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오류라는 말이 있다. 요약하자면 임신중절에 관한 것인데 아버지가 매독에 걸려있고 어머니는 결핵에 걸려있다. 이미 자식을 넷이나 낳았는데 첫째는 맹인이고, 둘째는 사산했고, 셋째는 농아이고, 넷째는 결핵에 걸려있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임신중절을 시켰겠지요.”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당신은 베토벤을 살해한 겁니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 베토벤의 오류에 대해서 우리에게 진화생물학자로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는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바로『만들어진 신』을 통해서이다. 그는 이 책에서 앞서 말한 상대방을 다름 아닌 종교를 맹신하는 근본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스타일은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논쟁거리의 핵심이다. 즉 저자는 신에 대한 창조론에 맞서 진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화에 대한 믿음을 바꿀 수 있는 불가피한 증거가 나온다면 주저 없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근본주의자들은 신(God)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절대적인 믿음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종교에 대한 불신을 가지는 요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오늘날 인종청소라는 명분으로 잔행 되고 있는 전쟁내지 테러를 인류 문화사적인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종교청소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성서(聖書)』속의 예수에 대한 찬반은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 말 그대로 만들어진 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태오는 요셉이 다윗왕의 28대 후손이라고 하고 누가는 41대 후손이라는 치명적인 오류를 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당돌한 주장에 대한 근본주의자들은 종교 없는 세상에 두려움으로 다시금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한다. 즉 그들은 도덕이라는 것으로 위로받으려고 한다. 여기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일찍이 그는『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이라는 문화적인 유전의 단위를 선보였다. 이는 자연선택에 있어 문화의 전달 또는 모방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 있어 유전자들은 협력하는 집단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확장해보면 밈복합제가 되는데 종교라는 것도 결국은 진화에 만들어진 문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 안 되는 것이 있는데 근본주의자라는 돌연변이에 있다. 유전에 있어 돌연변이는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생물학이 가진 돌연변이의 특성상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도 정작 인간의 문화에 있어 기도의 힘을 믿는 종교학이라는 돌연변이가 진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창조론과 진화론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을 읽고 난후 무신론에 가까운 저자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쉽지 않았다. 만약 신을 믿지 않는다면 불경죄를 받을 것 같고 반면에 신을 믿는 다면 구원을 받을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종교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한 신은 종교 이전의 신을 말한다. 그것은 유일신(이 책에서는 세 가지 종교가 나오는데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같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초자연적인 대상이다. 일찍이 니체가 “신(유일신)은 죽었다.” 말하며 초인(超人) 즉 위버멘쉬를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불가능한 산에 도전하고 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가능한 산에 오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정상까지 완만한 비탈을 오르는 진화론을 말하고 있다. 이 방법을 발견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다는 것은 저자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신에 대한 정체성을 대한 대답을 요구받으면서도 회귀 논리로 대응했던 종교의 오만함이 아닐까, 라는 현실을 조목조목 질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