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벌레가 있다. 보통 수컷 10마리가 암컷 1마리를 차지하기 위해 짝짓기 경쟁을 한다. 여기에서 성공한 수컷은 암컷과 섹스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정자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컷의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컷은 길게는 사흘에 걸쳐서 암컷과 사랑을 나눈다. 그래서 사랑벌레라고 한다. 이처럼 자연의 생태계에 있어 사랑은 우리와 다른 맥락이다. 무엇보다도 섹스와 관련있다. 섹스는 곧 자손을 번식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을 나누는 일정한 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수컷은 섹스의 심벌을 최대한 자랑하며 암컷을 유인하는데 이것이 그들의 성(性)전략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떨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 복잡한 현상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앞서 말한 사랑을 섹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이를 도덕주의적(반자연적 오류)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사랑을 섹스로 거침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 자연적 오류라고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오류를 연구한 학자가 있는데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이다. 그가 이번에 [욕망의 진화]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다윈의 성선택을 확대하고 재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오해 속에 놓여 있었던 남녀의 성적 욕망이 자유롭게 보여지고 있다. 가령, 남자는 나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는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왜? 이유인즉 나이 어린 여자는 성적 매력이, 나이 많은 남자는 경제력이 나이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상이몽(同床異夢) 즉 한 이불 아래 두 욕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여자가 한 평생 함께 할 남자를 꿈꾸는 반면에 남자는 하룻밤만 함께 할 여자를 꿈꾼다. 이는 성적 흥분하는 현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사랑과 섹스 그리고 결혼에 있어 남녀의 엇갈린 욕망을 보다 과학적으로 파헤지치고 있다. 일찍이 라캉은 [욕망 이론]에서 ‘욕망은 은유이고 환유이다.’라고 했다. 덧붙이면 앞서 말한 ‘남자는 S라인 여자를 좋아한다.’라고 했을 때 그 남자의 욕망의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성선택을 재발견을 하고 있다. 즉 남자는 여자의 생식력을 갈망하고 여자는 남자의 헌신을 바란다는 것이다. 이들의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랑에 대한 남녀의 욕망에 도전하고 있다. 평소에 이점을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의미는 남달랐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내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아름다움이 못지않게 진화의 당당한 승리자들의 기쁨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