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소중합니다

관계 ㅣ 관계 1
안도현 지음, 이혜리 그림 / 계수나무 / 2006년 11월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우면 눈을 돌려 자연을 바라보면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자연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나온『관계』에서는 도토리가 주인공입니다. 도토리가 어린 갈참나무로 태어나는 생명의 파노라마가 매우 감동적입니다.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도토리가 마침내 갈참나무의 생명을 탄생하는 순간, 아~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도토리 혼자만으로 갈참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낙엽이라는 보이지 않는 보살핌이 있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도토리와 낙엽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관계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합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관계란 서로 도와주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도토리 혼자 힘으로 살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관계에 있습니다. 도토리에게 낙엽이 쓸모 있듯이 낙엽에게 도토리도 쓸모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햇빛이 있고 바람도 있습니다. 이것을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가족이며 친구이며 그리고 타인입니다. 이들 모두가 아이에게는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그들의 따뜻한 손길이 아이의 성장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의 마음과 달리 고마움이 때로는 성가시고 귀찮다고 심술을 부립니다. 이 책에 나와 있듯 낙엽 속에 숨어 살아야 하는 탓에 차라리 쥐들의 먹이가 되는 게 낫겠다고 도토리가 말합니다. 순간, 놀란 마음에 가슴이 철컹 내려앉았습니다. 이럴 때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아이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해맑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진정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알고 보면 너무나 평범한데 정작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이에 오늘도 숲에서는 도토리와 낙엽이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눈 내리는 겨울이 올 테니 그들의 관계는 더욱 따뜻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