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려령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완득이>로 유명한 김 려령.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은 다 찾아서 읽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그녀의 신작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역시 그녀는 남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할 수 있었다.
<완득이>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문장력이 뛰어난 글을 쓴다기 보다는 남들이 다루지 않았던 소재의 선택과 구성, 그리고 유머 감각이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어린이 대상의 책이지만 막 등단한 동화 작가, 즉 어른이 화자 이다. 어린이 대상 책이라고 해서 꼭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구성. 개인적으로 이건 어떻게 보면 거의 필수 조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야기, 드러내놓고 교훈적이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등단은 했지만 소위 잘 안나가는 작가가 화자가 되니 실제 저자가 그 심리 묘사를 얼마나 실감나게 해놓았겠는가. 더구나 짤막한 대화 속에서 그녀만의 기지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얘기 속의 그 아저씨의 정체에 대해 작품 속의 아이들만큼이나 독자들도 궁금해하며 읽는다. 그 아저씨가 허구 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처럼 독자도 감을 잡아간다. 아픈 과거가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결코 어둡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 것은 <완득이>에서와 비슷하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확실히 다르다,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김  선정 <최 기봉을 찾아라> 

작년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인데 올해초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도서관 시리즈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최기봉은 오랜 세월 초등학교 교단에 서온 선생님 이름. 하지만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느껴본 적 없는 선생님이다. 어느날 15년 전 제자로부터 두개의 도장을 선물로 받는데 최 기봉이라는 이름 옆에 엄지 손가락을 위로 치켜 세운 모양이 새겨져 있는 도장, 그리고 엄지 손가락 대신 울상을 한 얼굴이 새겨져 있는 도장이다. 그 날부터 최 기봉 선생님은 잘 한 아이에게는 엄지 손가락 도장을, 잘 못한 아이에게는 울상 얼굴 도장을 찍어주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도장을 가져가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학교 여기 저기 아무데나 이 도장이 찍혀 있는 것이 발견된다. 누가 도장을 훔쳐 갔으며, 왜 학교 여기 저기 그 도장을 찍어놓는 것일까. 독자들은 궁금해진다. 그래서 읽던 페이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저자가 실제 초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최 기봉 선생님의 심리 묘사라던가 반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고 초등학교 풍경이 생동감있게 그려져 있다.
제목이 특이해 읽어보면 내용은 기대보다 평범한 작품들인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책은 제목이 눈에 띄는 만큼 내용도 독특하고 구성도 재미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말 한마디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왜 수상작이 되었는지, 독자도 머리 끄덕이게 할만한 작품이다. 

 

  

 

 

 

 

 

 

 

Dav Pilkey <The Adventures of Ook and Gluk> 

초등학교 1,2 학년 때에는 Nate the great, Horrid Henry 뭐 이런 시리즈의 챕터북을 재미있어라 읽어제꼈고 3학년 때 그렇게 낄낄거리며 읽던 책 중에 Captain underpants 시리즈가 있었다. 4학년 되고서는 한동안 뜸하다 했더니 예전에 <Captain underpants> 를 쓴 사람의 다른 책이라며 위의 책을 사왔다. 아직도 이런 책을? 하면서 들춰 보았더니 이건 만화책이었다. 한장 두장 넘기다가 금방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그것도 나 역시 낄낄거리면서. 구석기 시대의 두 꼬마 Ook과 Gluk은 어느 날 자원 고갈과 오염을 피해 미래에서 구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와서 구석기 시대 자원과 사람들을 마구 이용하고 있는 미래 세계 사람들과 대면하게 된다.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Ook과 Gluk은 시간 여행문을 통과해 거꾸로 미래세계로 가서 쿵후를 배워온다. 단순히 쿵후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노자, 장자 철학까지 배우게 되는데... 스승으로부터 아직 깨우침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이 꼬마들은 자그마치 어른이 될때까지 거기서 머무르게 된다 (역시 만화는 만화다.).
구성이 재미있고 만화이다보니 짤막짤막한 대화체 문장이어서 금방 부담없이 볼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목적, 과정, 결말 등이 참 기발하게 펼쳐져있었다.
주의 사항은 여기 나오는 영어는 모두 엉터리 영어라는 것. 엄연한 규칙을 가지고 저자가 고의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고 (예. 주어를 모두 목적어로 쓴다. I like him. 을 Me like him. 이런 식) 일부러 철자를 우스꽝스럽게 바꿔놓았기 때문에 그걸 알만한 사람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읽으면 자칫 혼동할 염려가 있겠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읽으면 낄낄거리며 읽게 되는 것이다.
뒷장에 이 책을 쓴 사람으로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현재 나이가 9살, 10살이라고 나와 있고 현재 미국의 어느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에 재학중이라고 나와 있어서 깜짝 놀라 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것도 저자가 장난친거란다. 실제 저자 (Dav Pilkey)는 어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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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8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1-05-1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정은 안 읽어보았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최기봉을 찾아라는 말만 많이 들어보았어요

