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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딜레마 - 인간에 대한 절망, 혹은 희망
이용범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건 고개를 돌리지 않고 뒤를 바라보는 일만큼 어렵다.”이 말은 19세기 미국 수필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한 말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보편적으로 확대해보면 인간일 수 있다. 그래서 매트 리들 리가『붉은 여왕』의 서문에서 “인간은 단지 포유동물의 한 종일 뿐인데 자신의 본성을 캐기 위해 2,000여 년 동안 노력했음에도 아직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고 토로한 것을 우리는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이용범의『인간 딜레마』는 질량이 높은 책이다.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인간의 딜레마’에 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딜레마는 개인들의 일상사에서 얻어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딜레마 이론을 간단명료하게 풀어쓰고 있다. 뿐만 아리라 저자는 심리학, 뇌 과학, 문학, 신화 등 마음에 접근하려는 다양한 학문을 두루 살피면서 ‘인간의 딜레마’의 구성요소에 대한 질문들을 풀어 놓고 있다.
가령, 왜 선량한 여섯 사람이 폭력배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것을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딜레마로 풀이하고 있다. 즉 저자는 이 문제에 있어 ‘방관자의 효과’에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효과는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누구도 3분 안에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그중에 한 사람이 3분 안에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려고 행동했다면 나머지 5명도 기꺼이 동참하게 있다. 이러한 까닭은 ‘사회적 증거 효과’에 있다.
그런가 하면 이타주의라는 인간 본성은 어떤가?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은 익히 알고 있다. 이것을 서양에서 찾아보면 ‘루소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철학적이며 윤리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흥미롭게도 생물학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생물학적인 유기체로서 콜턴이 말한 ‘본성과 양육’이라는 오랜 논쟁과 마주하게 한다. 본성이 유전결정론이라면 양육은 환경결정론이다. 유전결정론이 진화의 결과라고 한다면 환경결정론은 문화의 결과였다. 그러나 본성과 양육이라는 대립을 직시하면서도 저자는 진화와 문화의 상호관계의 산물이 곧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마음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목적을 주목하고 있다. 즉 생명체의 목적은 다름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유전자는 복제를 가장 잘하는 이기적인 복제자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DNA에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이기적인 유전자가 곧 이기적 인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딜레마’에 대한 참신한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하며 얻어진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게 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다른 점은 선악(善惡)의 개념을 가진 생물체라는 것이다. 즉 자연이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과정이라고 한다면 인간은 딜레마의 과정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문화적인 요소가 우리를 좀 더 도덕적으로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다. 비록 생존과 번식이라는 효율성으로 우리의 본성이 진화해왔지만 문화적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특성에 있어 문화는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현상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 ‘문화도 우리의 본성까지 완전히 바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 보면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탐구는 ‘인간의 딜레마’를 밝혀내는 데 있어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