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의 용어 중에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는 말이 있다.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것이 아니라 딱 적당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물이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물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다. 만약에 물이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곤란한 상태에 빠진다.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폭염이나 폭우는 일상화가 되었다. 단순히 기후 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극단적인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북극에 사는 북극곰의 생사를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 우리는 ‘폭염 살인’이라는 고통과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인간이 지구에서 얼마나 버티며 살 수 있을까? 이러한 기후 변화의 위기 속에서 박지성은 『1도의 가격』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포스러운 기후 변화가 있을 때마다 피해만 위험하게 부각하고 있다. 더군다나 큰 허점은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이 사후적이며 일회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정작 온건한 재난 시나리오에 대해서 실행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하면서 ‘느린 연소(slow burn)’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느린 연소에 따르면 기후 재난은 갑작스러운 단기적인 재앙이 아니라 넓은 범위에 걸쳐 서서히 누적되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재난의 보이지 않는 비용, 즉 ‘비시장 비용(non-market cost)’ 피해가 상당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산불이 발생했을 때 집과 임야 등등 물적 자본이라는 피해의 규모는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산불 때문에 발생하는 인적 자본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물적 자본이 유형 자산이라면 인적 자본은 무형 자산이다. 인적 자본은 인간 행위자의 직업, 교육, 보건에서부터 수질, 공기 등등 삶의 질과 광범위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인적 자본의 숨은 비용에 대한 경제적 충격이 상당하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간다면 바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극단적인 날씨가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기후가 인간의 경제력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평균 기온이 1도 높은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은 평균적으로 8%가량 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정신 건강에 있어 살인과 폭력은 3% 가량 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후위기의 숨겨진 비용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득력 있게 증명하고 있다. 저자의 논리적 분석은 직관과는 다른 사고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이라는 버전으로 작용한다. 시스템 1은 빠르게 생각하기이며 시스템 2는 느리게 생각하기다. 시스템 1이 직관적 사고라면 시스템 2는 통계적 사고다. 기후위기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지속가능하며 친숙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은빛 탄환(silver-bullet: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묘책)’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