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주의자의 감각 -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소한 기적들에 대하여
김이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여름은 역대급으로 무더위다. 숨이 막힐 정도다. 이럴 땐 계곡의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최고의 휴식이다. 더위에 지친 일상의 무거움이 한순간에 가벼워져 어느 순간 말끔히 사라져 버린다. 문제는 날씨가 덥다고 해서 그럴 때마다 계곡에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럴 땐 여름을 제대로 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짧은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더군다나 무수한 책 중에서 내 취향의 작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김이나의 일상주의자의 감각을 읽으면 두근거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그녀는 히트곡만 300곡이 넘는 작사가이다. 보통 이 정도의 작사가라면 뭔가 특별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바에 따르면 그녀의 감각은 제목에 나와 있듯 일상적이며 사소해서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데 놀라게 된다.

 

생각은 절대 생각을 구원할 수 없다.

생각을 지우는 건 행동이다.

 

세상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료하게 보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신만의 속도로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적어도 다람쥐와 비교해 후자에 속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과 비교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과 다르다는 자부심도 있는 반면에 행복의 고도 너머에서 불가피하게 혼자라는 느낌은 견디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잡생각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번뇌에 휩싸인다.

 

오랫동안 생각이 생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잔잔하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하지만 도저히 생각만으로는 생각을 구원할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생각을 진정으로 구원하는 것은 작가 말대로 행동이 아닐까? 우리 몸은 늘 행동하니까. 때로는 목적이 없는 행동, 이를테면 가벼운 운동을 통해서 또 다른 일상을 맞이하는 시작이 된다. 결국 마음만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 그녀는 왜 일상주의자가 되었을까? 일상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매일매일의 보통의 날이다. 이와 달리 완벽은 말 그대로 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완전하다. 작가의 생각을 빌려보면, 일상은 꿈이며 완벽은 계획이라는 점에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우리는 되도록 계획적으로 살려고 한다. 계획을 통해 하루하루를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완벽해지는 순간을 굳게 믿는다. 계획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완벽은 삶의 미덕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완벽에 대한 스트레스를 몸에 지니고 있다. 그러니 사소한 일은 그저 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열망도 없다. 완벽의 반대말이 불완벽이라는 마음이 앞서기 마련인데 그녀의 말을 곱씹어 보면 만족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일상을 만족하는 사람이 완벽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서 작가의 에세이를 거듭 읽을수록 묘한 위안을 얻는다. 작가의 목소리는 마치 별이 빛나는 밤에 듣는 라디오 같다. 하잖은 시절을 보내는 날들도, 첫사랑통에 시달린 날들도, 벅차게 행복했던 날들도 자칫 일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테지만, 반대로 어디까지 기적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우리 인생은 한 번 머물고 떠나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별이 되어 반짝인다는 발견은 우리의 일상을 더욱 삶답게 한다. 누군가도 이러한  아름다움을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