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5
토머스 하디 지음, 정종화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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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싱싱한 별(星)에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테스』에서 별은 사과나무에 열리는 사과였습니다. 대부분의 사과는 멋있고 싱싱한 반면에 진딧물이 벌레 먹은 병든 사과도 있습니다. 새벽 2시 술에 취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동생과 함께 벌통을 마차로 운반하던 테스는 ‘이번 길을 못 떠날 만큼 취하지도 않았겠지’라고 했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시간에 마차를 끌어야 하는 불쌍한 말 프린스와 처지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테스의 집 안은 진딧물이 붙은 것이었습니다. 과거 그녀의 집안은 싱싱한 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는 몰락한 집안을 한탄했으며 어디까지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조상의 혈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그녀는 뜻밖에 가난한 운명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던 사이에 우편 마차와 충돌했습니다. 이로 인해 집안의 유일한 재산이었던 프린스가 죽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과 못지않게 엄마와 아빠는 이제 뭘 먹고 살아야 하는 자책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일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서 사는 집안보다 그 충격이 오히려 덜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불편하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전자(前者)에게 나타나는 파멸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테스는 집안의 파멸을 막기 위해 어머니의 바람대로 돈 많은 친척 더버빌 가를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친적은 가짜였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에 가문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알렉 더버빌을 만나면서 그녀의 운명은 불행해졌습니다. 테스는 순결을 잃었으며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테스가 알렉을 사랑한다고 하면 최고로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렉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알렉이 고백했듯 그는 ‘나쁜 놈’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테스는 그의 나쁜 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가 너무 순진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보는 것이 곧 행복한 일로 이어지는 순간에 자연이 “보라!”고 인간에게 말하고 인간이 “어디?”라고 외쳤을 때 “여기”라고 답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일까요? 만약 첫 만남에서 이러한 불행을 예측했다면 그녀의 운명은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과거는 과거일 뿐 그 과거가 어떤 것이든 이제 자신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겼습니다. 결과가 어떤 것이든 시간이 잘못을 덮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인생에는 모든 일에 균형을 맞추는 평형과 보상의 법칙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녀는 새출발을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습니다. 고향은 부끄러운 과거가 날카롭게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한 번 잃고 나면 그 다음에는 영원히 잃는다는 사실이 순결에 있어서도 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지나간 일을 덮어 버릴 수만 있다면 그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유기체에 스며든 회복력이 처녀성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그녀는 웨더베리 목장에서 젖 짜는 일을 하면 ‘모더니즘의 아픔’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젖 짜는 여자에 지나지 않았고 미모 덕분에 다른 여자들의 질투의 대상이 되었지만 목사의 아들 에인절 클레어에게는 운명적인 여인이었습니다. 에인절 말대로 그녀는 시(詩)로 넘쳐났습니다. 시인이 종이에 쓰는 시를 그녀는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부모와 사회적인 편견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청혼했습니다. 사랑이란 외부적인 변화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경험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만큼 감수성이 민감한 사람이 신경이 둔한 사람보다는 더 극적인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의 훌륭한 가문과 자신의 몰락한 가문은 어울리지 않다고 변명을 하였지만 그 보다는 자신의 과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 결혼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허물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 없이 살 수 없을 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 자신의 허물을 편지로 고백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테스는 양심상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테스의 바람과 어긋나게 그는 악마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그녀가 이 모든 것을 “사랑의 이름으로 용서해 달라”고 입이 마르게 애원했지만 그는 “어떻게 괴상망측한 속임수에 용서란 말이 해당될 수 있는가”라며 달갑지 않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길 내가 사랑한 여자는 테스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테스 모습을 한 다른 여자라고 했습니다. 순간 테스는 그가 자신을 순수한 사람의 탈을 쓴 죄인으로 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너무 나쁜 여자인가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녀가 잘못을 시인하고 어떠한 벌도 받겠다고 하였지만 그는 오히려 현재의 자기 희생 정신과 과거의 자기 보호 본능 사이에 조화가 빠져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계급이 다르면 풍습이 다른 법이 아니냐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난 사회적 지위 때문에 농사꾼 여자이지 천성 때문에는 아니에요”라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테스는 그를 사랑하는 것과 동시에 그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녀의 과거가 용서받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는 뜻밖의 혼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브라질로 떠나기로 했습니다. 한편 그와 어쩔 수없이 떨어져 지내야 했던 그녀에게 아주 우연히 알렉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알렉은 사제관으로 개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난 이후 배교자가 되었습니다. 사랑해야 할 사람한테서 버림받은 그녀를 보호한다는 그럴듯한 명분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의 집요한 유혹에 맞서 그녀는 에인절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을 위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에인젤은 고국을 떠나 여행하면서 인생의 가치가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민 속에 있는 것임을 비로소 깨달았을 뿐입니다.

에인절이 테스를 구해주지 못하는 사이에 알렉은 그녀의 어려운 살림을 매우 친절하게 돌봐주었습니다. 더구나 알렉이 돌아오지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회유하였습니다. 그런 그녀를 바보라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알렉이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고 하였지만 육체적 의미에서는 점점 남편같았다고 했습니다. 뒤늦게 여행에서 돌아온 후 그는 테스를 찾았지만 이미 그녀는 알렉 더버벌 부인이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쉰 목소리로 “자기를 두고 떠난 나를 용서할 수 있겠어요? 나에게로 가까이 올 수 없어요?”라고 애원했습니다. 또한 “내가 자기를 바로 보지 못했어요. 자기를 있는 대로 보지 않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늦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테스는 알렉에게 당신 때문에 또 한 번 더, 영원히 에인절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사랑의 이름으로 알렉을 죽였습니다. 오직 자신의 과거를 용서받으며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

테스가 갈망했던 대로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용서할 수 있나요? 사랑의 방해자를 죽이면서 사랑을 되찾으려는 테스는 순결한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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