hnine 2011-05-19 13:56   좋아요 0 | URL
김려령 작가의 저 책 리뷰는 하늘바람님 서재에서 보고 꼭 읽어보고 싶었어요. 두권 모두 다린이가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책들인데 최기봉을 찾아라는 다린이도 재밌다면서 후딱 읽었고 김 려령의 책은 저만 읽어보았고요. 김 려령 작가는 실제 만나보면 참 재미있는 사람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아들과 클래식을 듣다 - 엄마와 떠나는 음악여행
임후남.이재영 지음, 백은하 그림 / 생각을담는집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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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제주 올레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던 때임에도 그 책은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엄마의 마음이 담담하게 전해져 꽤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 책에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간간이 언급되어 있고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저자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보통 이상이구나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작심하고 음악 얘기를 가지고 책을 내었다. '아들과'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예감.
꽃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백 은하의 하늘하늘한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있고, 책 속의 음악들중 일부가 수록되어 있는 CD도 껴 있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비발디의 사계, 헨델의 메시야,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등, 누구나 최소한 제목은 다 들어봤음 직한 친근한 곡들을 간단한 작곡가 소개와 함께 저자의 곡 해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의 느낌을 글로 표현한 중학교 1학년인 저자 아들의 감상글, 이렇게 한꼭지가 구성되어 있다. 좋아하는 노래도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을 알고 들으면 더 절절하게 와 닿듯이 클래식도 마찬가지. 그 곡의 배경, 즉 왜 작곡되었고, 작곡가의 어떤 심정이 담겨 있고, 초연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고, 그 곡을 특히 잘 연주해낸 연주자에는 누가 있고, 작곡가는 인간적으로 어떤 사람이었고, 뭐 이런 배경을 알면서 들으면 훨씬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배경 지식을 아주 쉬운 말로, 마치 옆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아들에게 설명해준 것을 그대로 적은 양 조곤조곤 말소리 같은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미 클래식에 대해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을 뒤집은 단점이 되겠다. 또 한가지 좋은 점은 서른 다섯 곡이 작곡가 연대순으로 실려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제일 첫 곡 (바로크 음악)으로 소개되어 있고, 프로코피에프, 에릭 사티 (근, 현대 음악)등은 거의 끝에 소개되어 있는 식이다. 그리고 오페라 작품은 시대순서와 상관없이 뒷부분에 한꺼번에 몰아서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관한 상식을 넓히기 위한 책이라는 점 보다는, 아이에게 음악을 어떻게 소개하고 친구로 만들어주는가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는 책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전작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에서도 그랬지만 저자는 아이만 홀로 어떤 세계에 발을 들여놓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함께 들으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듣고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것에 아이가 익숙해지게 하는 방식을 택한다. 일주일에 몇번씩 피아노 학원에 아이를 보내어 일정 수준이 되도록 배우게 하는 방법보다는 음악을 듣고 느끼고 그 느낌을 자기 식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준다. 음악 뿐 아니라 무엇을 새로 접하든 일방적인 기교나 기술 습득보다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내용도 쉽고 저자의 자연스런 문체 덕에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기는 하지만 좀 심심하달까?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진 책들이 가질 수 있는 함정, 즉 피상적인 소개, 수박 겉 핥는 정도로 여겨질 수 있는 함정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예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례를 많이 실던가, 아니면 음악에 대한 소개를 좀더 심도 있게 하던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보면 대학 교재 표지를 연상시키는 지금의 표지보다는 말랑말랑한 책의 성격이 반영될 수 있는 그런 책 표지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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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제일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그 세명을 꼽을 것이다. 모두 초등학교 5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인데 그중 둘은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 3학년. 그중 하나는 이제 돌도 안된 아기를 둔 초보 엄마. 

