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 근대 망령으로부터의 탈주, 동아시아의 멋진 반란을 위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1800년 대 영국 사람들에게 영국 헌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라고 묻는 다면 몽테스키외를 말할 것이다. 프랑스인 이었지만 그의『법의 정신』은 영국 헌법을 연구하면서 쓴 대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박노자라고 할 수 있다. 춘향전의 나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고 귀화한 그였지만 바로 춘향전이 만들어낸 전통의 허구성을 거침없이 파헤쳐 왔다.

이번에 나온『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도 미해결의 문제에 대해 당혹스러운 질문을 한다. 이 책에서 그는 ‘근대 망령으로부터 탈출’을 말한다. 가령, 해방 뒤 경무부장으로서 친일 경찰 출신의 부하를 옹호했던 조병옥은 “일제시대 먹고 살기 위해 친일을 한 프로잡(pro-job)은 처벌하기 곤란하다. 다만 그 이상의 친일을 한 프로잽(pro-Japanese)이 문제다.”라고 했다.

또 톨스토이에 대한 커다란 문제점은 ‘개인 수양의 이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병역거부야 말로 모든 지배의 폭력적인 성격을 노골화하는 피지배자의 첩경.”이라는 말은 부각되지 않은 체 오로지 교양인이라는 이미지로 우상화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양상은 역사적인 당위성을 포기하게 하고 대신에 먹고 사는 것과 모범적인이어야 하는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근대의 망령들이 야누스처럼 때로는 메두사처럼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간섭하고 파괴하고 있다.

일찍이 에릭 홉스봄외 공동으로 집필한『만들어진 전통』에 보면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인 퀼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스코틀랜드인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 이 의상은 실상 1707년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통합되면서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입힌 작업복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통이 역사와 단절된 것이 가장 큰 병폐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전통을 지배를 경험했던 우리들에게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박노자는 만들어진 전통에 대해 반란하고자 한다. 그것도 아주 멋진 반란이다. 이는 민족갈등의 문제에 대한 자유롭고 발전적인 화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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