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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평점 :
정말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지구는 둥글게 돌아가는데 그 속에서 우리들은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난 즐거움이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삶을 일주일에 비유하면서 6일의 혹사와 1일의 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하루마저도 권태롭다고 했다.
삶을 되돌아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취직해야하고 아파트를 사야하고 모름지기 부자가 되어야 한다. 이렇듯 바쁜 나날을 보내면 살이 빠져야 하는데 오히려 뚱뚱해진다. 뚱뚱해지니 정신적으로 비만해지고 게을러진다. 그리고 어느 날 인생에 빨간불이 깜박거림을 느낀다.
모처럼『인생수업』를 읽었다. 평소 입버릇처럼 읽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하지 못했다. 이유인즉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죽음을 앞에 두고 누구나 후회하거나 두려워한다는 메시지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제목에 나와 있듯 인생수업이었다. 그리고 소녀가 코끼리에게 들려주는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보듯 깨달음이 명상적이어서 읽는 이의 마음을 맑게 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거대한 산을 올라가게 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날아갈 것 같다. 한순간 죽음이라고 하는 막막함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노발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는 죽음이다. 너만이 우리를 튼튼하게 한다.”에 가깝다.
이 책은 크게 두 갈래이다. 하나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의 생(生)이라면 다른 하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생(生)이다. 전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가령, 우리가 돈이나 자동차 같은 물질적인 것에 욕심을 부릴 때 “이걸로 충분할까?”라는 생각을 중단하라고 한다. 즉 이걸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욕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을 치유하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 대신에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후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말해준다. 단지 죽음을 안쓰럽다고 여기면서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죽음이라는 과정의 다섯 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을 통해 죽음과 관계 맺기를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을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앞서 말했듯이 죽음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 진한 삶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죽음에 대해 소홀하다. 아무래도 삶에 대한 과열 현상이 문제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탁해졌다.
저자는 이런 삶의 연민들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바다를 보고 산에 올라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이것이 우리가 배워야 할 인생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