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 때문에 이웃과 한바탕 설전(舌戰)을 벌였다. 같은 또래의 이웃집 아이가 어느 순간 우리 아이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 아이들이 놀다보면 그럴 수 있지만 다른 부위도 아닌 얼굴이라 마음이 편치 못했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웃집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구나 살다보면 용서하기 힘들 때가 있다. 나이를 한두 살 먹다보니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를 용서하고자 한다면 얼마만큼 해야 하는 것일까?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부활』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때에 베드로가 다가와서 예수에게 말하였다. “주님, 한 신도가 내게 죄를 지을 경우에,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해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까지가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해야 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곱 번의 일흔 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용서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설령 누군가를 용서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마음을 다해서 용서했는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그저 입버릇처럼 한다면 그것은 용서가 아니며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정신의학자 토머스 사스에 의하면 멍청한 사람들이다. 반면에 순진한 사람들은 용서하고 잊어버린다.

하지만 용서하는 데 있어 평온한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용서의 기술』을 지은 심리학자인 딕 티비츠도 그중 한 사람이다. 앞서 말한 토머스 사스에 의하면 저자는 현명한 사람이다. 현명한 사람은 용서하되 잊어버리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진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온전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살아가기 위해 용서하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불공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어느 누구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하지 않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게 하거나 혹은 불공평에 맞서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서로가 공평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용서를 하라고 한다. 삶에서 중요한 순간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용서하지 않는다면 현재를 살고 있더라도 과거의 암울한 싸움에서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재는 현재대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지혜는 다름 아닌 용서에 있다는 것이다. 용서 없이는 삶의 희망마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용서하는 법을 다시금 배울 수 있다. 용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결국에는 내가 책임지어야 한다. 내 삶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인생은 아무것도 없다. 용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용서는 내가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고통을 넘어 희망으로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용서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게 된다.

되돌아보면 인생에 있어 용서는 금(金)과 같지 않을까? 금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가치는 고귀한 아름다움에 있다. 그런데 황금이라고 불리는 금색은 사실 금의 고유한 색이 아니다. 금속은 원래 고유한 색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금이 노란 색인 이유를 찾아보면 여러 파장의 빛이 섞인 백색광에서 노란 색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머지는 흡수한다.

우리도 용서를 반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다운 제 빛을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바쁘게 살면서 용서하기 힘든 세상에 우리들 마음이 밝게 빛난다면 그만큼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용서의 기술』을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우 과학적으로 증명된 용서의 방법이 우리의 불합리한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해주는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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