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된다면? 반쯤 벗겨진 머리와 안경 너머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은 짙은 눈썹과 마찰을 일으킬 것이다. 그 불꽃으로 인해 살며시 웃고 있어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사람이 좋아 보이는 그의 매력은 상상력이 풍부한 뇌의 덕택이다. 그의 <나무>를 읽는 재미는 여기에 있다.

푸코의 말대로 경계를 허무는 일인데 그와 나 사이에 상상력이라는 벽이 있다. 그의 만화적 상상력을 보고 있으면 나는 마치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신세이다. 가령,「투명 피부」에서 그는 투명 피부의 인간이 되고자 한다. 이와는 달리 나는 얼마나 투명 인간이 되기를 원했던가?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즐거운 모험이다. 그런데도 그는 투명 피부를 갈망하면서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신체의 오장육부 등이 훤히 보일 정도이다.

이를 통해 그는 투명의 개념을 360도 회전시킨다. 즉 진정한 투명이란 인간이라는 존재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투명 인간이란 오히려 불투명한 존재이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 눈에 보이는 우리들이 갈수록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성이 상실되다 보니 오죽했으면 자신들 앞에서 심장이 마구 뛰는 투명한 그를 도둑보다 못하다고 조롱했을까.

이 세상이 머지않아 기계들의 손과 발에 의해서 사람이 움직이는「내게 너무 좋은 세상」이 아니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어두운 미래가 우리들 운명이라면 운명을 받아들여도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괴롭다. 과거도 있고 미래도 있다. 어느 철학자의 말에 빗대어 보면 ‘나는 꿈꾼다. 고로 나는 존재 한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에게 영혼은 없다. 꿈속에서만 사람이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의 원제는 <가능성의 나무>라고 한다. 무엇이 가능하기를 바란다면 거꾸로 무엇이 불가능해서 그렇다. 저자가 염려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상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될 수 있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모순의 시대에 살다보니 두려움에 가슴이 철컹거리는 게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투명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저자 말대로 과거를 연구함으로써 미래의 재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었던 모든 시간들이 진정으로 과거 속에 있는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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