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배봉산 근린공원
에 갔지 사는 게 바빠 지척에 두고도 십년 동안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그곳 상수리나무라는 직립의 고독을 만나러
갔지 고독인지 낙엽인지 죽음인지 삶인지 오래 묵은 냄새
가 푸근했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죽음이
다음이어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배봉산 근린공원에 갔지
바퀴 달린 신발을 신은 아이는 바퀴를 돌리며 혼자 놀고 있
었지 어차피 잠시 동안만 그렇게 함께 있는 거지 백년 후에
는 아이도 나도 없지 상수리나무만 홀로 남아 오래전 먼저
저를 안아버렸던 여자의 젖가슴을 기억해줄 테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그것에 갔지 직립의 고독을
만나러 갔지 죽음이 다음이어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상수
리나무를 만나러 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