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간 화석의 문제는 화석기록의 빈틈(gap in the fossil record)을 말한다. 이는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라고 하는데 인간과 다른 영장류를 이어주는 화석 증거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존재의 대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에서 보면 인간은 고등 동물이며 원숭이는 하등 동물이다. 하등 동물이 고등 동물로 진화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과정에서 연결고리를 다루는 것은 오히려 반진화적인 개념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이유인즉 인간은 원숭이에서 유래하지 않았으며 대신에 인간은 원숭이와 공통선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생종들은 선조를 공유하는 친척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화석의 빈틈은 존재한다고 역설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화석은 필요 없다. 화석 없이도 진화에 대한 변론은 물 샐 틈 없이 확실하다.’고 했다. 즉 화석이 하나도 없더라도 다른 분야의 증거들만으로도 충분히 진화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방대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앞서 말한 다른 분야의 증거들이며 책 제목에 나와 있듯 ‘지상 최대의 쇼’ 그 자체였다. 이 모두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친절한 진화론 입문서’것을 알게 된다. 그런가하면 ‘명쾌한 창조론 반박서’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무기경쟁과 신정론]을 다룬 12장이 가장 첨예하게 창조론의 허술함을 포착하고 있다. 창조론자에게 지구가 젊다고 한다면 진화론자에게는 늙은 지구다. 젊은 지구에서 신정론(神正論)을 모면 무기경쟁(armament race)이 발생하지 않는다. 설계된 경제라고 한다면 자연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존재로부터 이득을 얻는 공진화(供進化)다. 하지만 자연은 포식자와 사냥감에서 보듯 사악하며 무도덕적이다. 이런 공진화가 바로 무기경쟁이다. 돌 이켜보면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다.’라는 자연선택은 필연적이다. 이것이 곧 다윈이 말했던 “생명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윈의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고 했다. 오히려 자연선택을 혐오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음울한 논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저자는 진화를 부정하는 40퍼센트의 사람들 즉, 역사 부인주의자들에게 진화의 증거를 인정하고 이해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