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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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이라하면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중견 소설가임에는 분명하다. 참 많은 사람들이 은희경을 좋아하고 그녀의 작품을 사랑한다.그런데 어쩐 일인지 나는 아직 그녀의 소설을 몇권 읽은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인터뷰 기사라든지 그녀가 새로 소설을 출간할때마다 책 소개 기사는 눈에 띨때 그냥 넘어가지 않고 꼭 읽어보곤 했다. 그러면서 정작 읽은 것은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였나? 그것도 끝까지 읽었는지, 읽다가 말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그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걸 보면. 그럼에도 계속 그녀가 새 작품을 낼때마다 관심있게 소개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정작 작품을 읽지는 않고 있었다는 것은 그 기대가 책장을 넘기게 할만큼은 아니었다는 뜻.

이책 <소년을 위로해줘>가 나왔을 때도 그랬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늘 나를 잡아끄는 자석이나 다름없는 청소년이 화자로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아, 그런데 그냥 그뿐, 여전히 나로 하여금 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그렇게 잊어가고 있던 중 이 책을 결국 읽어보게 한것은 다름아닌 여기 알라딘 서재의 어느 분의 페이퍼를 읽고서였다. 책을 다 읽고 올린 리뷰도 아니었는데, 나보다는 작품 속의 주인공과 더 비슷한 세대의 느낌글이라서 그랬는지 그 페이퍼를 보고 바로 책을 손에 넣어 읽어보게 되었다.

소 년 을 위 로 해 줘.

은희경의 소설들은 제목에서부터 일단 남들과 달라보이려는 의도가 보인다. 가령 '엄마를 부탁해'보다, 소년을 위로해줘, 타인에게 말걸기,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등, 훨씬 더 차가우면서 도발적이고 복잡한 심리의 인물, 혹은 구성이 연상되지 않는가?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를 떠나서.

읽다 보니 제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389쪽에 잠깐 나왔다.

우리 모두는 궁극적으로 우주의 어린 아들, 즉 소년들이다. 서로 위로해주자.

엄마의 애인이기도 한 재우 형이 주인공 강연우가 다니는 학교 교지에 실은 글 중 일부이다. 꼭 소년이 아니더라도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인간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늘 그런건 아니라 할지라도 인생의 어느 시점,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외롭고, 뭔가를 찾아나서고, 시를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그러는거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연우가 특별히 위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 그리고 인물인가 하는 점에서 독자의 공감을 끌어당기기에 좀 부족하다.

그리고 문체. 그냥 나오는대로 말해보자면 겉멋 들린 것 같은 문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예쁘다는 것과 예뻐보이려고 애쓴 티가 난다는 것의 차이. 많이 아는 것과 많이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티가 난다는 것의 차이.

483쪽이 마지막인 이 책의 477쪽을 읽으면서는,

'결국 작가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군 이렇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거의 실망의 수준까지 가고 말았다.

이거 하나는 명심해. 딱 한 번 잘못 발을 디뎠다가 다시는 돌아나올 수 없는 치명적인 장소란 게 있거든. 행동하기 전에 그걸 먼저 생각해야 해. 만약 이게 잘못되면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 최후의 상황까지 상상을 해본 다음에 시동을 걸라구. 그냥 딱 한 번만 해본다고? 그런 건 없느니라. 네가 이겨내지 못한 단 한 번의 충동과 잘못된 판단, 그것만으로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 이 말씀이야.

하하, 이건 참. 누가 할만한 말 같은가? 주인공의 엄마가? 주인공의 선생님이? 주인공의 선배 형이? 아니다. 따옴표 속에 대사 처리 되어 있지는 않지만 앞뒤 문맥으로 보건대 이건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자기 또래 다른 아이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에효...