그 초보 엄마가 곧 복직을 앞두고 아기 맡기는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나와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전화를 끊기 전 친구가 하는 말,
"네 마지막 말이 제일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내가 통화중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애한테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그게 엄마에게 너무 무리가 가는 일이라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닌거야." 였다.

"나 복직하고 나면 남편이 집안 일 많이 도와줄까?" 라는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냥 도와달라고 하지 말고, 남편이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려줘. 예를 들면 쓰레기 분리수거와 빨래 널기는 당신 담당, 뭐 이런 식으로. 그냥 도와달라고 얘기하면 남자들은 잘 못 알아들어." 

겪어본 사람은 다 아는 것일텐데, 조금 먼저 겪어보았다는 이유로 잘난 체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아이가 늦은 편인데, 언제 키워서 우리 집 애만큼 키우냐고 그런다. 아마 나도 우리 아이 키우면서 그런 소리 많이 했을 것이다.
"xx야, 아이를 직접 자기 손으로 키워본 사람들은 아마 책 세권 정도 쓸만큼의 이야기가 저절로 쌓여. 남편과의 이야기? 그건 따로 세권 분량이고."
그랬더니 깔깔 웃는다. 

이 친구 결혼식때 아이에게 신사복 입혀가지고 대전에서부터 고속 버스 타고 함께 서울 행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에구, 친구가 보고 싶다. 열 두살 부터 지금까지 친구이니 어쩌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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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1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만 되겠습니까? 10권씩 20권이 한질이겠죠.ㅋ
평생 책다운 책을 써 보는 게 꿈인데
저도 진작 결혼이란 걸 해 볼 걸 그랬습니다.ㅜ


hnine 2011-05-14 21:47   좋아요 0 | URL
아니, stella님. 책 벌써 내신 분이 그리 말씀하시다니.
결혼해서 아이 키워 생기는 이야기들은 '분량'이 책 세권이라는 것이지 책으로 낼 글감들은 아니지요. 왜냐하면 독창성이 떨어지는, 지극히 일반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요. 그러니 생색 안나는 일이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ㅠㅠ

sangmee 2011-05-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아는 그 녀가 복직을 하는구나...
남의 일은 참 빨라.
네 피아노 반주에 결혼식 했던 5월 10일... 올해가 19주년이었어.
참 빠르지?

너도 다린이 어릴 때, 일도 하랴 참 힘든 시기를 보냈을거 같아.

hnine 2011-05-14 21:50   좋아요 0 | URL
아직 복직 까지 시간이 있긴 하지만 슬슬 걱정이 되는거지.
와, 그러고보니 너 결혼기념일이 며칠 전이었네? 19주년, 꺅~~~ 내년이면 그럼 20주년 되는거야? 다시, 꺅~~~~
그러고도 그렇게 신혼처럼 사는 비결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
축하한다. 내년엔 정말 20주년 행사라도 해야겠다.

2011-05-14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5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5-1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남자는 콕 짚어 얘기해주어야 하지요. 전담이라고 해도 별 생각이 없는걸요....
오늘 아침에도 분리수거 하라고 했음에도 플라스틱은 그냥 두었다는. 에구.

요즘 시간 없다는 핑계로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사네요.

hnine 2011-05-15 11:12   좋아요 0 | URL
ㅋㅋ 뜬구름 잡는 식으로 얘기하면 남자들은 모르더라고요.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스쳐 백번 소용 없다니까요. 정확하게 말로 하는 한 마디가 훨씬 더 효과있지요 ^^ 저희 집도 분리수거는 완전 남편 책임. 남편이 잊어버리고 그냥 가도 저는 안하고 버티는 심술이예요 ㅋㅋ

오래된 친구는 시간 없어 한동안 못만나더라고 그래도 그 인연이 끊이지 않더라고요. 오랜만에 만나면 그만큼 더 반갑더군요. 저도 일년에 한번이나 만날까? 그 정도랍니다.
 
