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은 공부를 위해 만들어졌다.
-탈무드
밤은 어떤 시간일까요? 누구나 좋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시간과 함께 있다고 말할 때 그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간절히 바라는 지독한 낭만주의자!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낮보다는 밤에 더 공부를 합니다. 낮에 온전히 혼자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생활 전선을 넘나드는 직장인에게 방학이 없으니까요. 이보다 더 큰 걱정은 공부를 하면서도 온갖 잡념 때문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저는 밤에 더 인간적으로 변신합니다.

오은의『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밤(夜)’ 이야기입니다. 밤은 이중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밤은 어둠인 동시에 밝음입니다. 마치 밤하늘의 별빛과 같습니다. 어둠은 밤하늘의 별에게 속삭입니다. 이런 속삭임 덕분에 이 책의 제목처럼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밤에 착해지는 사람들은 밤에 위로를 받습니다.
밤은 고독합니다. 이와 달리 낮에는 외롭습니다. 낮에는 이런저런 생각할 여유가 없이 소란스럽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 문득 수많은 사람 속에 혼자라는 느낌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 외로움은 혼자만의 고통이 되어 자기 자신을 소외시킵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자기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게 됩니다.
저자 말대로 ‘밤은 신기한 시간’입니다. 밤이 되면 고단했던 몸을 이끌고 각자 집으로 돌아갑니다. 또한 밤이 되면 지나간 일들이 떠오르면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가슴앓이를 하게 됩니다. 나는 음악 애호가는 아니지만 힘들 때마다 밤에 노래를 들으면서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가끔씩 커피잔을 기울이며 지금의 나를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로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 내가 여행하면서 보았던 장소들, 그리고 내가 희망했던 꿈들이 서로 모인 작품이 곧 나 자신이라는 사실. 어쩌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도 밤이 없었다면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밤은 자유로운 시간이니까요. 자유는 맨몸으로 태어난 우리에게 유일한 재산입니다.
그래서 시인의 밤은 묵묵히 흘러갑니다. 시인은 ‘머릿속에 소리없이 별이 드는 시간’인 밤에 글을 썼습니다.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잠 못 이루는 탓에 결국에는 무언가를 써야만 잠을 잘 수 있는 영혼은 투명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진심이 담긴 글을 쓰면서 착한 사람으로 변하는 투명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