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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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파가 무섭다. 금융 위기에 따라 요동치는 환율과 서브프라임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부동산이 부(富)를 상징하는 한국 사회에서 누구보다도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허리띠를 단단히 쪼이지 않으면 제대로 살 수가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마저도 버틸 힘이 없으면 월세에서 쪽방으로 전전긍긍하다 결국에는 노숙자 신세가 안 된다고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경제 정책은 엇박자다. 이른바 리카도의 해악(Ricardian vice)이 출몰하고 있는 세상이다. 이는 19세기 경제학자 리카도(Ricardo)의 이름을 딴 것으로 과도하게 비현실적인 모델을 개발해 그것을 사실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이용한 데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요즘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레퍼 곡선(Laffer curve: 세율과 세수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을 적용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즉 세율을 낮추면 저축률과 생산성이 높아져서 오히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최대의 수혜자는 다름아닌 최상의 계층이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하여 우석훈 교수는 한국 사회를 ‘8자형 사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류층과 하류층이 단절된 극과 극의 사회라는 것이다.

손낙구의『부동산 계급사회』는 앞서 말한 8자형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아니라 인명재부동산(人命在不動産)에 있다고 비판한다. 부동산이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이 많을수록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은행의 문턱 높이를 낮추고 수명(壽命)마저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당신의 부동산 계급은 어떻게 되는지?” 불편하게 질문을 던지면서 부동산 계급사회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부동산 제1계급은 집을 2채 이상 여러 채 가졌다. 제2계급은 집을 1채 소유하고 그 집에서 현재 살고 있는 1가구 1주택자이다. 제3계급은 집을 마련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남의 집 셋방살이를 전전하는 사람들이다. 제4계급은 현재 전제나 보증금 있는 월세에 사는 가구 중에서 보증금이 5,000만 원이 넘는 사람들이다. 제5계급은 사글세, 보증금 없는 월세, 보증금이 있더라도 5,000만 원이 안 되는 전, 월셋방에 사는 사람들이다. 제6계급은 판잣집, 비닐집, 옥탑방에 사는 극빈층이다.

이러한 계급구조의 양극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펜트하우스와 비닐하우스이다. 펜트하우스는 고층아파트 맨 꼭대기 층의 ‘구름 위의 집’으로 불린다. 반면에 비닐하우스는 부동산 극빈층 주거지로 신종 무허가 정착지 판잣집을 말한다. 또한 펜트하우스가 불로소득의 최대의 수혜자라고 했을 때 비닐하우스는 최저주거기준의 최대 피해자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한국사회는 부동산공화국이며 토건국가이다. 아파트를 짓고 또 짓는다. 전 국민이 집을 1채씩 갖고도 집이 100만 채 이상 남아돈다. 그런데도 집 없이 사는 사람들이 집값 걱정을 하며 살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의 먹이 사슬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게 하고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든다.

그러면 부동산의 불평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토지공유화(국유화)에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토지 관련 세금과 임대료를 제대로 거둬 사유지를 사들이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채권 발행을 통해 한꺼번에 사들인 뒤 토지 소유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이자만 지급하고 사망했을 때 원금을 갚되 상속세로 환수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한국사회의 망국병을 알려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땅’을 ‘내 맘대로’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극단적인 부동산 사상‘이라고 쓴 소리를 내뱉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도주의적 가치관이다. 고대 인도인들의 “인간이 대지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대지가 인간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지혜에서 저자는 부동산의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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