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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평점 :
불광불급(不狂不及). 세상에는 지독하게 날카로운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치고 않고서는 결코 미칠 수 없을 것 같은 질긴 운명의 그림자도 있습니다.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운명을 두고 구구절절 좋고 싫음을 따지는 것은 무척이나 따분합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혼자만의 미친 운명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에게는 바다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스트릭랜드에게는 그림이 그랬습니다. 그런가하면 제임스 설터의 『고독한 얼굴』에 나오는 랜드에게 암벽이 진짜 삶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암벽은 “하강하는 거대한 강물”이며 이런 불가항력에 맞서 암벽 등반하는 과정이 일종의 자신의 삶을 찾는 것입니다.
소설은 두 개의 일상이 교차합니다. 황량한 캘리포니아와 아름다운 몽블랑. 그는 캘리포니아의 따분한 일상에서 아무런 감흥을 얻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언제든지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완벽한 이기주의자로 살아갑니다. 세상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따라 고독을 불태웁니다. 왜 산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등반 앞에서 그는 결코 유유부단하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두 번째, 세 번째 동작을 할 수 없으며 결국에는 산을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관점에서 그의 독특한 등반은 상상력이 섬뜩했습니다. 상상력은 단순히 산을 정복하려는 욕망이 아니라는 것, 다음과 같은 그의 육성은 절박하고 생생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그의 정신적 고뇌는 사실상 바로 나의 고뇌이기도 했습니다. 내 인생을 걸고 끝없이 펼쳐질 도전 같았습니다. 즉,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195쪽)
오로지 그는 산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며 남성성이라는 운명 끈을 뚝뚝 잘라내더니 놀랍게도 남성성 존재에 가까운 산에 자일을 연결하고는 무모할 정도로 목숨을 바쳤습니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그의 확고한 기쁨은 마치 햇빛을 받은 몽블랑 같았습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느끼면서 그의 “불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불변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고독한 얼굴일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은 항상 변하지만 완전히 완벽해 보이는 순간”(227쪽)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