So B. It (Paperback)
사라 윅스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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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결말을 읽으며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는 아마 이 창래의 The Surrendered 이후로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제목이 특이해서 들춰 보게 된 책. 환타지 소설을 주로 읽어대는 아이가 빌려왔길래 물어보았다.
"이번엔 어떻게 이런 책을 다 빌렸어?"
"제목이 맘에 들어서요."
그러고는 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그야말로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엔 손이 가지 않았다.
정신 지체 엄마와 함께 사는 열 두 살 아이. 그 아이가 기억도 못하는 갓난 아기였던 어느 날, 엄마는 스스로 아기를 돌볼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옆집 문을 두드려  몸짓, 손짓으로 자기를, 자기 아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 날 이후로 이웃 집 여자 Bernie는 두 모녀의 손과 발이 되어 가족처럼 보살피며 살아간다. Bernie는 아이에게 Heidi란 이름을 붙여 주고 먹여 주고, 씻겨 주고, 책을 읽어주고, 정신 지체 엄마까지 아이처럼 보살피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Heidi가 열 두 살이 될 때까지 그렇게 살아간다. 함께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스스로 Agoraphobia (광장공포증)에 걸려 집 밖으로는 한 발 자욱도 나가지 않는, 그녀 스스로도 상처를 지니고 사는 Bernie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eidi모녀에게 Bernie는 또다른 엄마였고 친구였고 집이었고, 사랑이었다. 많이 가졌다고 해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말은 Heidi, Dette (Bernie를 부르는 엄마의 발음), Hello, Tea, Go, Good, Blue, Now 등 오직 스물 세 단어. 이 스물 세 단어는 대부분 흔히 쓰는 쉬운 단어인데 그중 두개는 예외이다. 하나는 So B. It 이라는 말.  엄마가 어린 Heidi를 데리고 처음 Bernie에게 왔던 날 이름을 묻자 엄마는 "So B. It" 이라고 대답한다. 도저히 이름으로 들리진 않기에 Bernie는 재차 묻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의 대답은 So B. It.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성경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말로 Amen과도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어째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이해가 안된다고 Bernie는 Heidi에게 설명하지만 아무튼 엄마의 이름은 그래서 So B.It. ( 이 말은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그 뿐이다.'란 의미의, 어떤 일의 시작보다는 마지막에 어울리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이 이름에 대한 의문도 풀리게 된다.
엄마가 아무리 어린 아이같은 지능을 가지고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딸인 자기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Heidi가 그런 엄마를 보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래도 나는 안다. 우리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을 하지 못해도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할 줄 아는 스물 세 가지 말 중 또 하나 그 뜻을 알 수 없는 것으로 soof 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봐도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도저히 알수가 없다. 그 말의 뜻을 찾아가다가 Heidi는 우연히 서랍에서 오래 된 사진들을 찾아내는데 그 중에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 엄마가 다른 여러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 있었고 찍은 장소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자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며 열 두 살까지 커온 Heidi는 이제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어하던 중이었는데 그 사진이 계기가 되어 Heidi는 사진에 적힌 이름을 보고 Nevada에서 New York 주의 Liberty라는 조그만 마을까지 이틀 넘게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모험을 단행한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그렇게 먼 여행을 한다는 것, 알아내서 별로 득이 될 것도 없는 자기의 출신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을 말리던 Bernie는 결국 Heidi를 보내게 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는 Heidi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한다. 그것이 엄마와 Heidi의 마지막 인사가 될 줄도 모르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도착한 그곳. Heidi가 힘들게 찾아간 그곳은 정신지체인들의 요양소 같은 곳이었으며 거기엔 아직도 Heidi의 아버지 격인 사람이 Heidi를 알아보지 못한 채 살고 있었고, 차츰 엄마의 미스테리 같은 단어 So B It과 soof 에 대한 의문도 풀린다. 자기가 알고 싶었던 것을 알아낸 Heidi가 제일 먼저 그 소식을 알리고 싶었던 사람은 집에 있는 Bernie였다. 그 소식을 알리려고 전화를 걸었을 때 반갑게 소식을 들어주던 평소와는 달리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Bernie. 그 때까지만 해도 Heidi는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감도 잡지 못했다.