은희경 작가는 왜 이 작품을 쓰게 되었을까? 얼마나 절실하여 탄생시킨 작품일까? 작가 자신은 이 작품에 대해 만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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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7-0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제가 뜯어말렸어야 했습니다. 이거 원, 죄송해서 어쩝니까ㅎㅎ 솔직히 초반부는 흡입력도 대단하고, 문체도 새롭고, 연상도 잘 되었어요. 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지요. 200페이지까지는요...... 채영과 독고마리가 나오기 시작하고부터는 근래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도 무거운 책장넘김을 경험했네요. 후반까지 초반의 내용을 견인하지 못했어요. 말하자면 부실공사? 명실공히 대한민국 문단의 3대 여성작가라는 내공이나 필력이 드러나지 않은 작품같아요. '위로'

이진 2012-07-03 14:04   좋아요 0 | URL
라고 타이틀을 내걸었음에도 작품에서는 위로받을만한 구석을 찾아볼수도 없고요. 여러모로 실망깨나 했습니다. 다 읽고 페이퍼 쓸걸, 잘못했네요...
폰으로 쓰는 댓글이라 두개로 쪼개서 썼어요! 지금은 학교...자습시간....하

hnine 2012-07-03 14:04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소이진님, 죄송하다니요. 제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전 워낙 남들이 많이 읽는 책, 신간, 출판사에서 선전하는 책, 이런거에 잘 안 움직이는 독자랍니다. 그런데 소이진님의 그 생동감 넘치는, 식상하지 않은 페이퍼 덕분에 드디어 마냥 미루고 있던 숙제를 마친 후련함을 맛보고 있는걸요.
다른 분의 댓글에서 이 책 끝까지 읽기가 힘들다고 쓰신 것도 저 봤어요. 그래서 더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기도 했답니다. 이 책은 이래 저래 소이진님 덕을 많이 본 책이랍니다.

파란놀 2012-07-0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누구라도 스스로 가장 애타는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글도 책도 사진도 노래도 춤도...
또 밥도 옷도 청소도...
함부로 할 노릇이 아니겠구나 싶어요...

hnine 2012-07-03 22:19   좋아요 0 | URL
애타는 마음이 자연스레 드러날때, 감동이 전해지지 않나 합니다.
혹시 작가는 그렇게 썼는데 제가 못알아봤는지도 모르겠어요.

2012-07-03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3 22:19   좋아요 0 | URL
깨고 싶지 않은 마음, 뭔지 알아요 ^^
저는 이 소설에서 느낀 아쉬움을 깨기 위해서라도 다른 작품을 더 읽어야할까요? ^^

LAYLA 2012-07-0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설득력 없을 수가요.

hnine 2012-07-04 23:29   좋아요 0 | URL
저 주인공 청소년이 갑자기 40대가 되어버렸나봐요 ㅠㅠ

블루데이지 2012-07-04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끝까지 성의있게 못 읽었던 기억이나요^^
hnine님의 글을 보니 왜 다시 읽어보고싶은생각이 자꾸드는지..요!

hnine 2012-07-04 23:30   좋아요 0 | URL
책이 꽤 두껍기도 했지요 ^^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어쩌면 저와는 다른 느낌이 드실수도 있어요.

2012-07-04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4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떤 포만





 

 

내 땀냄새 맡고 달려드는 버러지

홀랑 마셔버리다

노랗지도 푸르지도 않은 달빛도 재수없어

홀랑 마셔버리다

깜깜한 가운데 슬쩍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

홀랑 마셔버리다

끈적끈적 스며나오는 눈물 줄기

휘리릭 마셔버리다

죽었나 하면 가끔씩 비집고 고개내미는 꿈

너도 괘씸해 후루룩 마셔버리다

 

