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김소향 옮김 / 이레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죽은 사람으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라고 물어 본다면 많은 사람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죽은 사람을 위해 편지를 쓸 수는 있겠지만 정작 그 편지를 받아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상실 수업』을 읽는 도중에 마음을 흔들어 놓는 내용이 눈에 들어 왔다. 앞서 말한 질문에 대해 모두가 부정적인데도 이 책은 놀랍게도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알고 보면 그 방법이라는 것이 어렵지 않다. 즉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다른 손으로 그에 대한 답장을 써보는 것이다.


이렇듯 매우 의미심장한 제안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인생 수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였다. 사람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물어본『인생 수업』을 통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녀가 이번에는『상실 수업』을 통해서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상실을 극복할 수 있는지 호스피스 시선으로 말해주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실의 고통을 겪는다. 마주하기 싫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상처로 전염되고 더 나아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신(神)을 원망하기도 하고 살아 있을 때 좀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으로 ‘만일’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만든다.어쩌면 이러한 아픔이 상실을 경험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상실의 깊은 수렁으로 발을 들여다보고는 되돌아 나오면서 신을 감당할 만큼만 고통을 준다는 것,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주라는 것, 눈물의 샘이 마를 때까지 울라는 것, 사랑을 위해 사랑할 권리를 내놓으라는 것, 슬픔에 종결은 없다는 것을 가슴 따뜻하게 말하면서 실천해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그녀가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의 작은 습관들을 무심코 지나쳐 왔다. 가령, 그녀는 30분 동안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안에 그치지 말라고 한다. 눈물이 100% 빠져 나오게 하라고 한다. 그러면 마지막 눈물 한 방울까지 흘리고 나면 비로소 기분이 홀가분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 격려해준다.


이 책을 읽고 우리가 마음이 후련해진다면 미안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사할 일이다. 그것은 곧 우리가 제대로 상실의 슬픔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상실수업을 통해서 아무런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면 그 사람은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은 슬픔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결코 사랑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혹, 사랑이 다시 온다고 해도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우리가 그녀에게 상실수업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그녀 말대로 삶이란 갈색 낙엽뿐만 아니라 푸른 낙엽도 어쩔 수 없을 때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은 슬픔의 선물이요 기적이다.


인생에 있어 상실은 특별한 간이역이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의 아픔을 치료하는 과정에 있어 행복한 만남의 장소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배우게 된다. 즉 삶은 상실로 인해 더욱 충만해진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