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만 보는 바보 즉 간서치였던 이덕무는 스스로를 오우아거사(吾友我居士)라고 했다. 내가 나의 벗이라는 뜻인데 책에 파묻혀 살았던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앙드레 지드는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호모 부커스다. 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지식에 대한 이해의 폭이 상승하면서 사고방식에까지 많은 혜택을 받는다. 즉 어떤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어 무지의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책에 대한 이런저런 찬사는 많은데 정작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려움과 대면하기 일쑤다. 또한 사회적 양서(良書)와 개인적 양서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책의 눈높이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가령 니체의 『차라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머리를 싸매고 전전긍긍하며 읽어야 하는가? 라는 회의가 앞선다.

우리 시대의 책벌레인 이권우는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에서 이중환 선생의 글을 인용하면서 책읽기의 두 종류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비타민적 읽기다. 당장의 효과를 노리고 읽는 것이 아니라 은근짜하게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읽기다. 다음으로 아스피린적 읽기다. 빠르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실용적 독서다.

이중에서 어느 정도 책 냄새를 아는 사람이라면 비타민적 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려면 먼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이른바 속독(速讀)은 주마간산(走馬看山)에 비유할 수 있다. 제대로 읽을 수 없으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정독(正讀)은 주자(朱子)가 말한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깊이 읽고 겹쳐 읽는 것이다. 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여 지식을 깊게 하는 것이 깊이 읽기다. 그리고 같은 주제를 각각 다른 분야에서 다른 책들을 서로 비교하며 읽는 것이 곧 겹쳐 읽기다.

마지막으로 쓰기 위한 독서술(讀書術)이다. 읽는 것 못지않게 글쓰기를 위해서라는 것이 확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문자향(文字香)이 예사롭지 않다. 한 편의 글이나 한 권의 책에서 주제의식나 논리 전개의 방식, 은유나 직유 같은 수사학을 눈여겨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애써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책읽기의 달인 방법은 독서를 가늠할 수 있는 작은 단면에 그치지 않는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더 할 나이 없이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우리가 호모 부커스일지라도 거장(巨匠)들의 독서론을 엿보고 싶은 까닭은 독서의 희열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독서론은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라고 할 수 있다. 각주라는 말이 본문의 어떤 부분을 보충하여 설명하기 위하여 본문의 아래쪽에 베푼 풀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책을 읽는 행위가 바로 각주의 책읽기다. 반면에 이크는 “놀랐다.”라는 감탄사인데 저자는 지적 충격으로 해석한다. 즉 나를 깊고 넓게 만드는 것이 이크의 책읽기다. 전자가 행복한 책읽기라면 후자는 고통의 책읽기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책읽기의 달인에 있어 진정한 발견은 애들러 말대로 하자면 “더 적게 이해하는 상태에서 더 많이 이해하는 상태로 스스로를 고양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읽기는 고통”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덧붙이면 과정은 고통이나 그 결과는 행복한 것이 책읽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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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 다른 십대의 탄생]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4-06 17:35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