나는 이제 부른 배를 끌어안고

나를 마셔줄 깊은 바다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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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2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2 16:43   좋아요 0 | URL
알고는 있었는데 해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네요.
참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7-0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3 21:47   좋아요 0 | URL
ㅋㅋ...고치러 갑니다. 저 지금 다른 사람 글 틀린 곳 바로잡는 일 하고 있던 중인데 (알라딘 말고 다른 일이요) 여기서 제가 틀린 곳은 순오기님께서 바로 잡아주시네요 ^^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07-0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 이 시를 왜 이제야 봤다지요?
갈수록 깊어가는 시심^^

hnine 2012-07-05 21:21   좋아요 0 | URL
아무튼 너무 배부른건 좋지 않다니까요~ ^^
처음엔 제목을 '슬픈 포만'이라고 할까 하다가 '어떤 포만'이라고 붙였어요.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를 무어라 불러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문학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문학이 전부라는 믿음이 자기 만족적인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내가 감당해야했던 고민과 괴로움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럴 때 내게 힘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문학이었다. 괴롭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고, 허무하지 않고는 충만해질 수도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 나를 살아가게 한다. -조해진 <한없이 멋진 꿈에> 작가의 말-

 

 

 

 

어느 일요일 낮, 집 바로 앞의 카페.

남편과 아이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는 동안 나는 카페 책 꽂이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있다가, 말로만 듣고 읽지 않은 조해진 작가의 책에서 이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주저없이 수첩에 베껴 적었다.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의 하나가 '외로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아마도 좀 외롭고 우울한 내용이 아닐까? 추측까지.

곧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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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술인들은 좀 외로워야해요.
그래야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같더라구요.
전 외롭지 않아 예술인이 되지 못해 좀 서글프네요.ㅋㅋ

hnine 2012-06-27 19:44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기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책읽는 나무님은 외롭지 않으시다니, 예술인이 되는 것보다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전 더 좋은데요? ^^

비로그인 2012-06-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마음에 와닿는 작가의 말, 이네요.
시간의 공백에서 무감각이 아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hnine 2012-06-28 05:42   좋아요 0 | URL
저 책의 표지와 제목과 저자 이름만 보고는 선뜻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
우리는 무감각한 시간보다는 차라리 외로움이라도 느끼는 시간을 더 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늘바람 2012-06-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카페 나들이를 가셨네요
우린 그런 일이 없는데
전 혼자 카페 가서 앉아 있고 프네요
오롯한 제 시간이 별로 없고 점점 없어질 예정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hnine 2012-06-28 05:45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날이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하여 카페에 들어갔지요. 요즘 카페들이 너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솔직히 저는 요즘엔 카페 잘 안가고 있답니다.
오롯한 시간, 그것 때문에 제가 후천적으로 아침형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되어졌다기 보다, 제가 저를 그렇게 개조했는지도...^^

하늘바람 2012-06-28 06:38   좋아요 0 | URL
흑 전 아침잠이 넘 많아요 요즘은 밤잠도 많아졌지만
그나마 오늘은 다리에 쥐가 나서 6시에 일어났네요

Jeanne_Hebuterne 2012-06-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야 그건. 난 네 단순성이 답답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겼을 뿐이야."
"내 단순성?"
"그래. 10대의 소녀가 배가 부른 죄가 단순히 성적인 무지뿐일까?"
"그럼?"
"걔들은 외로운 거야. 말도 못 하게 외로운 것뿐이야."
-박완서, 도시의 흉년.

마침 hnine님의 이 글을 읽기 직전 읽었습니다.

hnine 2012-06-28 05:48   좋아요 0 | URL
박완서님 '도시의 흉년'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살려주셨네요.
외로움때문에 사람들은 참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해내고 (저지름과 해냄, 거기서 거기인건가요?^^)그런가봐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서 오는 외로움도 있고, 인용해주신 구절에서처럼 말도 못할 정도의 외로움도 있고...그렇군요.

파란놀 2012-06-28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앞에서 함께 쉴 만한 좋은 곳이 있군요~

외로움이라기보다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 아닐까 싶어요~

hnine 2012-06-28 05:50   좋아요 0 | URL
시원한 거 사달라고 조르는 눈길을 그렇게 한번 쯤 들어주기도 한답니다. 너무 비싸고 획일적이라 전 솔직히 카페 잘 안 가요.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라...느낌이 다르게 들리는군요.