엄마를 고향 땅에 묻기로 한 후, 장례식에서 엄마를 전혀 모르는 목사님에게 설교를 부탁하는 대신 Heidi는 자기가 직접 말을 하겠다고 나선다. 비록 Heidi자신도 엄마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그녀가 수첩에 적어놓은 몇가지 사실 뿐이긴 하지만 그것만이라도 장례식에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날이 되자 Heidi는 갑자기 마음이 움직여 길게 말을 하게 된다.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단지 그것을 말로 표현을 못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내고 보니 엄마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단어였을 뿐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엄마를 무척 사랑하는 누군가가 엄마를 Soof라고 불렀고, 엄마에게 그 말은 '사랑'이란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Heidi는 엄마와 함께 했던 마지막 시간을 회상한다. 창문에 기대어 먼 버스 여행을 떠나는 Heidi에게 손을 흔들며 "Tea, Heidi?" 라고 말하던 엄마, 그리고 "Yes, Mama. Tea,"라고 대답하던 Heidi. "Back soon, Heidi? (하이디, 금방 돌아올거지?)" 라는 엄마의 마지막 말.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가 없는 집으로 돌아온 Heidi는 기운을 차리고 Bernie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엄마의 사랑을 알고 믿기에 Heidi는 슬픔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의 몇 페이지을 남기고 있을 때부터 눈물이 차오르더니 마지막 장을 읽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글자가 흐려져서 손으로 한번 훔쳐내고 계속 읽어야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인데 소재도 독특하고 구성도 좋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뛰어나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비교적 쉬운 영어로 쓰여 있어 우리 나라 학생이라면 중, 고등학생 정도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 나라에선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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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웃음 비법^ ^
    from 사랑하는 은순씨~ 2011-05-12 13:08 
    엄마 칠순때 기념 사진을 찍었어요.사진사가"자, 웃으세요. 하나 둘 셋"하는데 다들 웃음이 너무 어색한거예요.그러니까 이번에는"자, 그러면 어머니를 향해서 다같이 사랑해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하나 둘 셋"이래요. 그래서 시키는대로"사랑해요~"라고 말하는데 말끝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함박 웃음이 나는 거예요.^_________________^완전신기했어요.마음 속으로는 아무리 사랑해요, 라고 생각해도 어색한 웃음만 나는데소리내서 입 밖으로 "사랑해요~"라
 
 
하늘바람 2011-05-1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이런 책을 고르고 일기을 줄 아나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hnine 2011-05-10 12:40   좋아요 0 | URL
이책은 결국 저만 읽고 반납해야하게 생겼어요 ^^

마녀고양이 2011-05-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이 책 말이죠
리뷰만 읽어도 눈물 그렁해지는데, 어찌 읽으셨어요? ㅠㅠ

hnine 2011-05-10 16: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마지막 부분엔 막 울면서 읽었어요. 아이가 화자가 되어 쓰고 있는데 '슬펐다', '눈물이 났다' 이런 표현 하나 없이 어쩌면 그렇게 심리 묘사를 잘 해놓았는지. 엄마 장례식 후 아무 의욕 없이 며칠을 지내던 아이가 욕실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혼자서 자기 머리를 자르며 우는 장면이 나와요. 에효... 그런데 확실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느끼고 자란 아이에게 그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바탕이 되는구나, 다시 한번 느꼈어요. 말 못하는 엄마지만 아이를 위하는 마음, 기회가 될때마다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마음이 마음을 저릿저릿 하게 한답니다.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우리 마음껏 그 사랑을 표현하고 살도록 해요...

