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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ㅣ 까치글방 133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 1960년 4‧19혁명이 발생했을까? 이 질문에 단 한 가지 원인만을 말 할 수도 있다. 요즘같이 역사의 문외한 시대에서 전혀 모르는 것보다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단편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역사와 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이 문제에 대해『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 H카는 세 명의 수험생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앞서 말했듯 한 가지로 답하는 수험생은 C 학점을 받을 것이다. 두 번째로 여러 가지 원인들을 차례로 나열하는 수험생은 B 학점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원인들을 정리하고 질서를 수립하고 해석하는 수험생은 A 학점을 받을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A 학점을 받은 수험생답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대답을 하고 있다. 그는 먼저 역사란 ‘역사가와 그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한다.
그는 완전한 역사 대신 경험주의적 역사를 주장한다. 이것이 역사의 사실과 과거의 사실을 구분하게 된다. 가령 4‧19혁명이 1960년에 일어난 것은 역사의 사실이지만 1961년에 일어난다면 과거의 사실이라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역사의 사실은 사실 자체의 어떤 성질이 아니라 역사가의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의 눈을 통해서만 과거를 조명할 수 있고 과거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거나 자신을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 과거를 지배하고 이해하는 데 있다.
E. H카는 이런 논리로 억센 개인주의를 반박한다. 즉 역사의 사실은 분명히 개인에 관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사회와 고립된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보다는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폴레옹 같은 위인들은 자기의 시대를 실현하는 탁월한 개인으로 여겼다. 결국 그는 앞서 말한 대화는 곧 고립된 개인이 만든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의 대화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밖에도 그는 역사의 일반화를 지적하고 있다. 보통 역사는 특수한 사건을 다룬다고 한다. 물론 틀리지 않다. 가령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나 제 2차 세계대전은 모두 특수하다. 그러나 진정한 역사가의 관심은 특수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 안에 일반화시키는 데 있다. 즉 이 두 가지 사건을 전쟁이라고 일반화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일반화가 중요한 것은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역사를 진보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가 미래를 밝혀주고 미래가 과거를 밝혀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곧 역사의 정당화이다. 이로 인해 그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이야기했을 때 오히려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라고 다시 한 번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