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를 무어라 불러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문학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문학이 전부라는 믿음이 자기 만족적인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내가 감당해야했던 고민과 괴로움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럴 때 내게 힘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문학이었다. 괴롭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고, 허무하지 않고는 충만해질 수도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 나를 살아가게 한다. -조해진 <한없이 멋진 꿈에> 작가의 말-

 

 

 

 

어느 일요일 낮, 집 바로 앞의 카페.

남편과 아이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는 동안 나는 카페 책 꽂이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있다가, 말로만 듣고 읽지 않은 조해진 작가의 책에서 이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주저없이 수첩에 베껴 적었다.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의 하나가 '외로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아마도 좀 외롭고 우울한 내용이 아닐까? 추측까지.

곧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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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술인들은 좀 외로워야해요.
그래야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같더라구요.
전 외롭지 않아 예술인이 되지 못해 좀 서글프네요.ㅋㅋ

hnine 2012-06-27 19:44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기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책읽는 나무님은 외롭지 않으시다니, 예술인이 되는 것보다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전 더 좋은데요? ^^

비로그인 2012-06-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마음에 와닿는 작가의 말, 이네요.
시간의 공백에서 무감각이 아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hnine 2012-06-28 05:42   좋아요 0 | URL
저 책의 표지와 제목과 저자 이름만 보고는 선뜻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
우리는 무감각한 시간보다는 차라리 외로움이라도 느끼는 시간을 더 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늘바람 2012-06-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카페 나들이를 가셨네요
우린 그런 일이 없는데
전 혼자 카페 가서 앉아 있고 프네요
오롯한 제 시간이 별로 없고 점점 없어질 예정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hnine 2012-06-28 05:45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날이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하여 카페에 들어갔지요. 요즘 카페들이 너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솔직히 저는 요즘엔 카페 잘 안가고 있답니다.
오롯한 시간, 그것 때문에 제가 후천적으로 아침형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되어졌다기 보다, 제가 저를 그렇게 개조했는지도...^^

하늘바람 2012-06-28 06:38   좋아요 0 | URL
흑 전 아침잠이 넘 많아요 요즘은 밤잠도 많아졌지만
그나마 오늘은 다리에 쥐가 나서 6시에 일어났네요

Jeanne_Hebuterne 2012-06-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야 그건. 난 네 단순성이 답답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겼을 뿐이야."
"내 단순성?"
"그래. 10대의 소녀가 배가 부른 죄가 단순히 성적인 무지뿐일까?"
"그럼?"
"걔들은 외로운 거야. 말도 못 하게 외로운 것뿐이야."
-박완서, 도시의 흉년.

마침 hnine님의 이 글을 읽기 직전 읽었습니다.

hnine 2012-06-28 05:48   좋아요 0 | URL
박완서님 '도시의 흉년'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살려주셨네요.
외로움때문에 사람들은 참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해내고 (저지름과 해냄, 거기서 거기인건가요?^^)그런가봐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서 오는 외로움도 있고, 인용해주신 구절에서처럼 말도 못할 정도의 외로움도 있고...그렇군요.

숲노래 2012-06-28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앞에서 함께 쉴 만한 좋은 곳이 있군요~

외로움이라기보다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 아닐까 싶어요~

hnine 2012-06-28 05:50   좋아요 0 | URL
시원한 거 사달라고 조르는 눈길을 그렇게 한번 쯤 들어주기도 한답니다. 너무 비싸고 획일적이라 전 솔직히 카페 잘 안 가요.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라...느낌이 다르게 들리는군요.

프레이야 2012-06-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정말이지 이 단어가 요새 더더 잘 들리고 보여요.
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문득 영화 속 은교가 하던 말도 생각나네요.
서지우와 섹스를 하며 그에게 그러죠. 외로워서 이런다고. 외로운 여고생 한 명이라고.
우리에게 외로움이 힘이 되기를!!!

hnine 2012-06-29 07:43   좋아요 0 | URL
외로움이 나를 무너지게 하지 말고, 또 다른 나의 숨겨진 면을 드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게 생각되는 법이라고, 언젠가 오랜만에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저에게 친구가 그러길래 그 순간엔 그 말이 참 서운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요. 외롭다,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때 부정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디 넋두리함으로써 해소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뿐이더군요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무던히 살아가는게 방법이 아닌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