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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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여행자를 5등급으로 나눠 이야기합니다. 그중에서 5등급의 여행자는 ‘자신이 관찰한 모든 것을 체험하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 곧 그것을 여러 가지 행위와 작업 속에서 기필코 다시 되살려나가야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인생의 문제는 권태로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해결책 또한 권태로운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마치 백과사전을 보면서 맞춤형 지식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민이라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라는 굴레 때문에 어느 순간 이방인이 되어 제자리를 맴돌고 맙니다. 


하지만 에릭 와이너의『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새로운 여행입니다. 에릭 와이너는 5등급의 여행자의 시선으로 인생의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라는 것을 유쾌하면서도 명쾌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혜가 진리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면 철학은 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철학자행 특급열차를 타고 14명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14명의 철학자들을 만나는 순간은 인생의 단계에서 머무르는 간이역입니다. 만약에 간이역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지나간다면 우리는 ‘잘못된 삶’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명제는 “너, 자신을 알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으로 소크라테스와의 여행이 끝났다고 하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오래된 지혜를 오늘날 ‘미친 지혜’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미친 지혜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합니다.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는 ‘질문왕’이 되었습니다. 질문왕이 되려면 질문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보다도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순간 놀랍게도 침묵하게 됩니다. 침묵은 발화의 부재가 아닙니다. 저자의 발칙한 생각에 따르면 ‘인정사정없는 자기 심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간디처럼 싸워야 합니다. 간디의 이름을 떠올려보면 싸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간디는 어느 누구보다도 비폭력을 주장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처럼 싸워야 한다는 것은 폭력에 맞서 비폭력으로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저자는 간디를 예찬하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싸움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싸우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사티아그라하(진리의 힘)’입니다. 우리는 진리의 힘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능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의명분을 위해서 자신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의명분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처럼 좋은 싸움이 어디에 있을까요? 


이밖에도 루소처럼 걷고 소로처럼 보고 쇼펜하우어처럼 듣습니다. 그리고 에피쿠로스처럼 즐기고 니체처럼 후회하지 않으며, 에픽테토스처럼 역경에 대처하며 보부아르처럼 늙어가다가 삶의 종착역에 이르러 몽테뉴처럼 죽는 법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한평생 잘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최악을 견디는 게 99%입니다. 이럴 때 에릭 와이너와 여행할 수 있는『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동행하는 것은 어떨까요? 철학은 우리 삶의 꼭 필요한 GP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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