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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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을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기존의 경제학은 말 그대로 경제라는 수치내지 성장이라는 양적인 측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경제의 문외한으로써는 어렵고 지루했다. 반면에 ‘괴짜 경제학’은 달랐다. 경제학자인 노르베르트 해링(Norbert Haring)의 ‘이코노미 2.0’이라는 개념처럼 일상의 경제학을 알기 쉽게 파헤쳤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상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학교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라는 것이다.

사회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괴짜 사회학』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도시의 빈민을 연구하던 대학생일 때 시카고의 흑인빈민 거주 지역인 레이크 파크 주택단지에서 설문조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그곳에서 만난 마약 판매 갱단인 블랙 킹스의 보스였던 제이티를 흑인으로 불러야 할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답은 놀랍게도 ‘깜둥이’였다.

이처럼 흑인 빈민을 연구했던 그는 민족지학(民族誌學)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흔히 사회학 분야에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한 가지는 양적, 통계학적 기법을 이용하는 입장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삶을 연구하는 입장이다. 앞서 말한 민족지학은 후자에 속했다. 다시 말하면 흑인들의 복잡한 삶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들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흑인 빈민 주택 단지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눈으로 보게 된다. 마약, 섹스 그리고 싸움질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이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을 보게 된다. 갱단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도덕주의보다 실용주의가 우세했다. 뿐만 아니라 그곳이 주택단지라고 말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은 서로가 공동체라고 느끼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돕고’ 살았다. 이른바 자경(自警)주의적 정의로운 사회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안타까운 현실은 위기 그 자체였다. 온갖 사회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곳은 가난했다. 더구나 공공기관의 부패는 역설적이었다. 그곳에서 경찰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도움을 요청해도 오지 않았다. 대신에 ‘경찰도 하나의 갱단이야.’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면서 그들에게 시달리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흑인 빈민들의 진짜 얼굴을 마주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 말대로 ‘깜둥이면서 가난한 것은 어떤 느낌인가?’라는 질문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일자리를 얻을 수조차 없다는 절망감이 그들의 희생을 강요하게 했다. 이런 고통 속에서 ‘왜 가난한가, 왜 이렇게 범죄가 많을까.’ 반문하는 흑인 여성에게서 그들의 깊은 상처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럼, 이제는 백인을 연구하겠나?’라는 날선 충고는 우리에게 살아있는 사회학이라는 희망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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