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자들 - 셰익스피어에서 월트 디즈니까지, 위대한 예술가 17인의 창조 전략
폴 존슨 지음, 이창신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일찍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세상에는 고군분투대신 나태와 오만함에 몸을 맡겨 버리는 천재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한때 면도날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번쩍임과 예리함을 잃어버린 채 아무 의미도 없는 쇠붙이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폴 존슨은『창조자들』에서 위대한 예술가 17명의 특혜 받은 삶을 조명하고 있다. 제프리 초서, 알브레히트 뒤러, 파블로 피카소, 월트 디즈니 등등 한 번 들어도 결코 뇌에서 사라지지 않을 쟁쟁한 인물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색다르고 낯선 만족감으로 가득 찬 흥미진진한 삶이라는 예술가들의 지적 궤도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면도날이 될 수밖에 없는 뒷 얘기들을 치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먼저 영어로 글을 쓴 사람 중에서 가장 창조적인 인물은 제프리 초서였다. 영문학의 창시자며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시인의 자리라는 곳에 가장 먼저 시신이 안치된 사람이 바로 초서였다. 그가 어휘 8000개를 구사한 창조성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사건을 두루 다루면서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까지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초서보다 약 24000개의 어휘를 구사했지만 정작 새로 추가한 단어는 1000개가 넘지 않았던 셰익스피어를 인류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보고 있다. 초서와 달리 마을에서 장갑을 팔았던 아버지의 평범함에서 벗어나 ‘햄릿’이라는 인물을 창조한 분별력에 있었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개성 강한 인물들을 창조해냈다.

영국문학에서 가장 창조적인 이들과 함께 나란히 어깨를 같이 할 수 있는 예술가는 다름 아닌 제인 오스틴이었다. 작품이 불과 여섯 편에 불과했지만 200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었다. 괜찮은 아가씨 즉 미모가 보통이었던 오스틴의 작품에는 악마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말한 두 거장에는 자기만의 악마를 품고 있으며 내부의 악마가 타오르기 시작하면 곧 마법이 펼쳐졌다. 하지만 오스틴은 자신의 경험을 현실적이며 독창적으로 창조했다.

이와는 다르게 마크 트웨인의『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쓰레기 중에 쓰레기’라고 했다. 하지만 헤밍웨이는 “이제까지 나온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했다. 마크 트웨인은 놀랍게도 공인된 이야기꾼이었다. 그의 말대로 “내가 이야기를 잘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야기 잘하는 법을 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끝으로 대단히 광범위한 면에서 창조적인 예술가였던 빅토르 위고는 무식한 천재라는 것이 귀를 기울이게 했다. 그의 지적 수준이 너무나 평범하고 진부하다는 것이다. 그는 엄청난 양의 책을 탐독하면서 동시에 마구 잡이로 흡수했다. 이로 인해 그는 언어를 감지하는 귀가 발달했고 어느 누구보다도 언어를 사랑한 재능이 위대한 예술가가 되게 했다.

이렇듯『창조자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창조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있다. 창조성의 다양한 해석 중에서도 오스틴을 말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중에서도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줄 아는 뛰어난 심판관’에 공감했다. 가령, 패션 역사에 있어 두 명의 거장 즉 발렌시아가와 디오르는 단춧구멍으로 서로를 심판했다. 디오르가 만든 드레스 등에 작은 단추가 36개나 달린 것을 보고 발렌시아가는 24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발렌시아가는 바느질 솜씨가 좋은 양재사였다면 디오르는 바느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디자이너였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판관이 앞서 말한 면도날과 쇠붙이의 결정적 차이였다. 저자 말대로 우리 역시 창조자들이다. 다만 위대한 창조자들과 달리 선천적(先天的)이다. 선천적에서 위대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조적 용기가 절실하다. 또한 두 가지 교양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두 가지 교양이란 스노우가『두 문화』에서 말한 예술과 과학을 말한다. 사실상 창조적 사고에 있어 예술과 과학은 불가분의 관계다. 좀 더 말하면 자크 라강이 “모든 욕망은 은유다.”라고 했듯이 폴 존슨은 “모든 도식은 은유다.”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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