sslmo 2011-05-1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리뷰 한참을 글썽이며 읽었어요.
요 위의 댓글,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느끼고 자란 아이에게 그것은 힘의 바탕이 되는구나...하는 말도, 참 좋아요.
저도 새기려구요~

hnine 2011-05-10 18:31   좋아요 0 | URL
주인공으로 나오는 열 두 살 짜리 아이가, 한번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슬퍼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해요. 아무때나 tea를 마시자고 하는 엄마, 책을 읽는 자기 옆에서 그림 색칠 연습을 하고 있는 엄마, 색깔 중에서는 blue 밖에 모르는 엄마이지만 아이는 한번도 그런 엄마를 부끄러워 하거나 무시하지 않지요. 한 인간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제대로 잘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어요.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고 자란다는 말,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제가 말하려는 뜻을 잘 읽어내주시니 감사드려요. 언제나처럼 ^^

담쟁이 2011-05-1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수성 풍부하신 hnine님.
저 지금 '사랑한 후에' 듣고 있는데
웬지 좋은 음악 들을땐 님도 같이 들으면 좋아하실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뜬금없이..ㅋ

hnine 2011-05-10 22:05   좋아요 0 | URL
전혀 뜬금없지 않아요 가슴뭉클님.
저 들국화 팬인줄 어떻게 아셨어요? 또 특히 그 노래 좋아하는 줄.
친정 가면 전인권 사인도 있고 들국화 LP도 있는데...
가슴뭉클님 서재 간 김에 사랑한 후에 노래에 이어 다른 노래까지 줄줄이 다 듣고 왔어요 ^^

다락방 2011-05-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리뷰 읽고 너무 좋아서 어쩌면 저도 읽을 수 있는 원서가 아닐까 싶어(중고등학생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하셨지만 또 살짝 두렵기도 하고)땡스투 하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는데요, 작가 이름이 너무나 낯익은거에요. 그래서 작가 이름을 클릭해보니 제가 읽었던 작품 [기억의 빈자리]를 쓴 작가네요. 전 그 책도 좋았거든요.
저도 읽어볼게요, hnine님.

hnine 2011-05-11 20: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안그래도 이 책 읽고서 작가의 다른 작품 찾아보다가 다락방님이 <기억의 빈자리> 리뷰 올리신 것 보고서 그 책도 찜해놓았어요. 어찌나 읽고 싶게 쓰셨던지...^^
이 책, 충분히 읽으실만 해요. 장담합니다. 혹 읽으실 분들을 생각해서 리뷰에 다 밝히지 않은 내용들도 있답니다.

다락방 2011-05-12 12:38   좋아요 0 | URL
저 어제 주문했어요, hnine님. 배송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두둥~

hnine 2011-05-12 15:30   좋아요 0 | URL
책 표지 색깔도 예뻐요. 책에 나오는 엄마가 유일하게 아는 색깔, Blue인데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무스탕 2011-05-11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리차드 용재 오닐이 생각나네요. 비올라 연주가지요. 엄마가 우리나라 사람이고 양아버지가 미국인인데 엄마가 정신지체장애자에요. 그런 배경을 가진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리차드의 비올라 연주를 들으면 참 서글퍼요. 리차드도 넘치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알고 그걸 연주했을거라 생각해요.

리뷰 잘 읽었어요. 슬프지만 따듯한 눈물이 흐르는 책이네요.

hnine 2011-05-11 20:33   좋아요 0 | URL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엄마가 정신지체장애자였는지는 몰랐어요. 언젠가 섬집아기를 연주하고는 들어가는데 얼굴을 돌리고 들어가더라는 말을 들었어요. 엄마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던 것이겠지요.
엄마의 사랑은 말로 표현되든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든, 참으로 큰 위력을 가진 것 같아요. 책의 결말이 그리 어둡지 않아요. 그래서 맘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줄 수 있답니다.

순오기 2011-05-1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심야에 이글 읽으며 울컥했는데 댓글을 안 달았네요.
이젠 좀 진정됐어요~~~~ 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감동적일 듯....

hnine 2011-05-12 03:21   좋아요 0 | URL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유쾌한 기분으로 읽어내려갔어요. 무슨 추리 소설도 아니면서 다음이 막 궁금해지는, 그런 구성이어서 중간에 손을 못 놓겠더라고요. 결말에 그동안 궁금증이 다 해결되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주인공 아이가 그냥 주저 앉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나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어요. 역시 주저 앉기 보다는 다시 일어나야 해, 묵언의 교훈으로 새기기도 했고요.
 