프레이야 2012-06-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정말이지 이 단어가 요새 더더 잘 들리고 보여요.
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문득 영화 속 은교가 하던 말도 생각나네요.
서지우와 섹스를 하며 그에게 그러죠. 외로워서 이런다고. 외로운 여고생 한 명이라고.
우리에게 외로움이 힘이 되기를!!!

hnine 2012-06-29 07:43   좋아요 0 | URL
외로움이 나를 무너지게 하지 말고, 또 다른 나의 숨겨진 면을 드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게 생각되는 법이라고, 언젠가 오랜만에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저에게 친구가 그러길래 그 순간엔 그 말이 참 서운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요. 외롭다,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때 부정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디 넋두리함으로써 해소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뿐이더군요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무던히 살아가는게 방법이 아닌가해요.
 

 

 

여기에 붙잡아 놓는 시간의 흔적.

다시 오지 않는 6월의 어느 날 아침.

 

 

 

 

 

 

 

 

 

 

 

 

 

 

 

 

갈색과 초록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몰랐다.

갈색에서 비집고 나오는 초록.

초록만 생명의 색인줄 알았는데.

갈색은 그 반대인 줄 알았는데.

 

 

 

 

 

 

 

 

 

 

 

오늘의 수확은 바로 이거다.

살구.

나무에 달려있는 것 보다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신기하고 예뻐서 사진찍으려고 가지고 들어왔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만큼만.

 

 

 

살구.

살구는 왜 살구일까.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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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6-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색이면서 동그라니까? ㅎㅎ
어제 살구 먹어보니 제법 다네요.

hnine 2012-06-24 05:43   좋아요 0 | URL
세실님 벌써 올해 살구 시식을 해보셨군요.
저는 살구를 일부러 사서 먹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저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새삼 신기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 말씀핫니대로 동글동글, 조그마한게 아주 귀여웠어요.

비로그인 2012-06-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이름이 생각났어요. 세상에 추한 꽃은 없다.
꽃은 어쩜 이리 아름다운지,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지 모르겠어요.

hnine 2012-06-24 10:0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추한 꽃은 없다, 세상에 추한 꽃이 없다, 세상에 추한 꽃만 없다, 세상에 추한 꽃도 없다...--> 김 훈식의 조사 바꿔보기 흉내..ㅋㅋ
꽃은 예뻐야만 하지요, 꽃의 기능상. 언뜻 보기에 별로 예쁘지 않아보이는 꽃, 예를 들면 벼꽃, 명아주꽃, 질경이, 잔디 등등, 그런 애들이 신기해요.

글샘 2012-06-2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먹어도
살구,
빈 속에 먹으면
죽구...

hnine 2012-06-24 07:24   좋아요 0 | URL
제 남편도 그러더군요, 살다, 살린다 라는 뜻의 '살구'아니냐고 ^^
그런데 빈 속에 먹으면 죽나요?? ㅋㅋ

사과는 왜 사과일까, 감은 왜 감이라고 이름이 붙었을까, 배는 왜...저는 가끔 그런게 궁금하더라고요.

글샘 2012-06-24 11:57   좋아요 0 | URL
안 먹어 봤으면 말을 마세요.
빈 속에 먹으면 속을 완전 쥐어 짠답니다. ^^

나인님... 일곱 살이시군요. ㅎㅎ 궁금한 게 넘 많은 나이...

hnine 2012-06-25 06:02   좋아요 0 | URL
킬킬...일곱살~
막상 저 일곱살 때에는 모르는 것이 많았지 궁금한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빈 속에 먹으면 그렇군요. 그건 또 왜그럴까요? (ㅋㅋ...)

파란놀 2012-06-2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줄기는 흙빛이고,
흙에서 풀이 돋듯 새 잎도 푸른 빛깔이로구나 싶어요

hnine 2012-06-25 05:5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엮어지겠네요 흙색과 푸른색이요.
역시 된장님 ^^

프레이야 2012-06-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나인님이 마음으로 눈으로 담는 꽃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는 확실히 달라요.
살구, 전 문득 영화 '시'가 생각나네요. 양미자 여사가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우며
살구는 땅에 떨어진 게 더 맛나다고 그러죠. 전 올해는 아직 못 먹어 봤는데
몇 해 전인가 엄마가 잔뜩 주워다 주신 살구를 실컷 먹었어요. 새콤달콤ㅎㅎ
살구는.. 살살 구슬리어 살라고 살구가 아닐까요^^
사람이든 내 삶이든 살살 구슬려 잘 데리고 살라고요...

