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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사전 - 사마천의 생각수첩
김원중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일찍이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었던 왕안석(王安石)은 학문을 권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난한 사람은 책 때문에 부유해지고(貧者因書富), 부유한 사람은 책 때문에 귀해지고(富者因書貴), 어리석은 자는 책으로 인해 어질어지고(愚者得書賢), 어진 사람은 책으로 인해 부귀를 얻네(賢者因書利).”
이런 의미에서 사마천의『사기』는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흔히 중화사상은 5천년 역사를 자랑한다. 그중에서『사기』는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약 3천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사기』의 방대한 역사도 그렇지만 사마천도 예사 인물이 아니다. 그는 궁형이라는 치욕을 견디며 이 책을 완성했다.
사마천의 놀라운 통찰력은 단순히 역사가의 의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인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그의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기』「범저 〮채택열전」에서 뜻하는 바와 같다. 즉 ‘물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 얼굴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자는 자기의 길흉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김원중은 『통찰력 사전』에서『사기』의 진면목을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스민 지혜와 통찰이 파충류의 찬 비늘을 만진 것처럼 가슴에 섬뜩하게 와 닿는다. 아니 찌르고 후벼 판다고.” 말했다.
가령,「화식열전」을 인용하면서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년을 살려거든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 모두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따라서 사람이 덕을 베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1년도 못살고 죽을 것이다.
또한「급정열전」에서는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유함으로써 사귀는 모습을 알며, 한 번 귀했다가 한 번 천해짐으로써 사귀는 참된 정을 알게 된다.’고 토로한다. 이것은 결국「월왕구천세가」에 나오는 ‘다른 곳의 미세한 털은 볼 수 있어도, 자신의 눈썹은 보이지 않는 법.’이라는 경고와 같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때로는 “이게 뭐야?”라고 할 정도로 싱거운 반응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정작 지혜를 구하지 못했던 게 수두룩하다. 따라서『사기』에 나오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가슴에 와 닿는 지혜를 얻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우리도 사마천처럼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