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역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
찰스 밴 도렌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1) 저 나무 안에는 다람쥐가 있다.
(2)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태어나면 또한 죽는다.

위의 문장에서 (1)과 (2)의 차이는 뭘까? 먼저 생태계로 보면 전자는 사람과 동물들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단 특정한 환경이 필요하다. 가령, 배가 고프거나 다람쥐 둥지를 찾고자 하는 경우다. 반면에 후자는 사람은 알지만 동물은 모른다. 동물에게는 추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으로 보면 전자는 특수한 지식이며 후자는 보편적 지식이다. 그래서 사람이 알아야 할 지식이 보편적이라는 논리가 적용된다. 보편적 지식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아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정보와는 다르다. 보편적 지식은 지식의 발전과 축적의 성과다.

찰스 밴 도렌의『지식의 역사』는 말 그대로 지식의 역사를 개관하고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지식을 찾아’서 라는 부제만큼이나 방대하다. 저자 말대로 지식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21세기 지식 생태계로 변화했듯 지식 또한 같은 궤도를 지나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식의 궤도를 ‘진보’의 파노라마로 조명하고 있다. 지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당대인들의 정신을 어떻게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면서 지식과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연대기적 서술이 아닌 보편사적 관점에 따라 지식의 변화는 진보는 멈추지 않았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해 지식의 진보의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BC 6세기 그리스의 지식 폭발이다. 고대인의 지혜는 투키디데스의 말대로 강한자의 정의였다. 이것은 성스러운 것이며 올바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스 시대는 아르스토텔레스가 “아는 자는 곧 알려진 것을 지닌 자”라고 말했다. 여기서 알려진 것은 ‘에피스테메'(epsiteme)라고 부른 것으로 학문이었다. 학문은 체계화된 지식을 말한다. 이러한 학문 덕분에 첫째, 무엇에 관해서든 여러 가지 진리들이 아니라 오로지 단 하다의 진리만이 있다는 관념이 생겼다. 둘째 아는 사람과 알려진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에 대한 관념이 생겼다. 셋째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생겼다. 넷째 과학 그 자체의 관념, 그리고 과학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의 관념이 생겼다.

다음으로 르네상스이다. 르네상스인이란 작은 일부분에 관해 모든 것을 알기 보다는 모든 것에 대해서 조금씩 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동물의 일부분에 관하여』에서 어떤 주제에 관해 ‘과학적 지식’과 ‘교육적 면식’ 그리고 ‘일반 교육’을 말했다. 과학적 지식은 특정한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말하며 교육적 면식은 어떤 주제에 교육을 받은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 비판력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교육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판력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이것이 곧 르네상스인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연역적 방법이 아니라 베이컨의 귀납적 방법으로 지식을 추구했다.

그리고 16~18세기 과학적 방법의 발견에 있어 ‘갈릴레오-데카르트 혁명’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science)의 유래는 중세 라틴어 지식에 해당하는 ‘스키엔티아’(scientia)였다. 스키엔티아가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이언스는 특별한 사람 즉 과학자만이 아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학의 세 가지 특징을 보면 첫째 과학은 특수한 세계관을 지닌 특별한 사람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 과학은 생각이나 감정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거의 전적으로 사물을 다룬다. 셋째 과학의 특별한 방법과 그 결과를 보고하는 데 사용되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는 데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수학적 진리에 있어 갈릴레오는 “자연의 책은 수학으로 작성되었다.”라고 했으며 데카르트는 기하학을 이용하여 모든 현실의 사학적 방정식을 적용했다.

끝으로 20세기 과학과 기술, 예술과 미디어를 대략적으로 알게 된다. 먼저 과학과 기술에 있어 고대인들의 사물의 인식이 자신들의 오감과 정신을 이용한 패턴이었다면 20세기는 가설의 검증을 통한 개념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세기에 원자론이 부흥했는데 원자(原子)의 불가분성이라는 것은 분자(分子)의 개념으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이 알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알게 된다. 다음으로 예술과 미디어를 보면 매클루언의 통찰을 볼 수 있다. 그는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했다. 이는 미디어의 의사소통될 경우에 의사소통의 내용과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편 피카소, 브라크 같은 입체파 예술가들은 사물의 표상이 아니라 ‘회화적 사실을 구축’했다.

이 책은 모두 15개의 카데고리로 나눠 ‘지식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지식의 습득에 있어 백과사전식으로 한다면 진부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식을 얻는 속도는 빠를 것이며 양(量)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만큼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으며 양이 많은 만큼 잡동사니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식을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보편적 지식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삶의 가치다. 우리는 보편적 지식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안목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곧 보편적 지식의 탄생이며 21세기 르네상스인의 거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