   
어제 어린이날, 다음주엔 아이의 열번 째 생일이 있다.
육십 넘은 아들에게 여든 된 노모가 차조심하라고 이른다는데, 이제 겨우 열 한살 된 아이가 어미에게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새끼. 어미에겐 언제나 그게 먼저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란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쑥쑥 자란다. 이제 내 뱃속에서 나온 내 부속물로서가 아니라 나처럼 하나의 개별적인 인격체로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건 일부러 의식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되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더 흐른다 해도 역시 그럴 것이다. 

아이는 이제 내가 읽어주는 것을 듣고, 보여주는 것을 보고, 들려주는 것을 듣고, 만들어주는 것만을 먹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종종 아이가 듣는 음악이 궁금해서 따라 듣기도 하고,

- 그룹 Green Days 의 노래 iViva La Gloria.
   어떻게 이 노래를 알게 되었냐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요즘 푹 빠져 읽고 있는 책 <Percy Jackson, Lightning Thief> 에 나와서 검색해보고 알게되었다고 한다. -

   

 

아이가 읽는 책을 따라서 읽어보기도 한다.  

- 제목이 특이해서 눈길을 끈다. 아이 역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빌려왔다고 한다. 정신 지체인 엄마와 어린 딸, 그리고 그들을 아무 댓가 없이 돌보아주는 옆집 여자가 등장하는, 따뜻하고 또 눈물 글썽여지는 내용의 책이다. -

   

 

 

  

 

 

 

 

 

 

 

 

내가 몸이 안좋아 어기적거리고 있으면, 해놓은 밥만 있으면 아이는 자기가 혼자 먹을 수 있다면서 밥 데우고, 국 데우고, 달걀 프라이 하고, 김치 꺼내어 혼자서도 밥을 먹는다. 

나는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봐, 실수를 피하게 해주고 싶어서, 덜 아프고 덜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을 온통 잔소리로 전달한다. 그건 결국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관계만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이제 나의 그 마음을 잔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잔소리를 꾹 참는 방법으로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혹시 가려먹는 음식이 있더라도 한번 얘기해서 안들으면 그저 거기서 그치는 연습을, 저렇게 꾸물거리다가는 학교에 늦을게 뻔하더라도 잔소리로 다그쳐서 아이를 현관 밖으로 내몰아 지각을 면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하루 지각해보거라 하는 배짱을 가져볼 것, 운동으로 땀 범벅이 되어 들어와서도 씻지 않으려고 할땐 큰 소리 내서라도 욕실로 몰아넣기 보다는 불쾌한 냄새 나는 남자애를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없을 거라고 차라리 협박성 발언 한번 해주고 말 것.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 엄마가 와주는 것이 최고 희망사항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만 생각하고는 내 아이도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하고 참석했다가 엄마는 본체 만체, 친구하고 더 어울리려는 아이를 보고 서운해하지 말것. 

아이는 오늘도 커간다. 즉, 부모에게서는 점점 멀어져 간다는 뜻이다. 아이와의 끈은 계속 잡고 있으되, 그 끈을 나도 모르게 내쪽으로 잡아당겨 아이의 발걸음을 늦추게 하지는 말자. 어미로서는 눈물나는 노력이 필요한 사항이다.  

