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 30억 년 한반도의 자연사가 살아 숨 쉬는 우리 땅의 비밀을 찾아 떠난다!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1
손영운 지음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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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단양에 있는 도담삼봉(嶋潭三峰)에 간 일이 있었다. 단양 8경 중 제 1경으로 알려진 남한강 맑은 물이 흐르는 강 한복판에 솟아있는 세 개의 봉우리. 옛사람들에게 그곳은 풍류의 멋진 곳이었을 것이다. 퇴계 이황은 “신선이 세 봉우리로 갈라놓은 돌섬”이라고 표현했다.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도담삼봉은 아름다운 시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도담삼봉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즉 자연과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손영운이 지은『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는 제목에 나와 있듯 우리 땅의 비밀을 답사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 의하면 도담삼봉의 만들어진 과정을 알 수 있다. 산의 끝자락이 물에 침식되면서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지질학에서 이러한 지형을 ‘라피에(lapies)'라고 부른다. 즉 석회암이 노출된 지대에 물이 흘러 용식이 잘 되는 부분은 점점 사라지고 용식이 잘 안 되는 부분만 남게 되었는데, 이러한 작용이 계속되어 형성되는 크고 작은 석회암의 돌출 부분이 바로 라피에다.

지구과학 전공자답게 저자는 한반도의 지역적인 특징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가령, 경기도 연천을 ‘불의 땅 위에 세워진 도시’라고 말한다. 연천에는 가장 흔한 암석이 현무암이다.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되는 용암이 식어서 된 암석이다. 특히 한탄강 주변에는 현무암뿐만 아니라 녹색을 띤 응회암이 많이 분포한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쌓여 굳어진 퇴적암이다.

다음으로 충정남도 태안을 ‘바람과 파도가 만든 땅, 황해의 실크로드’라고 말한다. 태안의 신두리 해안의 갯벌은 놀랍게도 모래펄이다. 강화나 보령의 갯벌이 진흙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태안의 해변이 경기 편마암군이 지저를 이루는 지층이기 때문이다. 경기 편마암군은 편암, 규암, 그리고 편마암 등의 암석을 말하는데 변성암을 대표하는 암석들로 결정 구조가 비교적 단단한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암석들이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모래가 되어 크기가 작아졌을 뿐 다른 암석이 만든 모래펄보다 그 구조가 단단해서 그런 것이다.

반면에 파도리 해수욕장에는 ‘모오리돌’이라고 불리는 자갈 해변이 특징이다. 이는 이 지역의 지층이 서산층군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서산층군의 규암층으로 인데 규암은 굳기가 다른 암석에 비해 단단하여 쉽게 풍화작용을 받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끝으로 남제주군 우도(牛島)를 답사한다. 이곳의 서빈백사(西濱白沙)때문인데 풀이하자면 ‘서쪽 물가의 하얀 모래’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산호사 해변으로 불렸는데 산호가 모래처럼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홍조단괴 해빈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고 한다. 홍조단괴(紅藻團塊)는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바다에 서식하는 조류 중 하나인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형성한 것이다. 원래는 짙은 갈색을 띠자만 해안에서 건조된 후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하얀 모래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의 자연을 흥미롭게 알 수 있다. 우리에게 그저 하나의 산이며 하나의 강에 불과했으나 저자 덕분에 우리 땅의 역사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 더불어 역사 못지않게 지질학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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