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 / 낮은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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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났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불은 산에 있는 꽃이며 나무를 태워버립니다. 동물은 그나마 멀리 달아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런데 까투리네 가족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엄마 까투리에게는 아홉 마리 꿩 병아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길을 피해 이쪽저쪽으로 달아나려고 해도 얄밉게도 불길이 그 앞길을 가로 막습니다. 더구나 종종걸음을 하는 꿩 병아리들 때문에 불길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과연 까투리네 가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이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자꾸만 물컹거리게 합니다. 속절없이 슬픕니다. 그러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사랑 때문입니다. 엄마 까투리는 아홉 마리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온 몸으로 감쌉니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아홉 마리 새끼들에게 엄마 품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몸이 비록 검게 타들어갔지만 아홉 마리 새끼들은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산에 사는 까치네 가족이나 마을에 사는 우리네 가족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엄마의 사랑 없이는 아이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만약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면 가령 이 책에서 볼 수 있듯 엄마 혼자 날아가며는…생각만하여도 아찔합니다. 새끼들이 위험천만한 불길의 공격을 당하리라는 것을 불을 보듯 분명합니다.

하지만 엄마 까투리가 그렇듯 우리네 어머니들도 자식을 위해 스스럼없이 희생합니다. 우리집도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꼭 어렵다고 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가난 때문에 먹는 것이 늘 부족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입맛이 없다고 설레설레 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던 까닭에 곧이곧대로 정말로 입맛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어머니의 진짜 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소재만 다를 뿐이어서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미묘한 감정은 권정생이라는 작가의 울림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는『강지지똥』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입니다. 그러나 이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평생을 5평짜리 오두막에서 병마와 함께 살다간 그가 보여준 삶이 눈물나게 했습니다. 아직도 살아생전 그가 빨래를 너는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어디에서 이런 놀라운 힘이 생겨났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 책에 나와 있듯 어머니의 사랑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소박함이 한결 마음을 부드럽게 했습니다. 그가 떠나고 없는 이 세상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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