나인님, 식탁보가 정갈하니 까슬한 맛을 줘요. 코바늘 손뜨게 같은데요.
직접 뜨신 거에요? ^^

hnine 2012-06-25 05:58   좋아요 0 | URL
나무에 달려있을만큼 달려있다가 숙성된후 떨어지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살구가 더 맛난 것일까요? 살살 구슬리어 살라구 살구...저는 살구란 이름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궁금하던데 어찌 이렇게 여러 분이 다양한 뜻을 떠올려주시는지. 다른 사람보다 내 삶부터 살살 구슬려 잘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프레이야님 댓글 읽으며 들었습니다. 구박하지 말고 너무 앞장 세우지도 말고 살살 구슬리며...^^
식탁보는 친정어머니께서 어느 분께 선물받으셨다며 제게 주셨어요. 배워서 직접 떠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눈도 몸도 피곤해질까봐 아서라, 아서라, 하고 있답니다.

하늘바람 2012-06-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어디서 예쁜 꽃 사진을 살구 나무까지.
참 곱고 이쁜 꽃을 담으셨네요
저도 식탁보 넘 이쁘네요^^

hnine 2012-06-25 06:00   좋아요 0 | URL
제 아파트 주위에 많아요. 어제는 점심 먹으러 어느 식당에 갔다가 앞 마당에 빨간 열매 달린 나무가 있길래 뭔가 봤더니 '자두'이더라고요. 살구나 자두나, 과일 가게에서 파는 것 볼땐 별 느낌이 없었는데 나무에 달린 것을 보니 색깔부터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식탁보는 좀 구식이긴 하지만 여름용으로는 시원해보여 좋더군요.
 

 

제목만 보고도 끌렸다. '부끄럽지 않은 밥상'이라니.

 

 

 

 

 

 

 

 

 

 

 

 

 

 

 

흙냄새 나는 동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고 있고, 그의 시 몇편은 여기에도 올린 기억이 있는 서정홍 시인의 에세이인데, 오늘 오후 손에 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하고 읽고 있다.

 

포스트잇을 가장 처음 붙친 곳은 38쪽. 이 시가 나와있는 쪽이다.

 

이른 아침에

 

 

 

 

감자밭 일구느라

괭이질을 하는데

땅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

툭 튀어나왔습니다.

 

날카로운 괭이 날에

한쪽 다리가 끊어진 채

나를 쳐다봅니다.

 

하던 일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내내

밥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물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중에서

 

 

무릎 수술을 받느라 농사 짓던 것 뒤로 하고 병원에 입원해있으려니 마음이 오죽 어지러웠으랴. 마음이 잔뜩 약해져 있다가, '그래도 살아야지요, 이 악물고 살아야 합니다.' 라고 마음을 추스린다. 그 이유란,

얼른 돌아가서 감자밭도 일구어야 하고, 감나무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옮겨 심은 매실나무랑 무화과나무도 잘 자라도록 돌보아야 하니까요. (94쪽)

이 악물고 살아야 하는 이 이유가 거창하지 않다는 것 역시 너무 맘에 들어, 설거지도 미루고 지금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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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6-2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악물면 살기 힘든 세상이긴 하지만 너무 이를 꽉 물면 결국에는 비싼 임플란트 비용만 발생하는 서글픈 세상입니당ㅜ.ㅜ

hnine 2012-06-22 05:30   좋아요 0 | URL
임플란트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과정이 참 힘든 과정이더군요.
이 악물땐 이제부터 손수건이라도 물고 악물어야하는지...^^

비로그인 2012-06-2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다, 이 말 밖에 안 나오네요 ( '')...