2011년 5월은 이런 생각들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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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0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한살.
하루가 다르게 정말 그렇게 자라는군요
금세 5학년6학년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 모습이 되겠죠
40이된 저를 걱정하는 제 어머니처럼
어떻게 아이가 자란다고 걱정을 안하겠어요.
하지만 멋지게 자라나는 아이가 점점 자랑스러워질게요. 님이 그렇게 키우고 계시니까요

hnine 2011-05-06 15:32   좋아요 0 | URL
제 친구들 아이들은 대부분 지금 고등학생이랍니다. 그런데 언제 시간이 그렇게 갔는지 모르겠대요. 고등학생 되고 나니 집에서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고요. 옛 어른들이 품 안의 자식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틀리지 않지요.
하늘바람님, 태은이 눈 때문에 걱정 많으시지요? 다린이도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는데 처음 안경 쓰는 날 참 마음이 안좋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러고 보니 태은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네요. 아가씨가 다 되어 있는건 아닌지요? ^^

마노아 2011-05-0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두런두런 말소리가 저에게 잠언이 되어주네요.
다린이도 그런 엄마의 깊음을 닮아가는 것 같아요.

hnine 2011-05-06 15:3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께서 잘 보셨습니다. 저 혼자 두런두런 하는 기분으로 썼어요.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가 마음을 더 잘 다스리지 않으면 마냥 서운하고 허무하고, 그렇게 될 수 있겠더라고요. 이젠 가끔 저보다 더 앞서가는 아이를 발견하는 기분이 참...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랍니다.

책가방 2011-05-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3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엄마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고..
잔소리 참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근데.. 그게 잔소리하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구요..ㅡ.ㅡ

hnine 2011-05-06 15:3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잔소리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시라니, 책가방님 웬지 저와 많이 닮으셨을 것 같은 기분이...^^

sangmee 2011-05-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겨울날 눈이 쌓이듯이 소리없이 조용히 아이들은 자라는거 같아.
어느날 보면 아 .... 이렇게 자랐나 싶게...
근데 그러면서도 아이는 아이더라.
씻는건 네가 말 안해도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는단다 ㅎㅎㅎ

hnine 2011-05-06 17:10   좋아요 0 | URL
정말? 몇 년 지나면 열심히 씻게 될까? 그럼 안 씻는 어른은 어찌된거지? ㅋㅋ

울보 2011-05-06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이 자랐는데 제가 제아이를 너무 아이처럼 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순간 슬픔이 찾아오는것은 아닌지,,이런저런 생각에 요즘 많이힘들어하는 엄아 여기도 있습니다,

hnine 2011-05-06 22:03   좋아요 0 | URL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올려주신 댓글들을 읽고 있답니다.
'난 아이를 키우면서 참 행복했다' 라고 말하는 어머니들도 많으시던데...최소한 나중에 '나는 아이 키우기가 제일 힘들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말이지요.

섬사이 2011-05-0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45도쯤 시선을 돌리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로 그렇게 보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를 너무 똑바로 지켜보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잔소리 대신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었죠. 뭐,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

hnine 2011-05-06 22:06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정면 직시가 아니라 시선을 45도 돌리고 바라본다는 말씀이 금방 접수됩니다. 잔소리 대신 저 스스로가 제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만한 교육이 어디있겠어요. 'Teaching is showing.' 이라는 말을 섬사이님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습니다. 저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 다우세요. ^^

순오기 2011-05-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자랄 땐 어땠나?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나오는데 실천은 잘 안되죠. 그래도 이런 두런거림으로 마음을 추수리는 과정이 필요하죠.^^
나는 중1때 만날 학교 가기 싫어하니까, 아버지가 홧김에 학교 가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날 진짜로 학교를 안 갔어요. 우리 아들 초등 2학년 때, 아침에 안 일어나서 안 깨우고 학교 결석시킨~ 속된말로 간댕이 부운 엄마도 있어요. 누군지 알겠죠?ㅋㅋ

hnine 2011-05-06 22:11   좋아요 0 | URL
제가 자랄 때 싫었던 것을 너무나 잘 기억하는 저는 그거 하나는 잘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한 것 같아요 ㅠㅠ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 말씀을 읽어가니 도움이 많이 되네요. 중1때 학교가 가기 싫으셨군요. 하루만 안 가셨지요? ^^
저희 집에서도 저는 아이에게 너 한번 지각 좀 해봐라 하는 쪽인데, 늘 남편 덕에 아이가 지금까지 지각은 면하고 있지요. ㅋㅋ

2011-05-06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8 0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5-0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세 된 노모가 50살이 넘은 자식을 걱정한다고 하던데,자식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이죠^^