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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고수 - 삶의 열병을 앓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카운슬링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독일의 문예 비평가 발터 벤야민은 책과 골동품 수집광이었다. 하루는 그의 서재를 방문한 사람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습니까?”라고 말하자 그는 “당신은 집에 둔 그릇과 찻잔을 모두 쓰시나요?”라고 말했다.
나에게도 책 버릇이 있다. 일고 싶은 책을 마구 사들인다. 그것도 모자라 도서관에서 두 세권정도 대출을 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지 못하고 그냥 쌓아두는 게 다반사다. 그러면 책에게 미안해진다. 책에게 한 수 배우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시간이 없어서도 그렇고 책을 읽는 도중에 이해하기 어려워 그만 포기해서 그렇다.
<인생 고수>의 저자인 안광복은 열정적인 지식인이다. 동시에 책의 고수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숨은 책들을 열정적으로 깊게 탐독한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인생 고수들의 지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가 무엇보다도 인생 고수를 중요시하는 것은 에디슨의 명언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을 무슨 일이든지 노력 하면 안 될 게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결국 1%의 영감이 없으면 우리는 천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1%의 영감은 인생 고수의 말 한마디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것을 음악을 하는 사람에 있어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이다. 연주 대가(大家)들에게 한 수 배우는 기회다. 그리고 골프에 있어서는 ‘원 포인트 레슨(one point lessen)'이다. 프로 선수의 짧은 한 수 가르침이다.
가령,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고민할 때 소크라테스의 충고는 값지다. 즉 “나의 눈은 톡 튀어나와서 사방을 더 잘 볼 수 있네. 또 나의 코는 길고 똑바르지 않고 뭉툭해서 냄새를 더 잘 맡네.” 또 어떻게 해야 당당하게 혼자 서는 인생을 설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미성년의 원인은 이성이 부족한 데 있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결단과 용기가 부족한 데 있다.” 이밖에도 니체, 장자, 간디 같은 인생 고수들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질문에 적절하게 답을 하고 있다.
<인생 고수>는 삶의 이런저런 고민 때문에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 긴요하게 읽을 만한 책이다. 꼭 고민 때문이 아니더라도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치유의 힘이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조목조목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인생 고수들의 말을 무작정 따르는 낙타형 인간과 아무런 대안 없이 아니다, 라고 하는 사자형 인간을 경계해야 참다운 진리에 이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