hnine 2012-06-22 05:32   좋아요 0 | URL
사람 마음이 잠깐이라도 이렇게 착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의 괭이질에 신체가 절단난 장면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시인의 마음. 저는 이런 글을 읽을 때가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마음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착한 사람은 못됩니다만~ ^^

파란놀 2012-06-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도 즐겁게 하셔요.. 삶은 아주 즐거운 선물이니까요..

hnine 2012-06-22 05:35   좋아요 0 | URL
청소에 비하면 설거지는 즐겁게 하는 편인데 어제는 아니더군요 ㅠㅠ
삶은 아주 즐거운 선물이기도 하고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고 숙제이기도 하고...현재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이 책 읽으며 된장님 생각도 했어요 ^^

책읽는나무 2012-06-22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이런 글 읽으면 읽는 순간 착해지는 기분이 잠깐이라도 생겨나는 것에 공감해요.^^
시인의 삶에 갑자기 경건해짐이 전해오네요.
우리 잠시라도 착해져 보아요.^^

hnine 2012-06-22 12:21   좋아요 0 | URL
착한 마음에 공감하는 순간 나도 잠시 그것에 물드는 느낌...나쁘지 않지요.
이 책 결국 다 읽었어요. 곧 리뷰 올리겠지만, 요즘은 사람 이야기보다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네요.
어제 한참 햇볕 쨍쨍할 때 도서관 다느라 기진맥진한 보람이 있었어요.
오늘도 날씨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늘바람 2012-06-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은 텃밭을 가꾸고 싶은 생각이 굴뚝입니다
고구마 감자 참외 다 기르고 싶네요 토마토랑 고추 상추도요.
설걷이를 늘 미루는 전 ~
게르음의 극치를 살고 있어서 이 악물고 살고 있지는 않은 듯한데 시간은 참 빠른듯 합니다.

hnine 2012-06-22 12:2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옥상에 미니텃밭 있지 않던가요? 손수 꾸미신...
이사가시면 또 한번 예쁘게 꾸며보세요.
이 책 읽고 제일 크게 느낀 것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직접 손으로 가꾸고 키워보는 일의 의의, 중요성, 교훈, 이런거랍니다.

Arch 2012-06-2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시가 참 좋았어요. 서정홍 농부 시인이 속한 공동체의 효소도 먹어봤어요.(자랑중 ^^)

hnine 2012-06-22 19:42   좋아요 0 | URL
송화차 말씀하시나요? 저도 지금 막 검색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

Arch 2012-07-05 14:23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늦은 댓글이죠..
열매지기 공동체에서 나온 산야초 효소에요. 인터넷에서도 판매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한살림에서 나온 것보다 맛이 더 복합적이던데.

프레이야 2012-06-2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이 악물고 살아야 할 이유에 숙연해지네요.^^
좀 극단적으로 말해, 나를 위해 살지말고 다른 생명을 위해 산다면 더 만족한 삶이겠군요.
불평불만은 나를 위한 기도에서 비롯된다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책 표지의 장독대 장독들이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hnine 2012-06-23 05:0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내가 되고 싶은 어떤 목표를 꼭 이루어내야겠다는 투철한 정신, 뭐 이런 것을 좇아 열심히 사는 것을 추구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 다른 어떤 것, 특히 자연을 돌보며 사는 삶에 더 공감이 되는군요.
리뷰에 다시 쓰겠지만, 사람이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키워보게 하는 것, 즉 농사를 경험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이분 생각인데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농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땅에서 자라는 풀 한포기라도 직접 내 손으로 돌보고 키워보는 경험을 어른이나 애들이나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야클 2012-06-2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게 하는 좋은 시네요. 여러번 읽고 갑니다.

hnine 2012-06-23 05:0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읽은 '시인의 서랍'이라는 책도 단숨에 읽히더니 이 책도 그렇더군요. 시인들은 저렇게 남들이 지나치는 장면에도 열배로 더 크게 마음의 물결이 생기나봐요. 그 물결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일렁이게 하고요.
야클님, 오랜만에 뵈니 좋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